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에서 한눈 팔기 - 서로 다른 생각들의 향연, 창의융합 콘서트
강신주 외 지음 / 베가북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책을 싫어한다. 여러 저자가 챕터를 맡아서 쓴 것들을 편집한 책, 그리고 무슨 무슨 강연록을 책으로 엮은 것, 등등 내가 싫어하는 부분이 많이 들어간 책이라서 책을 손에 잡았을 때는 유쾌한 마음은 아니었음을 솔직하게 밝힌다. 사실 이런 류의 책은 뻔하지 않겠는가, 인문과 과학 기술의 융합, 이런 것들에 대해서 다소 원론적인 통합과 융합을 이야기한 강연을 옮겨놓은 책이겠구나... 그런 편견으로 책을 대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책을 본 순간, 나는 내 생각과는 책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솔직하게 말해서 이 책의 주제나 이 책의 내용적인 부분보다, 우선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책의 편집에 대해서 굉장히 칭찬을 하고 싶었다. 일단 책은 굉장히 알록달록한 사진들이 많았고, 그 챕터에 맞는 사진들이 풍부하게 있어서 시각적으로 책을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뭐랄까 마치 인문과 과학 두 속성은 다소 일반인들에게,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가 강한데, 전체적으로 책의 편집, 특히 시각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공을 들인 티가 났었던 책이었다. 아무리 인문학이나 과학 기술이 가벼움을 지향하여 설명을 한다 하더라도, 본질적인 학문의 무거움을 벗어내기란 쉽지 않다. 대중이 인문과 과학 기술을 좋아하면서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본질적 무거움 때문이기도 하다. 책의 편집 구성, 특히 시각적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이런 알록달록하고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편집에서 호감을 느꼈었고 학술적인 인문서나, 전문적인 과학서의 무거움을 덜어주는 효과를 느꼈다. 마치 인문 과학서를 읽는 느낌보다 잡지를 읽는 기분이었었다.


 두 번째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시각적인 효과 이상으로 '청각'과 '영상'을 곁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텍스트인 책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점은, 시각 매체나 청각 매체의 구체성에서 다소 취약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책 읽는데 훈련이 잘 된 독자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책이라는 텍스트보다 더욱더 구체적인 '영상' 매체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이 책은 그런 영상 매체를 책에다가 담았다.

 기존의 책에서도 영상 매체를 담거나 음성 매체를 담은 적이 있다. 부록으로 테이프를 주거나 CD에 영상을 포함하는 등의 방식으로, 영상과 음성을 책에 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점은 편의성이 아닐까, 책을 보다가 바로, 영상이나 음성을 확인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켜서 확인을 해야 되고 그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 책은 '영상'과 '음악'을 내포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을 이용한 바코드 형식으로 첨부를 했다. 이런 점에서 나는 굉장히 놀라웠다. 보통 책을 볼 때 우리는 스마트폰을 항상 곁에 두고 책을 본다. 그러다 책에서 강연자가 '영상 하나 보고 지나가겠습니다.'라는 대목을 발견했다. 예전 책들 같으면 그런 영상들을 CD에 담거나, 글로 풀어서 주석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썼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과감하게도 스마트폰이 인식할 수 있는 바코드가 있다. 곁에 있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이 바코드를 인식하면, 스마트폰에 바로 책에서 언급하는 영상이 나온다. 굉장한 편의성이 보이는 부분이다.


  책은 '창의융합콘서트'라는 강연록을 엮은 책이다. 강연록을 책으로 옮길 때 가장 역점을 둬야 하는 것은 강연의 그 감동과 강연의 그 생생함을 책에 최대한 반영을 해야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책들은 강연에 비해서, 책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만큼 고정되고 정적인 텍스트에 강연이라는 동적인 리얼리티를 담기가 힘들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은 결국 시각적으로 화사한 이미지 자료를 통해, 그리고 영상을 통해 그러한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을 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숱한 강연록의 편집책 보다, 이 책은 구성적으로 이런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내용적으로 책의 리뷰를 해 보자면, 책의 리뷰를 하기 전에 이 책의 모태인 '창의융합콘서트'가 무엇인지부터 언급을 해야겠다. 나도 사실 책을 통해 처음 안 지식콘서트였는데, 각 방면의 혁신적인 인재들이 나와, 창의력과 융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지식 토크라고 정의하면 될 듯싶다.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은 항간에 인기를 끌고 있는 철학자 '강신주'를 필두로, 일러스트레이터 '밥장', 음식 인문학자 '주영하', 로보티스 수석연구원 '한재권', 제일기획의 '김홍탁' , 다음소프트 부회장 '송길영' 등등을 포함한 13명의 창의적이고 융합형 인재들이었다. 그들은 나와서 강연을 하고, 챕터가 끝날 때 방청객의 질의를 받은 것과 강연자들끼리의 대담을 싣고 있는 구성이었다.   


