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규칙 - 손자의 투쟁철학 리링 저작선 4
리링, 임태홍 / 글항아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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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규칙 - 리링 지음, 임태홍 옮김 (리링 교수의 손자병법 해설서)

출판사 - 글항아리

쪽수 - 510 (양장본)

가격 - 28000원

 

  고전을 읽고 리뷰를 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고, 피곤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곤란한 부분은 리뷰 포커스를 역자나 저자의 신선한 해석을 바탕으로 쓰는 것, 내용 중심적으로 쓰는 것, 그리고 느낀점을 중점적으로 쓰는 것 3가지 입장에 대한 조율이다. 전자를 위주로 하면 리뷰를 보고 그 책을 읽을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큰 네타를 던져줌에 그 책을 읽을 예정인 사람의 신선함을 과하게 뺐을 수 있으며 동시에, 과한 현학적 시각 역시도 부담스럽다. 중자를 중심으로 하면, 독후감의 감자에 대한 부분에 충실하지 못한다는 점이 있으며, 후자에 중점을 두면, 아무래도 개인 일기장과 같은 부분과 더불어 조금 가벼운 감성팔이식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모든 독서리뷰에 이런 조율적 관점에 대한 고민이 적용되지만 유독히 고전을 리뷰할 때에는 텍스트 자체의 무게감이 이런 감정을 더 누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나는 이렇게 리뷰를 할 생각이다. 신선한 해석에 관한 내용은 간단하게 언급하고 큰 줄기만 이야기 할 것이다. 내용에 대한 부분은 구성적인 부분으로 간략하게 설명을 할 생각이고, 그 뒤에 감상평을 써 보도록 하겠다. 특히 감상평은 기존의 손자병법에 느낀 점이 아닌 리링본을 보며 느꼈던 부분과 생각들을 정리해서 써 보도록 하겠다.

 

 

 구성과 내용 

 

  서문부터 중국 현대 철학자들 중 두 거장인 후스와 펑유란의 차이부터 들어간다. 사실상 손자병법에 대해서, 별 쓸모가 없는 내용 같으면서도 자세히 보면 이 둘의 보편적 시각으로부터 중국 사상사에서 병법의 위치에 대해서 이끌어내는 설명을 도출한다. 후스는 선구자적 제자학의 분류를 설정했다는 데 큰 의의를 두고 펑유란은 이에 발맞춰서 유교사상을 중심으로 한 제자학의 분류법을 설정했다. 둘의 입장차와 더불어 둘의 공통점은 병가 사상에 대한 경시로 이어서 설명하는데, 저자는 이 둘의 주장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 병가 역시도 중국 사상사에 중요한 철학이라는 논점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확장하는 방식으로, 고대 사서에 분류된 제자학 분류법에 대한 다소 따분한 설명과 논증, 비교, 예시에 이어서 병가의 사상적인 부분으로까지 논의를 확장하며, 마무리는 병가에 대한 총괄적인 개괄로 끝을 낸다.

 

  일단 파격적인 부분은 내용보단 구성에 따른 부분인데, 저자는 손자병법을 작게 4부작으로 나누고, 또 각각 2개씩을 묶어서, 크게 2부류로 나눈다. 일단, 1장인 계, 작전, 모공을 묶어서 '권모'라고 분류를 한다. 이 권모 부분은 전쟁을 나서기 전에 헤아려야 할 기본적인 이론에 따른 것으로 계의 해석은 전쟁 전, 묘당(정권)에서 경제적인 계산을 바탕으로 한 우의를 평가하고, 작전 편에서는 군대가 나아가 야전에 대한 총괄적인 개론을 설명한다. 모공 편은 이어서 공성에 대한 개론으로 이어지는데, 이 셋을 시간적으로는 서사적으로 묶음과 동시에 내용적으로는 전쟁의 추상적인 흐름이라는 부분으로 엮는다. 즉 전쟁 삼부곡이라고 칭하고 있다. 2장에서는 군대의 배치에 대한 이론적인 철학 부분으로 주제를 묶었는데, 뒤따르는 형,세,허실 편이 이에 해당된다. 형편은 군대가 가지는 보편적인 모습에 대한 것이고 세는 보이지 않는 주도권과 기세에 대한 것으로, 둘 다 군대의 배치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으로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허실 편은 세에 대한 확장 편으로 해석하는데, 이 허실 편을 설명하기에 앞서, 죽간 한간본의 <기정>편을 먼저 내보이고 허실로 이어져간다. 즉 2장의 구성은 형,세,죽간본 -기정편, 허실로 이어진다. 이렇게 1장과 2장을 크게는 이론 편으로 분류하고 나머지 부분을 실전 편으로 분류해서 해석을 하고 있다.

