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깊은 철학 50 - 세계의 지성 50인의 대표작을 한 권으로 만나다
톰 버틀러 보던 지음, 이시은 옮김, 김형철 감수 / 흐름출판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출판사 측의 배려로, 신간인 철학 개론서를 받아 볼 수 있었다. 제목은 다소 도발적인 <짧고 깊은 철학 50>, 기본적인 개론서 볼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처음에 철학 책들을 볼 때 느낀 점은, 접근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었다. 그래서, 좋은 안내자를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나는 개론서나 안내서를 보는 것을 싫어했었다.
 
그러나 솔직하게 생각해서, 그것은 나의 오만이었다. 어쨌든, 개론서라는 것은 그 분야를 입문할 때 가장 탁월한 책임에는 분명하다. 좋은 개론서의 요건은 이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짧아야 하고, 나름 중심 논제를 벗어나지 않아야 하며, 주제에 관해서는 되도록이면 깊이 있게 다뤄야 한다. 그러나 시중에 나온 인문 교양서들은 이런 좋은 조건을 갖춘 책을 만나기란 드물다. 그저 상업적인 인문학 붐에 이끌려, 영혼 없는 말들을 보기 좋게 포장한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책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좋은 안내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겠다. 철학이란 학문, 특히나 여러 사상가들의 논의를 짧은 글로 표현하기란 솔직히 내공이 필요하다. 나 역시도 여기에 나온 저자 중, 이마누엘 칸트, 헤겔, 하이데거의 책을 생각 없이 봤다가 멘탈이 급격하게 붕괴된 경험이 있다. 따라서 이 책을 볼 때, 내가 과문해서 이해하지 못한 사상가들을 중점으로 봤었다.
 
일단 이 책은 부담감이 없어서 좋다. 철학이라는 아주 난해한 학문을, 부담 없이 서술하려는 저자의 노고가 엿보였었다. 서술 자체에서 최소한의 전문 용어를 쓰기 위해 노력했고, 부득이한 철학 용어들은 맨 뒤에 단어를 설명하는 부분으로 보완했다.
 
책의 구성은 50명의 철학자들을 소개함과 동시에 그 철학자들의 저서 중 1권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한다. 대체적으로 철학자의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저서들을 소개하곤 했었다. 그리고 뒷부분에는 '또 다른 철학의 명저'라고 하여, 지면상 다루지 못한 다른 철학자들의 이름과 저서를 짤막하게 다뤄준다. 50명의 철학자와 그 철학자들의 저서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고, 나머지 50명의 철학자들과 그들의 저서는, 짧게 다루고 있다. 즉 토털 100명의 사상가를 다루고 있다고 봐야겠다.
 
 내가 봤을 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현대의 철학자들까지도 포함해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예를 들어보면, 놈 촘스키, <정의란 무엇인가>로 돌풍을 일으켰던 마이클 샌델, 검은 백조 이론으로 예외성에 대한 주장을 제기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그리고 최근 노벨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등등의 현세를 살아가는 철학자들까지도 다루고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나 역시도 사실 철학이라 하면, 고대와 근세를 가장 중시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 책에서 다룬 여러 근대와 현대 철학자들의 사상을 파편적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고, 특히나 내가 알지 못 했던 근현대의 사상가들에 대해서 흥미 유도와, 몰랐던 현대 철학자들의 저서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점이 있었다. 실제로 이 책을 보면서, A.J에이어, 대니얼 카너먼 등의 저서를 위시리스트에 넣어 뒀다. (사견을 달자면 카너먼의 명작 <생각에 관한 생각>에 경우, 번역이 아주 발 번역이라고 한다. 원서를 볼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책의 구성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이 함께 읽을 책이라는 부분, 각 테마별로 철학자의 저서 이야기가 끝나고, 함께 읽을 책이 나오는데, 그 추천 책들 역시도, 이 개론서에 소개된 책들로만 구성됐다. 따라서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보는 것도 좋겠지만, 함께 읽을 책을 따라가면서 필요한 주제, 테마를 정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보통 추천 독서나 같이 읽을 책들의 경우, 너무 많은 책들을 열거해서, 같이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게 만드는 것이 추천 도서 목록인데,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의 제시 방법은 아주 합리적인 구성이라고 느껴졌다.
 
