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배우는 주식 차트
한재승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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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트를 주제로 이야기하자면 할 말이 많다. 주식하는 분들 사이에서 차트는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술적 트레이딩 분석을 신봉하는 분들에게는 차트가 마치 절대비기인 것처럼 신성시되고 있다. 반면 기본적 분석을 중요시하는 가치투자자의 경우 차트에 큰 힘을 쏟지 않는다. 주린이 입장에서도 차트는 무척 모호하다. 가치투자의 대가들 중 차트의 중요성을 강조한 분들은 거의 없지만, 소위 잘나가는 주식 유튜버나 트레이더들은 차트를 중심으로 주식을 설명한다. 차트를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에도 모호한 부분은 이어진다. 대체 어디까지 공부해야 할지, 어떤 지표를 봐야 할지, 캔들의 패턴은 모두 외워야 하는지, 엘리어트 파동이론과 같은 개념은 과연 실용성이 있는지 등등... 시중 어느 차트책을 보더라도 이런 부분에 속 시원하게 정리해 주는 책은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차트는 주식을 하는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투자 스타일을 떠나서 차트는 정말 중요하다. 트레이딩을 하건 가치투자를 하건 차트를 모르고서는 주식을 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주식을 처음 한다면 차트에 대한 공부는 필수다. 단타 트레이딩은 차트에 온갖 보조적 지표들을 보고 저항과 지지를 활용하여 시세차익을 노리는 기법이라서 차트에 대한 의존도가 강하다. 문제는 가치투자다. 몇몇 가치투자자들은 차트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데 가치투자에도 차트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치투자에 차트는 왜 중요할까? 가치투자라면 일반적으로 재무와 공시를 가장 우선의 가치로 생각한다. 이들은 재무와 공시를 통하여 종목을 선정하고 매매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재무와 공시가 종목을 선택하는 요인이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매수하고 언제 매도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재무와 공시를 통해 삼성전자를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삼성전자를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베스트일까? 가치투자건 트레이딩이건 주식은 최대한 싸게 사는 것이 좋다. 같은 삼성전자를 사더라도 9만 원에 사는 것과 5만 원에 사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공시와 재무를 통해서는 삼성전자의 가격을 확인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예측은 할 수 있겠지만 실제 가격의 추세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지금 주가는 고점인지 저점인지 등등의 구체적인 사항은 차트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차트는 투자에 있어 수급을 의미한다. 돈이 들어왔는지 빠져나갔는지, 매수세가 강한지, 매도세가 강한지, 주가의 추세는 상향인지, 하향인지 등등 이런 흐름을 통하여 투자자는 주식을 매입하거나 매도할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정리하자면 재무와 공시, 그리고 재료와 촉매가 종목을 선정하는 요인이라면 차트는 선정한 종목의 진입과 청산을 담당한다. 재무를 볼 때 다섯 가지 도표를 비교, 대조하여 가치를 분석하면 종목 선정의 성공률이 높아지듯, 차트를 보면서도 여러 지표들과 추세를 잘 해석한다면, 더 싸게 사거나 더 비싸게 팔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기에 차트는 트레이더뿐만 아니라 가치투자자에게도 중요하다.

 