 

 3장은 실전 편의 첫 장으로 군쟁,구변,행군,지형,구지 5편을 포함하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기존 손자의 해석은 군쟁,구변,행군,지형,구지 이렇게 분류하는데 리링은 여기서 구변 편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한다. 분량이 너무 적고 중복되는 부분이 많고, 가장 혼란스러운 내용(내용의 통일성 부분에서 가장 조잡스럽다)이라고 주장하며, 조심스럽게 후세에 붙여진 편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해설을 군쟁,행군,지형,구지,구변으로 구변을 가장 뒤로 보내서 구지의 부분과 이어서 설명을 하고 있다. 대체로 3장은 이론 편 2장의 군대의 형세에 대한 부분에서 좀 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으로 나아가서 자세하게 전쟁에 대해서, 지리에 의거해서 설명하고 있다. 4장은 마지막 손자의 두 부분인 화공과 용간을 묶은 것으로, 리링은 이 두 편을 묶어서 '기술'편이라고 지칭하며 해설하고 있다. 당시 화공과 간첩은 전쟁의 첨단적인 기술적 부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는 모양인데 그럭저럭 얼추 맞아떨어졌었다.

 

 리링은 책을 엄청 조리 있게 재구성하여 설명하고 있으며, 풍부한 고증학적인 지식과, 식견을 이용하여, 신선한 해석을 하고 있다. 특히 처세 학적인 관점보다는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설명을 하고 있으며 경제 경영 사상으로의 재해석적 손자병법이 아닌 군사학과 철학적으로 손자병법을 해석하고 있다, 다른 부분보다도 <한간본> 손자병법과 통행본 손자병법에 대한 철저한 문헌학적 고증을 바탕으로 손자병법의 올바른 해석을 시도한다.

 

 특히 책의 편집이 굉장히 깔끔하며, 적절한 도표 표시와, 배경설명, 그 당시 전쟁에 대한 경제적인 규모와, 구체적인 수치를 정확하게 고증하여 설명함으로써, 고대의 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점이 만족이었다. 더불어, 훈고 학적 자구 풀이가

 

 좀 지루하긴 했어도, 과하지 않고 필요한 어구만 자세하게 풀이를 해 줘서 책의 무게감을 적당하게 붙여주고 있다. 약간의 통행 본과의 해석상 차이가 몇 군데 있는데, 논란의 해석 부분이나 자의적인 해석 부분에서는, 기존의 번역 부분에 대해서도 역주함과 동시에 한간본에서는 어떻게 풀이하고 있는지에도 알려주고 있으니, 판단하며 읽어서 논리적으로 타당한 부분만을 수용하고 읽어주면 무난할 듯하다.

 

 

느낀 점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들 흔히 말한다. 그런데 이 명제는 사실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는 승자의, 전쟁의 정당화의 역사라고 해야 옳을 듯싶다. 지금까지 내려온 전쟁사의 90% 이상은 승자의 입장에서 정당화된 텍스트가 대부분이다. 리링의 책의 서두에서 전쟁에 대한 총괄적인 글을 읽으며, 나는 어디까지나 전쟁을 이해했을까에 대해서 물음을 던졌었다. 대답하기가 힘들었었다. 나는 병법서를 좋아한다. 15살 때부터 손자병법을 본 이래로, 무경칠서를 시작해 국내에 번역된 병법서란 병법서는 다 구해서 읽었다. 매년 손자병법을 적어도 5번은 반복해서 읽는다. 그럼에도 전쟁에 대한 무게감이나, 전쟁의 본질을 보지 못했었다.

 

 책을 덮는 순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전쟁이란 것의 무게감과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를,

리링은 말했다

 

 '병법은 살인 예술이고, 군인은 직업 킬러다.'

 

 명장의 또 다른 모습은.. 전문적인 집단 학살자였다. 이 대목을 보는 순간 많은 생각을 했었다. '나는 병법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독을 했지만.. 너무 전쟁을 가벼이 본 것은 아닌가?' 마치 조괄(이론적으론 전쟁의 대가였지만, 전쟁 나가서 45만 군사와 함께 패배한 장수)이 떠올랐다. 아마 조괄이 병법에 똑바로 못 깨달은 이유는 전쟁이 주는 무게와, 전쟁의 참 면모를 몰라서였을 것이다. 나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반성의 마음이 일어났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였다. 전문을 옮겨본다.

