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 정치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책, 최장집 한국어판 서문 최장집 교수의 정치철학 강의 2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최장집 한국어판 서문, 박상훈 옮김 / 후마니타스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의의가 있는 책이다. 일단 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매우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다. 중학교 때, 손무의 <손자병법>에 빠져있었다면, 고등학교 때는 <군주론>에 빠져있었다. 그만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나에게 있어서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책 중 한 권이다.

 

내 서재에 있는 책들 중 가장 많이 봤던 책이며, 가장 많은 손때가 묻은 책이 바로 강정인 역본의 <군주론>과 김원중 역본의 <손자병법>이다. 어쨌든 두 책의 성격은 지극히 현실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으며, 관념적인 철학서들의 말장난 놀음에 비해 두 책은 명확하고, 인간에 대한 돌직구적인 성찰을 보이고 있는 책이다.

 

 우리 나라의 학계는 지금까지 번역을 위한 번역서들만 존재했었다. 사실 고전이라는 것이 일차적인 문제는 정확한 번역을 위한 논의가 급선무고, 그런 번역의 노하우가 집중됐다면, 그 번역을 토대로 한 학자들의 주관적인 현대화적 해석을 보여줘야만 한다. 그리고 학계 간에서 새로운 해석이나 동향 등을 최대한 친절하게 독자들에게 이해시켜, 전반적인 인문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 학자의 의무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직까지 서양 고전은 좋은 번역서들이 대거 번역되지도 못했으며, 번역된 고전들도 원전 번역이 아닌 이중 번역이 대다수다. 따라서, 안 그래도 어려운 고전을 더 힘들게 읽고 있다. 동양 고전은 이보단 낫다. 최소한 한자문화권인 우리 문화 덕택에 전공자들도 많고, 번역서들도 대거 등장했다.

 

그러나 동양 고전 역시도, 아직도 자구 풀이의 의한 해석에 의한 해석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학자들이 쓴다는 현대화된 고전의 해설서들은 고전이 가지고 있는 깊은 철학적 베이스를 기초로 한 해석이 아닌 일반론적인 내용을 가지고 그저 상술에 입각하여서, 얕게 쓰는 경우가 대부분 작금의 현실이다. 이 원인에는 인문적 인프라를 정책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정부의 문제도 있겠고, 돈이 되지 않는 학문은 기피하고자 하는 소명의식의 부재도 있다.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들은 웬만한 고전은 자국의 언어로 번역이 다 돼있는 실정이다. (솔직히 이중 번역본 대부분은 일본에서 번역된 책이다. 이 부분만 봐도 우린 지금 엄청난 문화적 약소국 가임을 인정해야 한다.)

 

<군주론> 역시 마찬가지다. 엄청 유명한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오역과, 언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번역, 그리고 심지어 이 유명한 고전조차도 이중 번역본이 판치고 있었던 것이 얼마 전이었다. 그래서 강정인 교수가 소명의식을 가지고 <군주론>을 번역하고 번역하여,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이탈리아어 원전 번역 <군주론>을 가질 수 있었다. 수많은 <군주론> 번역서 중에서 까치 출판사의 강정인 <군주론>이 돋보이는 이유는, 그런 열정과 더불어, 똑바로 된 정본을 확립하게 됐다는 것에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아직까지도, 마키아벨리의 사상적 측면이나 깊은 철학적인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아직도 <군주론>을 처세학의 교본, 간사한 기회주의자들의 교본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보고 있으며, 얕은 잔꾀와 부정적이고 염세적인 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런 주장과 맞서서, <군주론>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입장도 있다. 그들은 그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텍스트적인 처세학 내용에만 집중하여, 성급한 일반화로 현실성을 이야기하며 주장하는데, 사실 <군주론>이 현실적인 책임은 맞으나, 왜 현실적인 책인지, 어째서 마키아벨리의 사상이 그러한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이 출간됐다. 나는 <군주론>을 많이 읽어봐온 입장으로 (아마 손자와 더불어 100번 이상 읽은 책은 두 책이 유일할 것이다. 예전에는 책 읽는 것에 집착하여 횟수를 기억했는데 100번 넘어가고 나서는 무의미하고 진득한 독서에 방해만 되는 것 같아서, 그다음부터 회독할 때는 세지 않았다.)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군주론>을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웬만한 출판사의 <군주론>을 다 봤었고, 관련 서적이나 <군주론>에 입각한 처세서들도 거의 다 봐 왔었다. 그런데도 사실 <군주론>은 힘들었고 알아가기 힘들었다. 심지어는 정본이라 불리는 강정인 본 <군주론> 역시도 가독성 부분으로 볼 때,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이 책은 사실 이탈리아 원본을 저본으로 한 것 같지는 않다. 영역본을 많이 참고했을 것이다. (참고도서에 영역 본과 이탈리어본 두 개를 다 참고해서 번역했다고 하나, 사실 역자의 약력을 봤을 때, 영역본에 무게를 두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판본들보다, 더욱더 의미가 명확하고 특히나 마키아벨리 사상에 중요한 단어들의 개념 정립과, 번역이 주는 미묘한 단어들까지도 하나하나 고찰해가면서 책을 번역했다.

