준비된 신혼이 아름답다 - 사랑도 공부가 필요해
조연경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어느 날처럼, 서점에서 기웃거리며 약속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책 저 책을 둘러보고 둘러보고 하다가, 뻔한 제목의 다소 튀는 표지, 핑크 핑크 한 러블리한 표지의 이 책을 발견했었다. 뻔하고 뻔한 책이겠거니 했지만, 역시 뻔한 책이기도 했었고 뻔하지 않은 책이기도 했었다.

 

그래서 주문을 했었다. 책은 간결했다. 쪽수도 짧았고, 하루에 다 읽을 정도로, 집중하면 4시간 안에 독파할 정도로 부담 있지도 않았다. 거기다 꼬아 놓은 부분도 없었다. 그래서 술술 읽혔었다. 술술 읽히는 책이었지만, 가볍게 서술된 내용과는 다르게 나는 상당히 집중하여 읽었던 책이었다.

 

'연애를 글로 배웠어요.'라는 대사처럼 과연 연애나 결혼을 글로 과연 배울 수 있을까? 나는 글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에는 조건이 있겠다. 얕은 기교나 하룻밤 잠자리를 위해 부리는 잔꾀나 꼼수가 기록된 책이 아닌, 사랑의 본질적인 부분을 이야기한 책들에게서는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하고, 다른 사랑을 다룬 책들과는 다르게 평이한 일상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핵심은 다름이다. 배우자와 나에 대해서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배우자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여서 내가 더 배려하자는 그런 생각. 여기까지만 하면 다른 책들과 다를 바 없는 뻔한 책으로 치부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다름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소상히 밝히고 있었다.

 

특히 내가 감동받은 부분은 여행에 관한 부분이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여행에는 다른 서로가 어떻게 그 다름을 인정하며, 여행을 같이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연인과 여행을 가게 된다면 모든 일정을 같이 보내는 것을 생각한다. 뭐든 함께 해야 하고 뭐든 함께 해야만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의 기호가 다르듯 여행에서 추구하려는 개인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책에서 말한 대로 나와 같은 경우는 여행 가서 맛 집들을 일일이 검색해서 찾아가서 먹는 것을 선호한다고 치자. 그러나 배우자는 아니다. 대충 앞에 들어가서 먹는 주의라고 한다면, '식사'를 따로 하면 된다. 배우자는 호텔이나 숙소에서 늘어지게 누워서 쉬는 것을 선호하고 나는 바닷가를 거니는 것을 좋아한다. 이럴 경우 따로 행동하면 된다. 사실 여행 가서 커플들끼리 싸우는 경우도 참 많다. 연인 때야, 서로를 배려하고 같이 행동하지만 결혼하고 나면 그런 배려심은 사라진다. 피곤한 일상에서 나만의 힐링 방법 (설사 그것이 늘어지게 쉬는 것이더라도)으로 쉬겠다는데 그 사람의 휴식의 방법에 대해서 '당신은 분위기도 없고 감수성이 없다.'라고 매도해버리면 상대는 발끈하기 마련이다. 합치될 수 없는 경우에는 다름을 인정하고 따로 행동하면 된다고 하는데 상당히 일리 있는 방법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여행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함께 여행하고 있다는 것은 변함없다.

 

책에서는 혼자서 잘 노는 사람이, 외롭지 않고 결혼 생활도 잘 한다고 한다. 배우자에게 너무 의존하고 배우자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을 나는 종종 봤다. 그러나 배우자가 곁에 없더라도 스스로 홀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스님의 주례사>에서도 이야기한 부분으로 온쪽과 반쪽의 개념으로 이야기를 한 부분이다. 나 스스로의 온쪽이 되야만 상대가 있어도 없어도 구애받지 않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 상대를 너무 의존하는 것 역시 상대를 지치게 하고 상대를 힘들게 하는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배우자가 일에 치이거나 휴식 날 늘어지더라도, 개념치 말고 놀고 싶다면 혼자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일리 있는 말이다. 결혼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배우자와 함께 할 수는 없으니까,

 

또 한가지 감동적인 부분은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가족에게 먼저 호의를 베풀어라는 부분, 이 부분도 상당히 일리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장인과 장모를 어려워하고, 시월드는 역시 시월드라며 꺼린다. 분명한 사실은 그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의 가장 직접적인 효력은 가족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은 그 사람만을 받아들인다는 뜻이 아니다. 그 사람을 둘러싼 모든 환경과 그 사람의 모든 가족들까지도 받아들이는 것이 결혼이다.