 

'10만 명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실로 큰 문제였다. 2000대의 전차에는 8000필의 말이 있는데 여기에도 역시 엄청난 양의 먹이가 필요햇다. 여기서는 아직 소(군량을 끄는 치중거)의 먹이는 계산하지 않았다. 치중거를 끄는 소가 얼마나 되는지를 말한 <사마법> 구부 제도에 따르면, 마차 한 대에 우차 세 대가 함께 나가야 했다. 이것으로 추산하면 2000대의 마차에 6000대의 우차를 배치해야 하므로 8000필의 말과 6000마리의 소가 필요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다.'

 

 2편의 작전 편의 해설 중 한 부분이다. 문제는 이 대목은, 사람의 군량이 아닌, 말과 치중거에 대한 이야기다. 8000마리의 말과 6000마리의 소, 그리고 거기다 여기에 가정해서 몇 만의 군사의 보급 식량까지 계산해보자. 하루 만 해도 엄청나다. 전쟁은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는 말이, 실로 와 닿는 순간이었다. 이런 전쟁을 오랫동안 끈다는 것은 수성하는 쪽이나 전쟁하는 쪽이나 실로 막대한 피해가 뒤따른다. 예전까지만 해도, 그냥 책 한 구절에 10만 대군이 휩쓸었다는 식의 짧은 문단을 보고 사람들이 많이 동원되는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보급품에 대한 부분을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사서에 기록된 그 짧은 전쟁 문구에는 표면적인 군사의 노고만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런 재정을 뒷받침하는 것은 당연히 백성이었다. 전쟁에 징용되지 않는 백성이라고 해서 노고가 없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중톈의 <삼국지강의> 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왔던 것을 기억해냈다. 삼국지 시대에 전쟁에서 영웅만을 기억하는데, 사실은 수많은 민초들은 고생했다는 점을 절대로 잊으면 안된다는 말 역시.. 전쟁을 나가건 안 나가건 그만큼 전쟁을 자국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백성에게는 고역이였을 것이다. 

 

 왜 이런 무모한 낭비를 통해서 전쟁을 하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다. 첫 번째는 인간의 탐욕 때문이고 두 번째는 죽기 싫어서 싸우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압축해보면 이렇게 나뉜다. 전자는 강자의 입장이고, 후자는 약자의 입장이다.

 

 이런 무지막지한 인적,물적 낭비를 통해 더 큰 이득을 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죽기 싫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가진 자의 입장에서도 큰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크게 투자를 한다. 여기에 있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논제가 발전한 것이 병법이었다. 

 

그래서 '병법은 도덕에 대한 인간의 도전이다.'

 

 라고 리링은 말했다. 탁월했다. 우리는 누구나, 선하게 자라야 한다. 착하게 자라야 한다 등의 격언을 듣고 자란다. 고대에도 마찬가지다. 자기 개발서의 가장 원조적인 모태는 윤리 서였다. 동양에서는 유교가 발달했으며, 서양에서는 플라톤이 윤리학을 내세웠으며, 아리스토텔레스가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동양에서는 유교가 종교화가 진행되었고, 서양 역시도 가톨릭 신앙으로 발전했었는데 이 부분에서 윤리학의 공헌이 얼마나 지대한 지 알 수 있다. 윤리학이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음에 따라, 거기에 반하는 이단적인 사상들은 배척 받기 마련이었다. 법가를 위시로 한 한비자, 상군서, 종횡가의 서적들은 이단의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미묘하게도 병법서에 대해서는 관대했으며, 심지어는 그냥 놔뒀다.

 

사실 병법서도 법가서에 만만치 않게 잔인하다. 추상적으로 뜬구름 잡듯 묘사를 해서 그렇지, 동양 병가를 관통하는 사상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 전쟁은 속임수다.라는 구절을 대놓고 쓰고 있다. 특히 기만술에 대한 부분은 가히 절정에 가까운데, 적을 속이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아군 사병들조차도 장군의 계획을 모르게 하라는 부분도 있다. 어느 문명이더라도, 거짓말은 윤리와 도덕적 관념에 비춰 볼 때 부정적이다. 병법은 인간의 도덕에 대한 도전이었으며, 포장하지 않은 인간의 본성을 의미하고 있다. 병법으로 포장된 전쟁은 굴곡된 인간의 욕망을 대변했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발전한 윤리를 비웃듯이 말이다.

