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우현주 옮김, 김상근 해제 / 살림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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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연휴의 대부분을 마키아벨리와 보냈다. 새로 번역된 <군주론>을 깊이 있게 독서했고, 이 책 <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와도 같이 보냈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의 후대 저작 중 하나고, 역사적 인물에 대한 짧은 생애를 서술한 책이다. 카스트루초는 실존 인물로, 마키아벨리의 조국 피렌체를 침공한 용병 대장이자 군주였다.

 

마키아벨리의 저작은 굉장한 특징이 있다. 첫 번째로 그의 의도를 숨겨놓는 필법이 그것이고, 두 번째는 사실 관계에 대한 과장과 축소가 나타난다는 점, 세 번째로는 작품 내에서 대립각의 축이 나타나고, 어떤 가치관의 충돌이 항상 보인다는 점이 그 특징이다.

 

이 작품 역시도 그렇다. 책은 실존 인물인 카스트루초를 객관적인 묘사로 사실 그대로의 그를 그린 것이 아닌 허구를 집어넣은 책이다. 즉 사실로서도, 주관적으로서의 역사서도 아닌, 말하자면 마키아벨리가 각색한 카스트루초의 역사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용은 사실 단순하다. 비범한 카스트루초가 용병 대장으로 활동하다가, 본국 루카를 장악하는 과정, 그리고 옆 도시인 피사와 피스토니아를 점령하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폴리의 지원을 받은 피렌체군을 섬멸하며 반도의 통일을 꿈꾸지만, 결국의 포루트나(운명)을 극복하지 못하고 병사하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에 카스트루초가 양아들에게 말하는 유언 그것은 바로 마키아벨리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는 것이었다.

 

 물론 읽으면서 우리와는 다른 문화와, 이탈리아 특유의 지명과 인명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 지식이 없어서 잘 읽히진 않았는데, 다분히 마키아벨리가 쓴 의도나 이 책을 통해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이해할 수 있었다.

 

김상근 교수의 해설은 뭐 무난했는데, 개인적으로 잘 못 느꼈다는 부분이 한국의 현실론적인 눈으로 마키아벨리의 이상적인 정치관을 이해하려고 해서 마키아벨리에 대한 오독과 편견이 생긴다.라고 한 부분.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이상론적이고 관념적인 눈으로 마키아벨리의 현실론적인 사상을 이해하려고 하니, 오독의 여지가 있다고 말이다. 이 부분은 사실 이번에 이 책과 더불어 봤던 새로운 역본 최장집 교수의 <군주론> 해설에 나오는 말인데 개인적으로 이 해설이 더 와 닿았고 맞다고 생각했다. (자세한 논의는 <군주론> 서평에 남기겠다.)

 

그 외 다른 부분들에 대한 것은 무난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포르투나와 비르투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결국 카스트루초는 강한 비르투 (역량을 비롯한, 여러 인간의 주관적인 의지 - 한국어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라 원어로 표기했다. 마키아벨리의 사상 중 가장 중요한 개념 중에 하나다.) 를 가지고 있었지만 포르투나(객관적 운명과 상황, 수동적인 여성성 - 역시 마키아벨리의 비르투와 대립각을 세우는 개념으로 중요한 개념)를 극복하지 못 했다. 김상근 교수는 이 책으로 결국 비르투를 가지더라도 포르투나를 이길 수 없고, 포르투나에 대한 경외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 부분에 동의를 할 수가 없었다. 이 부분은 사실 후대의 자의적인 해석이 분분한 부분인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마키아벨리의 의도를 숨긴 필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밑에 자세히 다룸)

 

 일단은 첫 번째 궁금증, 왜? 그럼 왜? 이 역사적 인물을 이렇게 각색을 해가면서 전하고 싶은 주제는 뭘까? 또 한가지 모순은 우리는 사실 마키아벨리를 전제군주 옹호론자로 이해하고 있지만 그의 주장은 사실 공화주의를 외치고 있다는 점, 그런 면에서 마키아벨리는 '겉으로는' 공화주의자다. (이 부분도 <군주론> 리뷰에서 심도 있게 다루겠다.) 그런 그의 대표적인 이중성을 보인 것이 바로 <군주론>이다. 그러나 그는 군주에게 호의와 희망을 걸었지만 결국 군주에게 불리지 않았고, <로마사논고> - 공화주의가 강하게 표출된 책.을 저술했다. 그런 그가 왜? <로마사논고>를 써 놓고 다시 전제 군주정의 예시 사례인 <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라는 책을 저술하여서, 전제 군주의 표상을 그리는 것일까? <로마사논고>를 저술한 마키아벨리는 스스로 공화주의를 지지한다고 직접적으로 밝혔었는데, 왜 공화주의에 입각한 영웅을 그리지 않았을까?

 

나는 책을 읽으며 정말로 궁금했다. 이 부분은 어느 책, 어느 해설에도 지적하지 않은 부분이다. 그러나 나의 궁금증은 이 부분에서 머물렀었다. 해답은? 아직까지도 나는 마키아벨리의 진정한 의도를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을 보면 볼수록 카스트루초는 마키아벨리가 선호하는 공화주의가 아닌 강력한 전제 군주의 모습이었다.

