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한 반격의 기술, 오자서병법 Wisdom Classic 11
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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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책이었다.

 

일단 최근에 발간된 신간이고, 책의 제목과 책이 다루고 있는 병법이란 부분이 내 관심을 끌었다. 토요일 약속한 지인을 기다리면서 오프라인 서점에서 봤던 책인데, 신간에 눈을 잘 돌리지 않는 나였지만, 새로운 병법서인 <오자서 병법>에 대한 책이라서 너무 흥미가 갔었다.

 

지인과 만나면서도 머릿속에는 계속 책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손자병법>으로 유명한 손무와 오자서는 합려왕을 보필한 쌍두마차 명신이었다. 그런 오자서의 병법서라니, 국내에서 발간된 동서양의 병법서는 다 사 본 나였으나, 저 책은 처음이었다. 원래 병학에 관심이 많았던 나라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지인과 약속 도중 양해를 구하고 서점에 가서 책을 구매했다. 참고로 같이 만난 지인 형도 인문학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책에 굉장한 흥미를 보이고 같이 샀었다.

 

이 책이 내 관심을 끈 이유는 3가지다. 첫 번째,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오자서병법>에 대한 책은 전무했는데, 새로운 병법서를 만났다는 그 즐거움이 가장 큰 목적이었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책의 서문에 있었다. 나는 이 책의 서문을 읽고 순간 이 사람이 내 머릿속을 훔쳐봤나 싶었다. 일전에 내가 아쉬워하단 새로운 고전의 발굴에 대한 내용이 서두에 있었다. 저자는 인문학자들이 병법으로 치면 너무 <손자병법>에만 편향된 번역을 보이고 있다는 아쉬움에, 새로운 인문학 텍스트를 발굴해 대중에게 소개를 하는 것 역시도 인문학자들의 소양이라는 것인데 그러지 못한 현실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 책을 소개했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병법에 대해서, 이 사람이 서두에 말하길 병법은 기본적으로 '속임수'라서 인생에 필요는 하되 말을 타고 전쟁이 끝났으면 말에서 내려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논의를 펼치고 있는데, 이 역시 내가 병법을 삶의 지표로 삼고 살아오면서 느꼈던 한계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었다.

 

고전에 대한 아쉬움 http://blog.naver.com/bosom86/206417718 

병법의 한계 http://blog.naver.com/bosom86/206693808

 

두 글에 대한 링크는 다음과 같다. 아무튼, 저자의 이런 사상이 마음에 들어서, 신간임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에서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흥분된 마음으로 책을 어제 읽어나갔다.

 

일단 이 책을 읽어 본 느낌은,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이 컸다. 책의 구성은 3장으로 나눠있다. 1장은 저자가 <오자서병법>을 보고 풀이 한 개론적인 내용이다. 그리고 2장은 <오자서병법>을 잘 이해한 하수, 중 수, 상수, 고수 4명의 위인을 예시를 드는데, 이 2장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거기다 하수는 유비, 중수는 주원장, 상수는 유방, 고수는 모택동 등 중국의 창업자들을 예시를 들었는데, 저기서 나의 경우는 모택동을 제외하고는 빠삭하게 아는 위인들이라, 사실 대충 넘겨가면서 봤었다.

 

책의 가장 핵심은 부록 편인데, 부록에 오자서가 누구인가에 대해서 설명했고, <오자서병법>이 어떻게 발굴되고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간략하게 말하고 가장 중요한... <오자서병법>의 원문과 번역을 모두 완역했다. 즉 부록이 바로 노른자라는 점이다.