 책이 내포하고 있는 주제는 여러 가지지만 크게 보면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 전문적인 사고도 중요하지만 종국에 가서는 전문성보다는 융합형 인재가 크게 주목받는다는 것, 두 번째는 그런 융합적 사고력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그들이 전개하는 논리가 기존의 강연에서 볼 수 없었던 참신함으로 융합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 그것은 즉 그들의 창의력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각양각색이다. 인문학자, 철학자, 과학자, 예술가, 음식문화학자, 기업인 등등 그들이 만나서, 그들만의 창의적인 언어로 인문과 기술에 대한 융합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이 이 책의 모토였다. 아니 굳이 인문과 자연과학으로 나누는 것이 아닌 예술과 사회, 과학, 등 등 모든 것에 대해서 융합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실태는 인문사회에 나온 사람과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 간의 행보가 뚜렷하다. 솔직하게 말해서 사람들은 이공계에 대해서 더 높이 치고 더 높이 인정해주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너도 나도 이공계를 진학하려고 노력한다. 국가는 6차 교육과정에서 통합형 인재를 추구하였다면, 7차부터는 전문형 인재를 추구하며, 인문계 학생에게는 과학을 가르치지 않고, 이공계 학생에게는 사회와 역사를 가르치지 않았다. 이공계에 진학한 학생들은 인문계 학생들을 바라보며 '현실성 없이 뜬구름 잡는 이상주의자'들이라고 폄하한다. 인문계 학생들은 자연계 학생들을 바라보며 '교양 없는 속물 현실주의자' 들이라고 비난한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은 상호 보완적이어야 하며, 그 중심에는 인간이 있어야 한다. 인문이란 학문은 결국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과학과 기술은 원천적으로 인간을 좀 더 풍요롭게 살기 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문이다. 고대에는 이런 인문과 과학기술을 나누지 않았었다. 플라톤은 철학자로 잘 알려졌지만 사실 플라톤은 수학자이기도 했다. 그가 만든 대학 아카데미아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기하학을 모르는 자 이 문에 들어오지도 말라.' 서양 사회의 발전 내부에는 인문(철학)과 자연(수학)이 공존하고 있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를 들어보면, 얼마 전 드라마에서 방영된, 정도전, 그리고 명량의 이순신, 성군이라 불리는 세종대왕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정도전은 고루한 유학(인문학)만을 한 학자가 아니었다. 그는 군사학에 대한 저술을 남겼으며, 한양을 축성할 정도로(기술) 기술적인 면에도 관심을 가진 다방면적인 인재였었다. 세종대왕 역시도 마찬가지다. 세종은 경학(인문학)에도 밝았으며, 경학을 바탕으로 한 수학 교육에도 중점을 뒀고, 기술의 발달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군주였다. 그 결과 장영실을 필두로 한 세종의 기술자들은 조선의 기술을 드높였고, 세종의 인문학자들과 세종은 한글이라는 문화유산을 만들 수 있었다. 인문과 자연의 두 치적이 만나서, 세종은 조선의 르네상스를 일궈냈었다. 그것은 세종이 생각하고 있던, 인문과 과학 기술에 대한 융합의 힘이었다. 조선 후기의 정약용 역시도 다방면적인 저술에서 인문학적인 소양을, 그리고 화성 축조를 비롯한 다리 건설 등에서 기술적인 면모를 보여준 융합형 인재였었다.

 이순신 역시도 마찬가지다. 다들 이순신을 무인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이순신은 무인이기 이전에 문인이다. 그는 문과를 준비하던 선비였었으며, 무인이 돼서도, 선비 때 학습하던 유교의 사상을 버리지 않고 활용하였다. 당시의 무관들이 책을 가까이하지 않고, 문을 가까이하지 않을 때, 이순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순신은 인문정신으로 스스로를 무장했으며, 자신의 기술력을 응용하여 거북선을 강화했고, 그 결과 임진전쟁에서 혁혁한 성과를 보일 수 있었다. 그것 역시도 문과 무의 결합, 그리고 인문과 기술의 결합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 사회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이 책에 나온 명사들의 이야기를 잘 보면, 그들에게서 볼 수 있는 점이 바로 융합적인 관점이었다. 그들이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관점으로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의 가장 원동력은 고정된 관점이 아닌 지식과 지식 간의 유연한 관점, 관념과 관념을 넘나드는 그런 융합적인 관점이었다.