 

책의 영웅은 사실 '체사레 보르자'와 너무나도 비슷했다. 즉 <군주론>의 모범적 모델, 실존적 인물의 모델이 바로 '체사레 보르자' 라면, 마키아벨리만의 관념적이지만 이상화된 모델은 바로 '카스트루초' 라는 셈이다. 카스트루초는 많은 면에서 체사레 화가 됐을 정도로 마키아벨리는 각색시킨다. 책의 카스트루초의 면모를 자세히 살펴보면 체사레 보르자의 일란성 쌍둥이라 할 정도로 닮아 있다는 점.

 

과연 <군주론>으로 실패하고, <로마사논고>로 공화주의를 열망하던 그가, 왜 다시 <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를 저술하면서 다시 전제 군주의 롤모델을 제시하고 보이고 있는 것인가? 이 부분에서 나는 과연 대체 마키아벨리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꼬이고 꼬인 마키아벨리의 알 수 없는 얼굴에서 나 역시도 매력을 느껴, 그를 좋아하는 것이라는 것도 생각해봤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군주론>에서 마키아벨리는 분명, 포르투나는 인간의 대부분을 관여할 수 있다. 하지만 비르투를 통해서 포르투나의 홍수를 예비할 수 있다. 따라서 그는 포르투나와 비르투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은 반반이라고 정의하며, 비르투를 갖추고, 포르투나의 홍수를 대비할 것을 주장했다. 다소 포르투나의 영향력에 대해 비르투의 역량을 강조하고 예방할 수 있다는 신념이 담긴 것이 <군주론>의 주장이다. 

 

그러나 <군주론>의 역사적 사례로 든 체사레 보르자는 결국 포르투나에 굴복했었다. 강한 비르투를 가지고도 실패했는데, 그럼 마키아벨리가 후대의 이상향으로 꼽은 카스트루초의 경우는 얼마든지 각색하여서 비르투로 포르투나를 이길 수 있는 스토리를 쓸 수 있었다. 진정 그가 <군주론> 본문에 입각한 비르투에 대한 가치를 드높이려면, 얼마든지 카스트루초의 일대기를 통해, 그 이상향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는 애당초 이 책에서 카스트루초에 대한 삶을 진실적으로 규명하지 않고 앞에서 밝혔다시피 자신의 생각에 따라 '각색'을 시도했기 때문에 책의 결론 따위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체사레와 같이 카스트루초도 결국엔 강한 비르투를 가지고도 포르투나를 극복하지 못하여 죽는, 비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뭘 의미하는 걸까? 군주론의 본문에서 주장했던 비르투와 포르투나의 관점과 실제 영웅 체사레와, 각색한 영웅 카스트루초의 묘사에서 나오는 주장(비르투와 포르투나에 대한 관점)은 전혀 상반된다. (물론 체사레의 경우는 실제 사례를 그대로 쓴 것이라 논외로 친다고 쳐도), 과연 그의 의중은 무엇일까? 그는 비르투로 포르투나를 최소화할 수 있고, 대비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다고 하는 인간의 의지를 중요시한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로 운명론자의 모습인 건가?

 

 분명히 책은 <군주론>의 이상적인 롤모델을 써 놓은 전기가 맞다. 따라서 <군주론>의 후속편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두 책 모두 마키아벨리가 지향하는 강력한 군주에 대한 논의가 담겨있으니까, 그러나 같은 사상을 지닌 두 책에서도 마키아벨리는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며, 과연 어디에 진실을 숨겨놓고 있는지는 독자의 몫으로 돌려놓고 있다. (이것은 모든 마키아벨리의 저서에 나타난 부분이다.)

 

책은 다소 작고, 적다. 그리고 담긴 내용에 비해서는 비싼 편이다. 147쪽에 11800원... 상당히 비싼 책임에는 맞다.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이라서 국내 최초 번역이라 하는데, 이건 틀린 말이다. 국내 최초의 원전 번역이라 해야 옳다. 왜냐면 옛날에 범우사에서 군주론의 부록에 카스트루초의 이야기를 담아서 냈기 때문이다. 물론 이중 번역본이겠지. 아무튼 이런 광고 문구에서도 아쉬움을 느꼈지만, 나는 이 책을 구매했다. 이탈리아어 원전 번역본이고, 예전의 카스트루초 이야기보다도 훨씬 가독성이 좋았기 때문에 예전 판본보다 이해하기도 더 수월했다.

 

책을 읽고 나서 마키아벨리의 초상을 봤다. 야릇한 미소를 띠고 있는 그. 과연 그의 진심은 무엇인 것일까? 한 권의 책 사이에도 모순적인 부분을 서술하고, 책과 책 사이에도 모순적인 부분을 제시하며, 전혀 다른 사상의 책을 내면서 어디에 진심이 담겨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 것. 그것은 마키아벨리의 저서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임에 틀림없다.

 

사실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그리고 사실 좀 재미는 떨어진다. 하지만 <군주론>과 이 책의 역학 관계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왜 이 책을 저술했나? 과연 이 책으로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을까에 대한 부분을 생각한다면(김상근 교수의 해설이 있지만 사실 마키아벨리의 본심에 대해서 너무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생각됐다. 르네상스 시대의 객관적 분석은 일리 있으나, 마키아벨리의 주관적 해석 부분은 따르지 않고 참고만 하길 바라는 바다) ,쉽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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