좋은 점을 굳이 더 꼽자면, 이 책의 맨 첫 부분, 감수의 글의 내용이 아주 좋다. 철학이란 학문은 그냥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배우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봐야 하는 학문인데, 특히 이 감수의 말은 철학을 배우려는 초학자들에게 아주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다. 김형철 교수가 쓴 감수의 글인데, 왜 철학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으니, 굳이 꼭 따를 필요는 없더라도 참고하길 권해본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로 단점을 이야기해보자면, 일단 철학의 계보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어쨌든 이런 계보에 대한 부분은 초학자가 보기엔 다소 흥미를 잃을 부분이긴 하겠지만, 무시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예를 들어, 이 책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편을 보고, 느낌이 와서 <순수이성비판>을 무턱대고 사서 보면 사실... 이 개론서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어렵다. (물론 칸트의 저서는 전문인이 봐도 내용 자체가 어려운 책이지만... 일단은 철학의 계보에 관해서 예시를 들고자 하니 이 부분에만 집중해주길 바란다.) 왜냐면 칸트의 저서를 보기 위해서는 데카르트의 저서를 데카르트의 저서를 보기 위해서는 중세는 건너뛰더라도 플라톤의 대표 저서를 봐야 한다. 특히 서양 철학은 이런 '계보' 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다소 이런 부분에서 일반 독자들이 어려움을 느끼겠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계보는 알려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한다. 헤겔을 읽으려면 칸트를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고, 쇼펜하우어 역시도 칸트를 알아야 함은 마찬가지다. 잘 요약되고, 잘 설명하고 압축한 것은 좋지만, 세부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철학의 숲을 조감을 한 번 해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님 적어도 책의 뒷부분에, 최소한의 철학의 계보를 좀 알려줬으면, 어땠을까?라는 부분, 물론 이런 부분은 철학사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겠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마치 가지만 깊고 짧게 알려주려고 노력했지, 나무에 대한 조감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두 번째, 책 제목을 서양 철학이라고 명명하면 어땠을까 한다. 저자는 동 서양의 사상을 밝혔다곤 하나, 동양의 철학자와 철학서가 소개된 것은 공자와 <논어> 뿐이다. 이 부분에서 굉장히 아쉬움을 느꼈다. 서양인의 입장에서 저술된 개론서라서, 서구의 저서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이 부분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의 철학이 물론 오늘날에 공헌한 것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양 철학이 서양 철학보다 못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런 부분에서 이 책은 기존의 서양인들이 가지고 있는 우월주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어쨌든 책 뒷면을 보니 저자는 이와 비슷한 류의 개론서를 테마별로 많이 출간했다. '내 인생의 탐나는 심리학 50' , '내 인생의 탐나는 자기계발 50' , '내 인생에 탐나는 영혼의 책 50' 등등... 그 광고 문구들을 읽어보니, 철학 고전들이 영혼에 책에 속하는 것도 많았고... 분류에 대한 모호함이랄까, 아무튼 그런 느낌도 들었다. 이 책은 제목을 달리해서 나온 것이지만, 사실상 '내 인생의 탐나는 철학 50'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그래도 예전에 가지고 있다가 되팔아버린 <절대지식 ~ > 시리즈 개론서보단 훨씬 좋다. 비교해보자면 절대지식 시리즈는 무슨 백과사전과 같은, 딱딱함이 느껴졌는데, 이 책은 그런 딱딱함은 없었고, 가볍다는 점 역시도 돋보였다.
 
아무튼 나름의 한계가 있더라도, 괜찮은 철학의 안내 서적이 나온 것 같다. 부담 없이 선현들의 사상을 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본 리뷰는 흐름출판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리뷰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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