 교훈적인 내용을 떠나서, 내가 흥미 있게 봤던 점은 역시나 내가 가장 부족한 분야인 과학 기술자들의 연설이었다. 나는 특히 로봇 시대에 대한 말씀을 하신 '한재권 로보티스 수석디자인'의 강연이 재미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생명공학과 윤리에 대해 말씀하신 '박태현 교수'님의 말씀도 의미 있게 들었었다.

 특히 놀랐던 점은 다음 소프트의 부사장인 '송길영'씨의 강의 챕터에서, 설명 방법이나 마인드가, 굉장히 참신하다는 점을 느꼈다. 일례로, 한 청중객이 구글과의 비교를 이야기하자, 구글을 따라가고자 하는 마음도 없으며, 구글은 구글이고 다음은 다음이니, 인간 중심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대답에서 자신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인문 분야 쪽의 강연으로는 '윤경로' 님의 글로벌 인재에 대한 이야기가 귀감이 됐다. 듀폰이라는 글로벌 기업에서 아시아 인사팀을 담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인재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질은 좋은데 획일적인 교육과 주입식 교육 때문에 창의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특히 이분께서 이스라엘 영재교육센터 이사장이자, 세계 영재 국제 네트워크 설립자인 '헤츠키 아리엘리'에게 유대인의 잠재력에 대해 자문을 했는데, 그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치열했고(유대인은 독립된 나라가 없다.), 두 번째는 남다른 교육열이며, 세 번째는 그들이 행하는 탈무드 교육법에 있다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대조를 이룬 것이 바로 저 세 번째였다. 우리나라 역시도 교육열이라면 어느 국가에 뒤지지 않으니까,

 그들은 어릴 적부터 탈무드라는 인문고전을 읽고, 자유스럽게 토의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이것을 '하브두타'라고 한다. 즉 어린 시절에는 부모와 자식이, 커서는 친구와 친구끼리, 그렇게 토의와 토론을 거친 인문고전 교육은 그들의 창의적 사고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는 것이 헤츠키의 논지였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열풍을 맞고 있는 인문고전을 어떻게 소화하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획일적인 지식 습득형 교육에 대해서 안타까움이 일어났었다.

 책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소 과학 기술 영역의 저자들의 논지를 읽다 보면 융합과 통합을 이야기하지만 다소 그들의 영역을 주로 풀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 결론 부에서 황급하게 인문과의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는데, 그런 부분에서 약간의 부조화성을 느끼기도 했었다. 이와는 반대로 음식 인문학자 주영하씨는 자신의 영역인 인문의 영역으로 음식을 고찰하기보단 상반되는 기술적 영역, 김치냉장고를 가지고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전개방법으로 봤을 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쪽이 더 융합적 취지에 옳지 않을까 싶었다.

 두 번째는 개인적으로 강신주씨의 청중 토크를 읽고 싶었는데,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다른 분들은 청중 토크를 다 기록했는데, 강신주씨의 것만 없어서 그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책에 나오는 강연자들은 하나같이 보통의 평범한 마인드를 지닌 사람들과는 구별됐었다. 그 점이 그들의 강연을 담은 이 책에서 생생히 느껴졌었다. 책의 구성과 책의 내용, 모두가 상당히 내실 있다고 생각됐었다. 그냥 일반적인 짜집기 강연록들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공을 들인 부분이 보인 책이었다.


 여러 저자들의 다양한 관점, 그리고 인문학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 것인가에서부터, 차별화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가 갖춰야 할 조건들, 기업을 경영하는 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등 여러 경험담이 이 강연에 녹아 있었었다. 그래서 어느 누구라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 아닐까 싶었다. 더구나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거나 독서에 이제 막 취미를 붙이려는 사람에게 시각적, 구성적 효과가 뛰어난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나는 앞에서 말했다시피, 이런 종류의 짜집기 책을 극도로 싫어하고, 한 저자가 같은 논지로 주제를 전개하는 책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 책은 생각보다, 내가 느낀 것들이 많았었고, 나의 그런 강연집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본 리뷰는 베가북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리뷰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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