 

여기서 딴죽을 걸자면, <오자서병법>의 책은 번역과 원문 포함해서 11장으로 구성됐다. 즉 그만큼 짧은 죽간본을 250페이지로 뻥 튀겨서 낸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이렇게 읽었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고, 부록 편의 <오자서병법>의 원문을 두 어번 읽고 나 스스로 생각하고 음미하고 난 뒤, 저자가 풀이한 1장인 <오자서병법>의 개론적인 내용을 읽었다. 사실 여기까지만 봐도 이 책의 핵심은 다 알 수 있다. 2장은 솔직히 유비, 주원장, 유방의 역사적 사실과 오자서 병법에 입각해 설명하는 부분은 그냥 빠르게 속독으로 훑어나갔으며, 마지막 고수에 있는 모택동의 경우는 가장 지식이 없어서 제대로 정독했었다.

 

일단 <오자서병법>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음양가적인 사상이 많이 가미됐다. <손자병법>의 경우는 음양적 사상이 가미됐더라도, 절제된 모습을 보이는데, <오자서병법>은 그런 부분이 좀 없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그래서 일단 1독으로는 내용 파악에 좀 어려웠다. 대체적인 사상은 기본적 병가 사상과 같았으며, <손자병법>과 같은 내용이 많이 인용됐었다. 중요한 점은 <오자서병법>이 출토된 무덤은 <손자병법>이 출토된 은작산 무덤보다도 더 오래된 무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쉽사리 어느 병서가 위서고 베꼈다는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 물론 시대상으로는 <오자서병법>이 더 빠른 시대에 나왔을 가능성이 높지만(출토된 무덤으로 본다면)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손자병법>은 기존의 병가 사상들을 모두 통합적으로 고찰해 낸 흔적이 보이고 종합론 적인 관점이 보이는 책이었고, <오자서병법>은 그런 흔적이 잘 보이지 않다는 점이 차이지만, 두 사상이 같이 내포하고 있는 부분은 시대적으로 병가 사상이 지니고 있는 공통적인 사상, 즉 시대적으로 통용될 만큼 대세적인 사상이 아닐까 싶었다.

 

1장은 <오자서병법>을 공원국 저자가 스스로 풀이 한 총론격 글이라 할 수 있는데, 약자가 가할 수 있는 반격이라는 주제에 입각해서 풀이하고 있었다.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이 의식됐으며, 약자의 입장에서 강자에게 대응하는 주제의 책들이 요즘 많이 쏟아지는 느낌도 받았다. 그만큼 사회가 각박해지고, 양극화가 심해지니 사회적 저서들 역시도 약자를 위한 전략적인 해석론으로 고전을 풀이하는 게 아닐까도 싶었다.

 

2장은 솔직하게 말해서, 4명의 위인들의 행적을 <오자서병법>에 입각해 평가하는 글인데... 사실 좀 억지성도 느껴졌었던 부분이었다. 더불어, 사실 책의 60%가 이 예시에 활용됐다는 점에서, 그냥 예시를 대폭 줄이고, 부록과 1장만으로 구성해서 책의 군더더기를 모두 빼고, 얇고 값싸게 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물론 이것은 내가 여기에 다루는 영웅들이 익숙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고무적인 부분과 아쉬움이 공존하지만, 오랜만에 번역된 새로운 병법서라서, 사실... 아쉬운 책의 체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매했던 책이다. 앞으로도 소정의 학자들이 이런 신선한 책들을 많이 번역하고 널리 대중화를 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 쓰다 보니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런 대중적이지 않은 책을 대중에게 설명하려면 예시나 설명이 자세하게 싣어서 비교적 진입 장벽을 어렵지 않게 하려는 저자의 의도도 있지 않을까도 싶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긴 예시문에 대해서도 왜 이런 체제를 했는지 수긍은 갔다.

 

아무튼, 중국에서도 널리 번역되지 않은 책인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번역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가 있다. 합려의 쌍두마차, 손무의 <손자병법>과 오자서의 <오자서병법 - 계려>. <손자병법>에 비해 양이 엄청 적지만, 그래도 오나라의 영웅들의 행동과 어록을 지닌 두 책의 병서가 나란히 서가에 꽂혀있으니, 내 마음이 뿌듯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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