 나는 차트를 처음 공부할 때 《금융시장의 기술적 분석》이라는 책으로 공부했다. 존 머피가 쓴 기술적 분석 고전인데, 정통 차트쟁이들이라면 대부분 읽어본 고전이다. 옛날 책이고 분량도 두툼해서 완독하기까지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했지만, 완독 후 주가의 흐름과 추세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추천받아서 공부한 고전이지만 다른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진 않다. 기술적 분석에 큰 획을 그은 명저지만 출간된 지 많은 시간이 흘렀고, 차트의 모양도 지금과 같은 봉 차트가 아니라 보기에 불편하다. 게다가 분량도 두툼한 양장본이라서 마치 기술적 분석의 《경제학 원론》과 같은 느낌이다. 교양을 위한 경제 공부에 《경제학 원론》을 추천한다면 부담을 느낄 수도 있듯, 처음 차트를 공부하는 분들이라면 《금융시장의 기술적 분석》보다 좀 더 친절하고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한 책을 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국내에 출간된 차트 기본서 중 괜찮은 책은 김장환 대표의 《차트의 기술》, 《차트의 해석》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기존에 차트 이론들을 하나로 단권화시켰는데 존 머피의 책보다 가독성도 뛰어나고 최신의 내용들로 구성됐다. 문제는 분량과 범위다. 일단 시리즈 두 책을 기준으로 페이지 900쪽이 넘어가며, 여러 이론들을 필요 이상으로 담다 보니 다루는 범위도 부담스럽다. 또한 최근에 나온 차트책임에도 불구하고 컬러 인쇄가 되지 않아 이 부분도 아쉽다. 아무튼 진득하게 시간을 들여 완독에 성공한다면 좋지만,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모된다.

 

 개인적으로 차트를 공부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주가의 추세와 흐름, 저항과 지지, 그리고 보조지표의 활용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추세의 흐름'이다. 저항과 지지, 보조지표의 활용은 추세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부차적인 요소들이다. 주가의 추세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런 추세를 이루면서 캔들은 어떤 패턴이 나오는지, 차트상 어떤 저항대를 뚫었는지, 어디까지 지지 받고 반등하는지, 주가의 추세가 진행 중일 때 각각의 보조지표들은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 이런 일련의 요소들을 종합하여, '언제 매수를 할지' , '언제 매도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처음 공부할 때에는 이런 부분을 모르고 보조지표에만 몰두하여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그러나 공부가 쌓이고 거래를 하면서 수많은 보조지표 중 나의 입맛에 맞는 보조지표는 제한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보조지표를 추리고 매매를 거듭하면서 나에게 맞는 보조지표 수치를 설정했다. 이렇듯 차트 공부의 시작은 방대하지만, 공부하다 보면 추리고 추려서 핵심만 남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치주나 우량주를 매매할 때에는 이평선,엔벨로프,RSI, MACD, 일목균형 정도만 체크하고, 중소형 스몰캡 트레이딩을 할 시에는 이평과 엔벨로프, 스토캐스틱, 피보나치, 볼린저 밴드, 일목균형 등을 살핀다. 수많은 지표들 중 나의 기준에서는 이 정도만 있더라도 추세 파악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이를 토대로 매매했을 때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경험론적 확신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난날 차트 공부가 전부라고 생각하고 매달렸던 과거의 시간들이 안타깝기도 하다. 좀 더 효율적으로 공부했더라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차트가 중요하지만 전부가 아닌데... 등등의 아쉬움을 느꼈다. 지금까지 시중에 나온 차트서의 대부분을 읽었다. 유명하다는 고전을 필두로, 기법을 소개한 책까지 웬만한 책들은 구매하거나 빌려봤다. 주식 초반에는 차트에 대한 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서재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가치투자와 매크로, 심리에 대한 책들이다. 그만큼 국내에 발간된 차트 책들은 부실한 책들이 많다. 특히 기법을 설명한 부류는 가벼운 책이 대부분이라서 믿고 걸러도 충분하다. 그런 와중에 개인적으로 구독하던 유튜버가 차트 신간을 냈다. 일목균형표와 엘리어트 파동이론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채널인데, 차트의 어려운 이론을 알기 쉽게 잘 정리해서 큰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책이 오자마자 기대와 함게 꼼꼼하게 살펴봤다.