 

게다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모두 긁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군주론>을 읽어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몇 가지가 있였다. 우선 마키아벨리는 글을 아주 짧게 그리고 강하게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수많은 대명사가 등장한다. 따라서 이 대명사가 지칭하는 대목이 굉장히 헷갈리고 이 부분에 있어서 장과 장 사이를 넘나들며 지칭하고 있기 때문에 글이 짧더라도, 이해하기가 굉장히 힘들었었다. 이 부분은 마키아벨리의 필법이 주는 어려움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군주론>은 이 대명사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괄호를 통해 지칭하는 바를 알려준다. 따라서 한층 더 이해하기가 편리하게 구성됐다.

 

더불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원전의 단어를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비르투와 포르투나, 네체시타, 프루덴차 이 네 가지의 개념은 마키아벨리의 사상에서 가장 핵심적이다. 그러나 한글로 표현하기가 참 어려운 단어들이다. 특히 앞에 저 비르투와 포르투나는 책의 핵심 중 핵심인데, 우리나라의 많은 역본들은 저 단어들을 역량, 운명으로 번역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미묘한 어감 차이가 있는 단어들이 원문에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기존 역본들이 저지르고 있는 실수들을 모두 열거하며 상세하고 좀 더 세심하게 단어를 선별하여 번역하고 있는데, 굉장히 의미가 더 와 닿았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배경 지식이다. 이 책은 사실 그냥 봤다간 그대로 멘붕당하기 쉬운 책이다. 마키아벨리의 시대 상황을 알고, 그리고 숱한 역사서에 인용된 영웅들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지식은 알아야만 수월하게 책이 읽히는데, 기존의 역본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짧게만 언급하고 지나친다. 그러나 이 책은 상세한 인물 풀이를 시도하고, 또 전체적인 시대를 조감하며 설명해주기 때문에 (물론 자세하진 않지만, 이런 시도가 괜찮았다.) 책의 이해를 한층 더 돕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풍부한 이탈리아의 사진 지도 자료들과 세력들에 지도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곁들였다.

 

박상훈 교수의 번역적인 장점을 총론 하면 '가독성' 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책을 가장 빛나게 하는 부분은 책의 해설이다. 최장집 교수의 해설은 그 어떤 <군주론>의 해석보다도 깊고, 가장 최근의 학계의 논쟁들까지 알기 쉽게 잘 설명해서, 서구나 다른 나라에서는 군주론이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마키아벨리를 왜 오인하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들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었다. 인상 깊었던 말은, 마키아벨리를 우리는 전제 군주제를 찬동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다. 나도 솔직히 궁금했다. 왜냐면 나는 <군주론>을 봤을 때에는 마키아벨리가, 군주정을 옹호하는 것 같았는데 뒤의 저작인 <로마사논고>를 볼 때에는 '공화주의를 지지한다.'라고 주장하니, 도대체 어느 모습이 마키아벨리의 모습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었다.

 

책에선 이렇게 해설했다. '군주론 어디에도 마키아벨리가 군주정을 지지하고 체제를 옹호한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로마사 논고에서는 직접적으로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는 공화주의자였지만, 그가 처한 현실적 불가피성(네체시타)을 인식하고 그 해결방안으로 최적의 군주정에 대한 논의를 책으로 만든 것 뿐이었다.(프루덴차)

 

물론 네체시타와 프루덴차는 군주론의 개념인데, 내 임의대로 마키아벨리에 덧씌워본 해석이다.(결론 부분에 상세하게 설명해 보겠다.) 그럼에도 의문이 남는 것이 오전에 작성한 <카스트루초의 생애>에서 밝힌 바와 같이 도대체 그는 왜 <로마사논고>에서 공화정을 주장했으면서 그 뒤의 저작인 <카스트루초의 생애>의 주인공은 전제적 군주정의 주인공을 저술하고 있는가? 이것은 정말로 모순된 부분이었다. (아직도 이 부분이 참 궁금하다 그의 의중은 뭘까.)