 

 인간은 교육받으면 누구나 착하게 잘 자란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역사적으로도, 그런 사례는 숱하게 많았다. 내 목에 칼이 들어오는데, 도덕을 앞세워 있을 수 만은 없다. 죽지 않으려면 뭐든 해야만 했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적인 살고자 하는 의지의 표출이다. 병법은 그런 인간의 생존 철학과 투쟁 철학을 대변하고 있다. 더불어 인간의 가장 탐욕적인 모습 역시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이 탐욕에 휩싸이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병법은 잘 나타내주고 있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유교권 사람들 역시도, 모순적인 것이 왜 병가의 서적은 그대로 놔뒀냐는 것이다. 무인들은 병법을 알아야 한다는 취지도 있겠지만, 사실은 극한적 상황에서 나라가 기댈 것은 고대에서는 군사 밖에 없었다. 힘이 있어야, 정의가 있었다. 명분도 힘으로 만들어지는 그런 시대였다.(지금도 다르지 않지만),유학자인 그들도 아마 이 부분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병가를 묵인하지 않았을까? 유가의 라이벌이었던 묵가는 수비적인 병법 지식을 경전에 발전시켰다는 부분 역시도 크게 생각해 볼 문제다. 마찬가지로 유학이 국교화되도, 법가,종횡가서는 이단화했는데, 병가 사상을 놔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였다. 

 

 특히 다른 병법가들에 비해 손자가 위대한 점은, 이런 전쟁의 무게감을 잘 알았다는 점이다. 그는 진정으로 목숨의 소중함을 알았으며, 그래서 병가에서 말하는, 최선의 승리는 부전승이다.라는 개념을 도출했다. 물론 전쟁이 일어나면 손자의 말대로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거의 없다. 아니 드물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손자는 이 부분을 기록하고 있다. 리링 역시도 이 대목은 이상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대목을 보며, 손자가 위대하게 느껴졌다. 앞에서 말했듯 수많은 물자와 수많은 인력이 동원되는 것이 전쟁이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전쟁의 참혹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부전승이란 개념을 도출했으며 나아가 그는 짧은 언어로, 도덕과는 다른 인간의 또 다른 본성, 투쟁적인 모습에 기초하여 <손자병법>이란 글을 썼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내려오는 <손자> 6000여자는 인간의 피로 이뤄진, 문서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작은 책이지만 무게감이 더해 왔다.

 

 전쟁을 합리화할 순 있어도, 미화할 순 없다. 승자와 패자로 나뉘지만 어떻게 해서든 피해는 생긴다, 전쟁은 그 자체로도 참혹한 법이다. 아무리 가벼운 전쟁이더라도, 전쟁은 전쟁이다.  리링의 말 대로 군인은 직업 킬러이고, 병법이란 사상은 살인 예술이다. 는 말이 다시 한 번 와닿았었다.

 

  여러 손자 주석서들을 보고, 심지어 블로그에는 손자병법의 번역서에 대한 포스팅까지 했는데, 조금 부끄럽고 교만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 책은 여러 가지로 나를 깨우쳐줬다. 특수한 자구 풀이나 신선한 번역보다도, 병법을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으로 접근한 리링의 시각은 나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줬다. 더불어 구체적인 시대적 묘사와 생생한 표현 덕분에 추상적인 전쟁관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인도했다. 처음부터 이 책을 접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만, 어느 정도 병법서나 병가에 지식이 있다면, 이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확신한다.

 

 더불어 처음으로 리링이라는 교수 책을 접했는데 책 자체의 깊이 있는 해설 역시도 많은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다. 손자병법 해설서 전작인 <전쟁은 속임수다>도 가격적 압박 때문에 구매를 꺼려했는데, 기대하고 위시리스트에 넣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일본을 필두로 범세계적으로 <손자병법>을 처세학적 관점으로 경제 경영에 응용을 하고 있다. 사실 이만한 전략서도 드물며, 인간의 투쟁의 산물인 이 책은 현대의 경영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책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생과 사를 바탕으로 둔 책이다. 그걸 잊으면 안됀다. 경영에는 어느 정도의 경영윤리 라는 것이 있다.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는 것과 암묵적 룰이라는 것이 피상적으로나마 존재한다. 하지만 전쟁은 그런게 없다. 전쟁 전에는 여러 가지의 심리전과 대의명분을 내세우지만, 군대가 파병되고, 싸우는 순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한다. 전쟁과 경영은 닮았지만, 차이도 존재한다. 경영에 적응을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손자병법>은 그런 전쟁을 바탕으로 쓴 책임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는 리링의 말 역시도 공감했었다.

 

 국내에서도 해석적인 번역에서 벗어나, 사상적으로 심화된 고전 역서를 많이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만에 즐겁게 재미있게 독서한 책이었다.

 

책을 덮으며, 인간의 역사와 전쟁의 의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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