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체인저 1 - 세상은 어떻게 바뀌는가? 부의 체인저 1
김장섭 지음 / 트러스트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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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할 때 가장 난해하고 어려운 분야 중 하나가 바로 '탑다운 분석'이다. 탑다운 분석은 큰 틀로 보면 가치투자의 일종으로 전체 경제의 흐름을 읽은 뒤 이를 토대로 투자를 진행하는 방법을 뜻한다. 세계 거시경제 흐름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예측하고 나아가 유망 기업이나 원자재를 분석한다. 위에서 아래로 분석하는 기법이기에 '탑다운'이라는 용어가 붙었다.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수출로 벌어먹는 국가이기에 세계 거시경제 흐름에 굉장히 민감하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증시 흐름은 한국 증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반도체가 폭락하면 한국 반도체 기업도 폭락할 가능성이 높고, 미국의 특정주가 오르면 한국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화가 진행될수록 투자에 있어 탑다운 분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어떤 투자를 지향하던 탑다운 분석은 필수적이다. 가치투자를 하건, 차트 중심의 투자를 하건 세계 증시의 흐름을 무시할 순 없다. 꼭두새벽부터 출근하는 증권맨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세계 증시 분석이다. 금리와 환율의 변화, 미국 증시의 흐름, 주요 뉴스들을 확인하고 리포트를 쓰고 회의에 들어간다. 개인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단타를 치던 가치투자를 하던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미국 증시의 흐름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탑다운 분석이 개인에게는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에 해박하지 않은 일반인이 세계 거시경제를 파악하고 분석하기란 쉽지 않다. 참고해야 할 지표도 많고 범위도 광대하다. 경제를 전공한 학자들이나 실물 금융에 빠삭한 애널리스트들도 오판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공부를 하지 않은 일반인은 어떻겠는가? 경기에 대한 기사나 자료를 봐도 이를 어떻게 통합하여 해석해야 하는지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공부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제도권 학자들이 많은데 탑다운 분석을 일반인의 입장에서 풀어낸 책은 시중에 찾아보기 어렵다.

나는 모르는 분야를 공부할 때에는 그 분야를 '전공'한 이력이 있는 사람을 존중한다. 현대사회는 분업을 기초로 하고, 분업을 통하여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전공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제도권에서 탑다운 분석을 잘 하는 사람을 한 명 꼽으라면 '홍춘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는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커리어도 실물 투자와 관련됐다. 스펙도 스펙이지만 그가 쓴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괜찮다.'라는 느낌을 유독 많이 받았다. 《환율의 미래》와 같은 책은 지난 책이지만 여전히 투자자에게 인사이트를 주는 책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전공, 실무 경험도 충분하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저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공이 상당하다. 삼박자를 만족하는 저자이기에 신간이 나올 때마다 주목하는 저자 중 한 사람이다.

《부의 체인저》의 저자 조던은 제도권 출신은 아니다. 저자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전작인 《내일의 부》를 통해서였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해박한 지식에 놀라서 약력을 살펴봤는데 투자 이력만 나와있고 개인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모로 가도 수익률만 좋으면 된다는 국룰(?)이 있다. 그래서 실물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수익률을 자랑하며 투자서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좋은 책도 있지만 걸러야 할 책이 훨씬 많다. 읽으면 읽을수록 《부의 체인저》는 걸러야 할 책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조던은 수익률만 내세우는 일반적인 성투족들과는 달랐다. 전공자와 견줄 수 있는 해박한 경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논리로 시장을 분석하고 예측한다. 개인이 접근하기에 어려운 탑다운 분석을 능숙하게 소화하며 주관 있는 해석을 바탕으로 거시 경제를 조명한다. 사실 실력만 있다면 스펙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조던은 '찐'이다. 홍춘욱의 인사이트가 조용하면서도 정적이라면 조던의 인사이트는 역동적인 기세가 느껴진다. 무림에 있어서 정파와 사파의 표준을 상징하는 것 같다.

《부의 체인저》는 《내일의 부》의 후속작으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조던의 혜안이 돋보인다. 1권의 핵심은 세상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다. 앞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과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략, 살아남는 산업의 특징, 일류 기업의 초격차 흐름 등등을 조망하며 바뀔 미래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단락 중간중간에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뉴스 기사도 수록되어 있는데 이를 토대로 조던은 세계 시장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고찰한다. 독자는 조던의 분석을 통하여 경제 뉴스 기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탑다운 분석이 어려운 분들이나, 투자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는 분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은 도서다.

책의 내용이 워낙 방대하여 설명하자면 글이 길어진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부분은 투자를 함에 있어서 특정 자산만 고집하지 말고 시기에 맞춰 자산 리밸런싱을 감행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시장 변화를 감지하여 채권, 원자재, 주식, 부동산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에 재빠르게 탑승해야 한다. 전업투자자라고 하면 보통 주식 투자자를 떠올리지만 진정한 전업 투자자는 주식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어야 한다. 요즘은 ETP의 발전으로 원자재나 채권, 부동산 리츠에도 손쉽게 투자가 가능하다. 따라서 진정한 투자자라면 주식 이외에도 여러 자산들을 공부해야 한다. 이런 지식들이 하나둘씩 모이면 전문가 못지않은 탑다운 분석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책을 덮으며 나도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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