 

아무튼 공화주의에 대한 그의 해석을 가지고도 의견이 분분했는데 케임브리지학파는 마키아벨리를 키케로적 (귀족적) 공화주의라고 해석하고 있으며 다른 소정의 학자들은 민주적(시민적) 공화주의로 해석하고 있었다. 이런 학계적인 동향은 사실 소명 학자들이 좀 더 대중에게 연구 결과에 대해서 알려주고 지식을 공유해야 시민들의 인문적 지식이 높아지는데, 기존의 학계는 그런 전문적 지식은 그들만의 언어와 그들만의 시각으로 공유하고 그들만의 학문을 해 왔던 게 사실이었다. 그런 사태에서 이런 심도 있는 해석과, 현대의 해석론에 대한 동향은 정말이지 돋보였었다. 신선한 해석이나 여러 부분에 대해서 나는 더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이랬다간 글만 길어질 것 같아서 자제한다. 아무튼 초독 상태로 이 해설을 보기엔 무리가 많지만 어느 정도 마키아벨리의 사상에 대해서 알고 있는 독자라면 최장집 교수의 해설에서 많은 놀라움을 발견할 것이다고 확신한다.

 

사실 리뷰의 초점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내용적으로도 마키아벨리 사상에서 느낀 점도 많았고, 이 책 자체의 의의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었고, 우리나라의 고전계에서 내가 봤을 때, 큰 획을 그은 번역본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언급도 하고 싶었다. 어쨌든 그 큰 획에 대한 부분은 장황하게 설명을 했으니 이제 내용적인 부분으로 느낀 점을 짧게 서술하고자 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주제는 뭘까? 솔직히 쉬워 보이고 잔인해 보이고 처세학적인 책임에도 불구하고 주제를 정의하기가 굉장히 힘들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보며, 비로소 한 가지로 <군주론>의 주제를 정의할 수 있겠다.

 

'포르투나의 압박에서는 어쩔 수 없는 네체시타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군주(개인)이라면 그런 네체시타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것을 프루덴차로 풀어나가야 하며, 그 프루덴차의 원동력에는 결국 비르투가 존재해야만 한다.'

 

포르투나는 객관적 운명, 조건, 수동적 영향, 여성성을 상징하고

비르투는 이와는 반대로 인간의 주동적인 역량, 의지, 힘, 남성성을 상징한다.

네체시타는 어떤 일에서 파생되는 불가피한 일을 뜻하고

프루덴차는 그 불가피성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식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대처하는 실천적 이성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상, 모략적이고, 음험한 사상의 군주론의 부분은 네체시타에 대응하는 프루덴차의 일부분에 불과했다는 걸 느꼈다. 실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네체시타에 대응하는 프루덴차는 여라 가지의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인자한 방법을 써야 할 때는 인자해야 하며, 잔인해질 때에는 잔인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간사의 보편적이고 역사적 관점을 봤을 때 잔인한 방법을 행해야 했던 것이 더 많았고, 기존의 세속은 그 가치에 대해 부정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군주론>을 통해서 그 부분을 소상하게 밝히려고 했었다. 이런 부분으로 볼 때, 우리가 이해했던 마키아벨리의 모습은 그가 주장했던 프루덴차의 한 방법 중에 하나가 아닐까?

 

그의 책의 가장 모순된 점, 1장부터 25장까지는 혐오스럽고 차갑게 논의가 전개되다가 26장에는 굉장히 뜨거운 기운으로 열변을 토한다. '이탈리아를 야만인들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는 권고' 이 장에서 마키아벨리는 열변을 토한다. 자기가 지금까지 냉소적으로 이야기하고 혐오스럽게 이야기 한 것은 강력한 조국 이탈리아의 통일을 위해서였다고, 그렇게 부르짖는다.

 

그것은 공화주의자인 마키아벨리가 현실론적으로 메디치가의 참주가 결정됐다는 사실(네체시타)를 인지하고 그 군주를 위해, 혹은 백번 이타적으로 생각하여 스스로의 정치 복권을 위해,(사실 둘 다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군주제에 대한 논의를 <군주론>에 담은 것이었다.(마키아벨리의 프루덴차)

 

<군주론>의 모순, 마키아벨리의 공화주의자가 외치기엔 너무나도 모순적인 책. 그래서 그의 대표적인 사상을 담은 <로마사논고>보다도 더 가치있게 돼버린 <군주론> 그 <군주론>때문에 숱하게 오인받아왔고, 오해받아온 그

 

그러나 <군주론>은,

 

그의 불행한 운명(포르투나)에 대응하기 위한 마키아벨리 스스로의 의지(비르투)였다.

설사 관직을 잃고, 매국노로 찍히며, 교형을 당하면서까지 불행을 겪고 무직자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생계가 불투명해진 그였지만,

 

조국 이탈리아가 프랑스와 에스파냐, 그리고 독일로부터 찢겨 울부짖고 시름하는 그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그만의 공화주의적 가치를 담은 책과 그의 사상과는 다르지만 참주의 가치를 담은 책 두 권을 저술했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 두 권의 책은 모순되지만, 그 두 권의 책을 쓸 만큼 마키아벨리는 조국에 대한 신념이 뜨거웠다. 그것은 그의 비르투였고, 그것은 그의 최선의 프루덴차였다.