 

 이 책은 기존의 차트 기본서들이 가지고 있던 결점들을 모두 극복했다. 시원한 판형, 컬러 인쇄, 차트에 있어 꼭 필요한 요소들을 담은 알찬 내용 등,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차트 기본서가 갖춰야 할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이 책 한 권이면 차트에 대한 기본이자 필수적인 요소들은 숙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추세에 대한 중요성, 거래량, 다양한 보조지표와 캔들의 패턴 등 주린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차트의 핵심을 알차게 담았다. 내가 공부할 때 이런 책을 만났으면 시간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차트를 공부했을 것 같다. 차트를 처음 공부하는 분들이라면 자극적인 광고의 기법이나 비법을 설명한 책보다 이 책을 보면서 차트의 원리를 탐구할 것을 추천한다. 책에는 유튜브 강의 QR코드가 있어 이해가 가지 않을 시에 동영상 강의와 함께 학습할 수 있다. 강의는 무료인데 무료라고 해서 퀄리티가 낮지 않다. 차트의 기본을 쌓기에 충분한 분량이다.

 

 과거, 차트 공부를 하고 싶다는 와이프에게 《금융시장의 기술적 분석》을 추천했다가 부부 싸움(?)을 할 뻔했다. 부부 사이에 운전을 가르치지 말라고 하는데 주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 뒤로 주식에 주자도 꺼내지 않았는데, 이 책이라면 쉽고 재미있게 차트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을 건네며 강의를 들으며 차트 기초를 쌓으라고 조심스럽게 추천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는(?) 차분하게 진도를 잘나가고 있다. 책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일목균형표'에 대한 설명이 없는 점인데, 이 지표는 주린이 분들이 이해하기 어렵기에 뺸 것 같다. 저자가 운영 중인 친절한 재승씨 유튜브에 가면 일목균형표를 설명한 영상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당부할 몇 가지를 끝으로 글을 맺으려 한다. 첫 번째, 책에서는 캔들과 추세를 설명할 때 일봉 위주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량주나 장기투자를 하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일봉의 추세보다 주봉과 월봉, 나아가 연봉의 추세가 중요하다. 우량주일수록 분봉이나 일봉보다는 큰 흐름의 추세를 읽고 매수와 매도를 고려해야 한다. (사실 트레이딩에 있어서도 주봉과 월봉의 추세는 매우 중요하다.) 두 번째, 책에 소개된 보조지표도 무척 많아서 처음 학습할 때에는 혼돈이 올 수 있다. 각각의 보조지표는 나름의 매수와 매도의 관점이 있는데, 이런 부분들을 적용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 책에 나오는 여러 보조지표 중 처음에는 자기가 이해한 지표들을 위주로 살펴보고 매수 매매에 활용을 해 보면서 어떤 지표가 나에게 맞는지, 필요한지에 대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책에 나온 지표를 모두 적용하겠다는 생각은 과욕이고 욕심이다. 다양한 보조지표를 배우고 사용, 적용하면서 나와 맞는 지표들을 추려내고 조합하고 선별하는 것. 그것은 투자자 개인의 몫이다. 이런 기준이 명확하게 확립된다면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긴 호흡으로 여러 지표들을 사용하며 충분한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울 것을 추천한다.

 

 세 번째 이 책을 모두 이해했다면 《저가 매수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저가 매수의 기술》은 국내에 출간돼 기술적 분석 책 중 얄팍하고 단순한 기법이 아닌 차트의 심리를 풀어낸 명작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특히 우량주 낙폭과대 매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네 번째, 투자에 있어 차트는 중요하지만 차트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자. 주식은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의 펀더멘탈, 업황의 흐름, 촉매나 재료의 유무, 매크로, 지수의 흐름, 차트의 수급 등등... 이 중에서 차트는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차트만 보고 매매를 한다는 것은 투자가 아닌 투기에 가깝다. 차트는 예측의 영역이 아닌 대응의 영역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아무튼 정말 좋은 차트 기본서가 출간된 것이 무척 기쁘다. 차트 공부에 처음인 분들이나 차트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분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은 친절한 책이다. 와이프가 책을 무탈하게 완독했으면 좋겠다. 부부 싸움이 아닌 차트에 대한 담론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길 간절하게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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