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무척 아끼는 나는 내용이 좋은 책을 읽을 때 특별본이나 양장본으로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이런 활자 중독자들의 취향을 파악한 출판업계에서는 좋은 책이나 베스트셀러를 리커버나 양장 특별본으로 재출간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 리뷰로 다룰 책도 새롭게 양장본으로 재탄생한 책으로 유럽 증권가에서 한 획을 그었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불후의 명작이다. 책 제목은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인데, 얼핏 제목만 봐서는 여느 자기 계발서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웬만큼 투자를 해 본 사람들은 한 번쯤 다 읽어봤을 책으로 투자와 관련된 지혜가 가득 담겨있는 보물 같은 책이다.
일반적으로 가치투자자의 입장에서 투자를 시작한다고 하면 피터 린치의 저서를 추천하고 모멘텀이나 단타 투자를 입문하는 분들께는 제시 리버모어의 저서를 추천한다. 코스톨라니의 책, 특히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는 어떤 투자를 하건 반드시 읽어야 할 필수적인 책이다. 어떤 스타일의 투자를 하든 간에 코스톨라니의 책은 공통과목에 속하기 때문에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는 뜻이다.
나는 이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애정 한다. 작년 폭락장의 시간을 보낼 때 내 마음을 가장 많이 달래준 책이 바로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였다. 구판의 경우 읽고 또 읽어서 책에 손때가 많이 묻어있었다. 그만큼 코스톨라니의 말은 편안하게 다가왔다. 주식의 속성, 각종 원자재의 동향, 채권의 추이, 시장에 임하는 기관들의 동태, 애널리스트들의 모습 등 시장의 전반적인 모습을 최대한 쉬운 표현으로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극심한 변동성으로 괴롭히는 주식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투자를 시작하면서 많은 경제서를 읽었지만 사실 재독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일천한 나의 투자 여정에 있어 동반자처럼 늘 함께했다.
대가라고 해서 무조건 좋아하는 건 아니다. 솔직하게 말해 워런 버핏은 투자 철학은 존경하지만 나와는 투자 스타일이 다르고, 피터 린치와 필립 피셔의 경우 성장주에 투자하는 마인드는 좋지만 아무래도 내가 단타나 중기 스윙 위주의 매매를 추종하고 있는 트레이더다 보니 거래 회전율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코스톨라니 역시 기본적으로 장기 매매를 추천하지만 그의 투자 이력을 살펴보면 철저하게 추세매매를 추종하고 있다. 이런 점은 나의 매매와 비슷했다. 그래서일까, 유독 심리를 강조하는 그의 책이 가깝게 다가왔다.
코스톨라니의 많은 책들 가운데에서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는 무척 특별하다. 이 책은 그가 죽기 전 마지막 힘을 다해 저술한 역작이기 때문이다. 그가 영면할 당시 나이는 93세였다. 그는 투자에 대한 경험과 투자에 대한 정수를 이 책에 아낌없이 담았다. 어릴 때부터 투자를 시작하였기에 투자 기간만 무려 80년이나 되는데, 한 평생에 걸쳐 시장에서 느꼈던 교훈과 경험, 감정과 심리가 이 책안에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책인 만큼 다른 투자서들과는 결이 다르다. 얄팍한 기법이나 기술적인 테크닉보단 시장에 대한 거시적인 시각과 근원적인 견해가 녹아있는 책이다.
그는 시장의 거시적인 사이클을 코스톨라니 달걀로 설명했는데,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알고 있는 개념으로 이 책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중기적인 시각으로 볼 때에는 '돈 + 심리 = 트렌드'라는 공식으로 표현했는데, 이 개념은 시장뿐만이 아니라 단기적인 모멘텀 투자를 할 때에도 유효한 공식이다. 그 외에도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그리고 중앙은행의 동향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솔직히 이 책을 통해 매매에 있어 직접적인 도움을 받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애정 하는 이유는 내가 매일처럼 보내는 시장의 속성을 이처럼 명쾌하게 정리한 책이 드물기 때문이다.
과거 이 책의 구판을 읽고 나는 코스톨라니의 저서를 모두 구매했고 소장하고 있다. 구판이 있음에도 이 책을 구한 이유는 첫 번째로 개인적인 애정 때문이다. 앞서 밝혔듯 무척 사랑하는 책이 22주년 특별 기념판으로 양장본이 발간되어서 소장하고 싶었다. 두 번째로 새롭게 번역된 책이기 때문이다. 자세히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번 개정판은 구판과는 번역자가 다르다. 구판의 번역자는 김재경인데, 이번 개정판은 한윤진이다. 읽으면서 구판과 내용을 비교해 봤는데 확실히 새롭게 나온 개정판이 가독성이 훨씬 뛰어났다. 좋은 내용의 책이 새로운 번역을 통하여 양장으로 재탄생했으니 기존의 구판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웬만하면 신간을 사 보는 것을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작년, 폭락장을 통해 시장의 참교육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투자를 이어갈 것이다. 하락장이 아니더라도 나의 영혼은 변동성이 강한 시장에서 상처를 많이 입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늘 그래왔듯 이 책을 통하여 지친 영혼에 위안을 받을 것이다. 튼튼한 양장본으로 태어난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는 그렇게 앞으로도 나의 투자 여정에 동반자로 함께할 것이다. 미래의 창에서 출간된 다른 코스톨라니 총서들도 양장본으로 나오길 희망하며, 발간되지 않은 코스톨라니 저서들도 순차적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