 

고전이란 이런 깊은 철학적인 사상이 담겨있다.

이런 깊은 이해 없이 자구 풀이를 가지고 일반론적으로 성급하게 풀이한다는 것은 텍스트를 오독하는 것이고, 그것은 고전에 대한 무례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그래서 가치가 있다.

한층 더 발전된 번역서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서,

그리고 또 이 책에서 참고했다는 곽준혁 교수의 <군주론> 해설서인 <지배와 피지배> 역시도 관심이 갔다. 곽준혁 교수는 일반적 학계의 논리보다는 스스로의 관점에 입각한 해석을 시도했다고 하는데, 나는 이런 부분에서 굉장히 발전된 우리나라의 인문주의를 느꼈다. 반드시 저 책도 사서, <군주론>과 함께 찬찬히 음미하며 사색하며 생각하며 읽어보고 싶다.

 

지금까지 내가 읽어온 <군주론>에 대한 체계를 정리해보면 이렇게 추천하고 싶다. 먼저 마키아벨리의 평전을 한 권 읽기를 바란다. 무조건적으로 읽어야 한다. 시대상황을 모르면 <군주론>의 논의를 따라갈 수가 없다. 평전을 다 읽으면 이 책의 <군주론> 텍스트를 읽기를 권한다. 찬찬히 읽으며 <군주론>의 내용을 음미한다. 해제는 텍스트를 다 읽고 나서 읽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강정인본의 <군주론>과 곽준혁 교수의 <지배와 피지배>를 동시에 읽길 권해본다. 이 정도의 심화 독서가 이뤄지면 적어도 마키아벨리의 사상에 대해서 오독하거나 오해하는 우를 범하진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일전에 나는 <손자병법>의 해설서, 리링 교수의 <유일한 규칙>을 리뷰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받았던 충격, 병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조예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 나는 겸손해졌었다. 그리고 그의 책에서 배운 것들이 아주 많았다. 국내에서 출간된 <손자>는 많고 많지만, 내가 볼 때 그 책만이 가치가 있었었다. 국내의 책들은 아직도 번역적인 부분에서 싸우고 있는데, 그 책은 한층 더 나아가 해석학적인 부분과 고문적인 부분까지 고찰하고 있었고, 독자적인 해설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책을 스승처럼 생각하고 있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또 다른 필독서인 <군주론>에서 이렇게 좋은 해설과 역본이 나왔다는 것은 정말이지 기뻤다. 더구나 유럽이나 다른 학자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이런 번역과 해설을 달았다는 사실에 나는 무한하게 자부심을 느꼈었다.

 

끝으로 한 가지만 언급하고 싶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현실의 정치에 가치에 대해서 생각을 하며 읽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정치서고, 현실 정치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현실 정치와 너무 동떨어진 내용이라면 그것은 고전이더라도 가치가 떨어진다. 그러나 이 책은 현실 정치에 대해서도 많은 시사점을 남기는 책이다. 따라서 책을 보며 지금의 대한민국의 정치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많은 부분이 보였다. 명분과 도덕주의에 입각한 우리나라의 정치가 보였다. 마키아벨리가 토로하던 부적절한 상황들에 대해서도 현실의 가치에 비춰서 생각도 해 봤다.

 

가장 마음에 와 닿던 말은 마지막 장이다.

 

이탈리아인을 검투사로는 1:1 싸움으로는 강한데, 뭉쳐 놔서 전쟁을 하면 다른 군대에 비해 약하다. 이 뜻은 민중은 좋은 자질이 있으나, 항상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군주는 등장하지 않았고 그것은 모든 민중을 타국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가 생각났다. 개개인이 뛰어나지만... 군집성에서는 약한 부분. 그리고, 지금의 우리의 리더십이라는 가치에 대해서도, 누구나 리더를 꿈꾸고 되려고 하지, 내실 있는 리더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는 사람은? 과연 이 시대에 몇이나 존재한단 말인가? 그 부분도 깊이 생각했었다.

 

 

여러 가지를 느낀 책이다.

아주 좋은 번역, 그리고 아주 좋은 해설, 흠잡을 곳이 없는 군계일학의 책이다. 단 한 가지 흠을 잡자면, 책의 퀄리티가 내용과 해설을 못 따라간다. 이런 책은 응당 양장으로 내야만 한다. 쓸데없는 잡서들보다 이런 내실 있는 책을 양장으로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다소 실망스럽게 나온 책의 퀄리티 때문에 나는 이 책에 겉지를 씌웠다. 그만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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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7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리군 2014-05-07 14:59   좋아요 0 | URL
아 예 ㅎㅎ... 괜찮습니다. 가급적이면 http://blog.naver.com/bosom86/209407194 이쪽으로 노출해주셨으면 합니다 ㅎㅎㅎ... 제 개인블로그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