 

나와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그 가정에 갔을 때, 나를 긁는 사람도 있다.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시동생이나,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어머님 등등 복병은 수도 없이 많다. 책에서 그런 분들에게 대응하는 방법은 마음으로 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때론 시댁이나 장인의 집에 가서 불만사항을 배우자에게 토로하기도 하는데, 사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별로 효과적이지 못하다. 인생 살다 보면 나랑 원치 않는 인간관계도 많이 만난다. 학교에서 재수 없는 동창, 직장에서 꼴보기 싫은 상사, 친구 중에서 유난히 거들먹거리는 인간 등등 모든 인간 사회에서는 내가 원하고 날 이해해주는 인간만 볼 수 없다. 처가나 시댁도 마찬가지다.

 

그런 부분을 이해하고, 불만을 받더라도 불만 사항을 이야기하기보단, 감싸 안으며 생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책은 강조하고 있다. 배우자 앞에서 배우자의 가족을 욕하는 것만큼 배우자를 화내는 일은 없다. 반대로 배우자에게 점수를 따려면 배우자의 가족을 품어안아야 한다. 때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시동생, 어머니더라도, 결혼한 순간부터는 '내' 가족이니까

 

그리고 또 하나 여자들이 특히 잘하는 심리전인 '어떻게 하나 두고 보자.' 이런 태도는 부부관계를 망치기 마련이라고 했는데 특히 공감 갔다. 연애시절에는 일정한 밀당이 있고 그 밀당이 있어야지 연애가 탄력도 받는다면 결혼은 다르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해법을 찾아야지 자꾸 꼬아서 생각하고 갈등을 쌓아둔다면 자신에게도, 그리고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배우자의 기분도 상당히 안 좋다. 사실 나도 이런 습관이 있었는데 이 습관이 아주 안 좋은 습관이라는 것을 느끼고 고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가치'를 확고하게 세워서 결혼을 진행해야 한다는 부분, 이리저리 휘둘리고, 저 사람은 혼수를 이렇게 했네, 이 사람은 예단 예물을 이렇게 했네 이런 환경들을 다 고려하다 보면, 싸우기 마련이다. 결혼의 준비는 일차적으로 아내 될 사람과 남편 될 사람 두 사람이 정해야 하며, 결혼 준비 노트를 만들어서 스스로 계산해보고 양가 부모님께 조언을 구하는 방법도 괜찮아 보였다. 자꾸 사회적인 가치를 따지고, 체면을 따지다 보니 결혼의 주체가 신랑 신부가 아니라 신랑 신부를 둘러싼 환경으로 결정되는데 이 부분도 잘 생각을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번거로운 부분을 다 최소화하고, 실용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부분들만 준비해서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는 말들이 참 많았다. '아내는 엄마가 아니다.' '남편은 오빠나 아빠가 아니다.' 등등의 말들, 그리고 평이한 서술이고 에세이 형식의 서술이었고 특별하게 거창한 서술 방식이 돋보이진 않았어도, 글의 참으로 잘 읽혔고 마음을 움직이는 구절이 많다고 생각했다. 책을 통해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

 

 모쪼록 여성이 쓴 책이라서 섬세한 감수성이 돋보이고, 약간은 낭만적인 부분들 (예를 들면 이태원에서 유럽풍 귀족 드레스를 사서 남편을 위해 입는 ㅋㅋㅋ)도 보이기 마련이었지만,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스님의 주례사>보다는 더 실용적이고 괜찮은 책 같아 보였다. 확실히 결혼 전에 읽어두면 상당히 유용할 것 같고, 결혼하고 나서도 부부싸움 후 이 책을 본다면 많은 부분을 느낄 것도 같다. 돈값은 하는 책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스님의 주례사>,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와 더불어 '나만의 결혼 3 서'로 지정하여서 책꽂이에 두려고 한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결혼생활에 대한 모든 것을 짧은 지면으로 다루다 보니, 다소 경제적인 부분을 덜 다룬 부분이 아쉽다. 물론 보험이나 재테크, 돈 관리 요령 등등의 거국적인 이야기를 쓰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부분을 자세하게 다뤄졌으면 어떨까 싶다. 챕터가 39장으로 이뤄졌는데 솔직하게 중복되는 내용들도 많아서, 그런 부분들을 모아서 다시 편제하고 경제적인 부분을 좀 더 자세히 고찰했으면 어떨까도 싶었다. 결혼은 돈과 연관되는 현실적인 부분도 크니까 말이다, 책 보다 보니 저자가 부동산이나 경제에 대한 지식도 빠삭한 것 같아서 그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책은, 신혼부부뿐만이 아니라 특히 권태기의 부부들에게도 좋은 책 같다. 오래간만에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흥미롭게 본, 느낀 것이 많은 책이다.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