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들은 전작인 《세력》에서 주식시장을 뒤흔드는 검은 세력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코인 시장으로 진출하였다는 말로 책을 맺었다. 《고래》는 《세력》의 후속작으로 코인시장을 주도하는 큰 손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고찰하고 있다. 전작에서 주식시장과 코인시장에서 활동하는 부정적인 집단을 조명했다면 이번 작에서는 반대로 코인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집단들에 집중하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새로운 이 화폐를 자산으로 봐야 하느냐, 투기적인 버블로 봐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세계 각국의 정부,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중앙은행들은 가상화폐에 대해 무척 보수적인 입장이다. 이들은 기존의 달러 금리 위주의 시스템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가상화폐는 이런 통화정책에 전혀 상반되는 통화이기 때문이다.
기존 통화 시스템은 중앙 집권적이다. 달러는 이미 전 세계의 공용 통화로 자리 잡았고 미국은 이를 통하여 세계의 경제를 컨트롤한다. 미국의 금리 조절이 세계 각국에 커다란 파장을 미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FOMC는 통화정책을 통하여 전 세계의 경제를 움직인다. 반면 가상화폐는 탈 중앙적이다. 암호화된 시스템 때문에 거래내역도 확인할 수 없으며, 화폐의 자산 가치 책정도 중앙의 통제로부터 자유롭다. 최근 유행한 코인 열풍은 기존 통화 시스템에 치인 비기득권 세력들의 피눈물을 의미한다. 투자를 하지 못하면 자산을 불릴 수 없는 시대,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부동산은 이미 오를 대로 올라서 진입조차 어렵고 그나마 만만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주식과 코인이었다. 주식은 철저하게 제도권의 통화 정책 아래에서 통제되고 컨트롤되는데 반해 코인 시장은 자유롭다. 따라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투자는 역설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코인 시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분위기는 어떨까? 가상화폐에 대한 논의는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부정적인 목소리가 다수를 차지한다. 정부와 은행의 관계자들은 가상화폐가 버블이며 투기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윗세대의 생각도 비슷하다. 아버지 세대는 주식도 위험하다고 손사래치는데 하물며 실체를 알 수 없는 코인은 어떻겠는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코인 열풍이 불어도 안전성이라는 측면 때문에 애써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코인 시장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대세 코인들은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며 우상향 했는데 부동산과 주식보다 성장률이 높았고 자산 가치를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책에서 설명하는 코인 관련 주체들은 다양하다. 미국 정부를 비롯하여 보수적인 투자은행, 세계 기업과 우리나라의 기업 등등... 이들 중 정부와 은행은 기존 통화 시스템에 가장 수혜를 받는 세력이다. 그렇기에 달러화 통화정책을 지키기 위해 코인에 대해 무척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코인 시장의 잠재력을 파악한 뒤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다. 금리 지수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은행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은행이 코인 거래소의 최대 지주로 등극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금융 시장에서도 코인을 지수로 하는 ETF 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업은 훨씬 적극적이다. 이들은 이미 미래산업에 주축으로 급부상하게 될 블록체인과 코인, 메타버스, NFT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개혁과 혁신은 필연적으로 불안전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저자들이 언급한 대로 코인 시장은 2000년대 닷컴 버블 사태를 연상하다. 2000년 당시 인터넷 닷컴 기업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 때문에 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 그러나 대부분 파산하고 살아남은 기업은 네이버와 카카오 다음 등 극소수였다. 포인트는 살아남은 기업이 인터넷 플랫폼 사업의 대부분을 독식했다는 점이다. 코인 시장도 비슷하지 않을까? 안정기가 아닌 과도기이기에 투자를 할 때에는 잡코인보다 가급적 성장 잠재성이 있는 코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과도기가 지나고 안정기가 찾아오면 자산 가치가 없는 대부분의 코인들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코인 투자 종목 선정은 보수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책을 보면서 많은 점을 느꼈다.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과 중요성, 그리고 투자 대상으로써의 코인 등등... 이번 독서를 계기로 자산 포트폴리오에 코인을 넣는 것도 생각 중이다. 파이프라인은 다양할수록 좋으니까 말이다.
코인시장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만큼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 정부에서도 무분별한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이 시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육성하고 상생할 수 있을지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이미 시대적인 흐름과 함께하고 있으며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아무리 아니라고 외친들 이미 형성된 추세를 되돌릴 순 없다. 고집을 피울수록 도태될 뿐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코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