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진짜 공부 - 자본주의 정글에 던져진 주린이를 위한 투자 가이드
한운(閑雲) 지음 / 새로운제안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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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주식시장에 입성했을 때 놀라운 수익률을 직접 경험하고 생각 없이 매매를 했다. '종목 최고 상한가 30%의 위력을 실감하며, 이렇게 복리의 힘을 받는다면 나도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겠다.'라는 허황된 꿈을 가지고 뇌동매매를 계속했다. 그러나 여느 주린이들과 마찬가지로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핑크빛으로 꿈꾸던 복리의 힘은 도리어 마이너스가 되어 계좌를 위협하기 시작했고, 시장을 우습게 본 대가로 비싼 수업료(소액 투자를 하고 있었지만 수익률 퍼센트로 따지자면 꽤나 큰)를 토해야 했다. 그때 결심한 것이 있다. 주식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 어떻게 주식을 공부해야만 할까. 유튜브를 검색해서 셀럽 투자자들의 동영상도 보고 유명하다는 책도 가리지 않고 닥치고 읽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투자에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 왜 그런 것일까?


 문제는 주식 공부에 체계가 없었다는 점이다. 나의 성향은 어떤지, 어떤 기법을 사용해야 수익이 높은지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명하다는 책은 가리지 않고 닥치고 읽었지만 일관성도 없었고 난이도도 천차만별이었다. 이렇다 보니 공부가 뒤죽박죽이었다. 유튜버들의 주식 강의도 마찬가지다. 이쪽 세계는 책보다 훨씬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라서 볼 땐 즐거웠지만 정작 실전 투자에 적용하려고 하니 남는 게 없었고 실용성도 없었다. 그래서 주린이 시절 동안 투자 방향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어떤 정보로 공부해야 할지 무척이나 막막했다. 사람들은 주식을 단순하게 생각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하기에 돈을 잃는다. 경험해 본 바 주식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새롭게 취직을 하게 되면 보통 상급자나 사수의 지도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복잡한 주식도 체계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사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렇다 보니 나는 나의 매매 성향과 투자 성격을 알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해야 했다. 처음에는 가치투자로 투자에 입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윙이나 데이 트레이딩 쪽이 승률이 높았다. 성향을 알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1년이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투자법을 확립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이끌어줄 멘토가 있었다면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도 남는다. 이 책을 보면서 '왜 내가 주식을 투자할 때에는 이런 책이 나오지 않았는가.'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진짜 공부라는 말처럼 저자는 주식에 대한 공부법을 단계적으로 분류하여 제시하고 있는데, 각 단계별로 추천하는 도서를 여럿 배치하고 있다. 살펴보니 이미 읽었던 책도 있고, 소장하고 있는 책도 여럿이다. 책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정독해 본 입장에서 거를 만한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소중한 내 돈'을 가지고 주식에 임하는 사람들이라면 책에서 제시하는 공부 '정도는' 필수적으로 배우고 들어가야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가치투자에 대해서는 내 영역이 아니니까 논외로 하고 단타(차티스트)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자. 단타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주식에 대한 동물적 감각이 있고 군중심리에 능하다면 별다른 지식 없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확률이 일반 개인투자자들보다는 높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문구는 '확률이 ~ 높을 수 있다.'라는 부분이다. 이 말은 바꿔 말하자면 천부적인 감각을 믿고(초보자 주린이 시절에는 이런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것이기에 - 본인의 경험담) 투자에 임하더라도 수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사실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높지 않다. 그렇기에 일반 개인 투자자보다 확률이 높다 한들 전체적으로 해석하자면 돈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요지는 가치 투자에 비해 감(感)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긴 한데, 이 감이라는 것만 믿고 투자하다간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단타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학습을 해야 할까? 직감과 심리가 크게 영향을 주는 영역을 차분하게 이론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래서 저자도 차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타 추종 매매는 가치 투자보다 배우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주장하는데 전적으로 공감이 갔다.


 흔히 단타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책'보다는 인터넷에 떠도는 고수의 기법이나 동영상에 크게 의존하려는 성향이 있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유튜버들의 기법을 추종하여 매매를 해 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왜냐 그건 그 사람의 기법이었으니까.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나만의 투자 철학'을 세우는 것이다. 흔히 투자 철학이라고 하면 가치투자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착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단타 매매자들 역시도 자신만의 기준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 단타는 동물적 감이 크게 미치는 매매법이다. 그래서 원칙과 기준이 더욱 철저해야 한다. 매매가 많은 단타일수록 즉흥적 매수 매도의 욕망을 자주 억눌러야 하며 스스로 설정한 투자철학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타인의 매매기법과 기술은 그 사람의 것이다. 타인의 기법은 나의 투자기법과 철학을 강화하는 참고용일뿐이다. 생각 없이 고수의 기법을 그대로 추종하다가는 계좌에 있던 돈이 눈처럼 녹을 것이다.


 단타를 책으로 배우는 것에 있어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단타는 강의로 들어야 하지 않나요?', '유튜브라는 좋은 콘텐츠가 있는데 굳이 구식 기법이 가득한 책으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이 책에서 추천하는 차트 매매 외국 추천서를 차례대로 읽으며 지금까지 내가 행했던 기본적인 거래의 원리를 파악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매매일지를 보면서 '저 날의 매매기법은 A라는 이론이 근거가 됐구나.' , '이날의 진입은 이론적으로 볼 때 잘못된 움직임이었구나.' 등 나의 과거를 차분하게 복기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교훈을 얻었다. 주린이 입장에서도 중구난방식 무림고수가 난무하는 국내 단타 교육시장에서 국제적으로 검증받은 정통 이론에 근거한 책들을 차분하게 공부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술 문파로 치자면 재능이 탁월하지 않는 한 사파보다 정파에 입문하여 배우는 것 일반적이다. 단타 학습도 마찬가지다. 구닥다리 이론이라고 하더라도 명저들이 살아남은 것에는 그만한 이유와 가치가 있다.


 책에서 추천하는 책이 상당히 많다. 소장하고 있는 책들을 기준으로 볼 때 좋은 책들이 많다. 저자는 가급적이면 다 읽으라고 추천하는데, 내 생각도 비슷하다. 간혹 너무 오버해서 전공과목 책까지 설정하고 있는 부분도 있는데, 강약 조절은 알아서 개인이 하면 될 것 같다. 누군가는 투자를 하는데 이렇게 많은 책값을 써야 하느냐고 푸념할지도 모른다. 팩트를 때리자면 공부 없이 실제 투자를 시작한다면 잃는 돈이 소개하는 책들을 모두 구매하는 금액보다 클지도 모른다. 배움에 있어서 책값 아끼지 말자. 푼돈 아끼려다 더 큰돈을 잃을 수 있다. 요즘은 중고서점도 활성화되어서 좋은 책을 싸게 구하기도 쉽다. 저자 말대로 투자는 어느 정도 공부하고 나서 시작해도 늦지 않다.


 주식 장르 책들은 의외로 속빈 강정 같은 불량품이 부지기수다. 이 책은 다르다. 시장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주식을 공부하려면 얼마나 배워야 하는지, 어떤 책이 유용하고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소상하고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주식에 처음 입문한 분들께도, 주식으로 수익을 못 보는 분들께도 이 책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책의 핵심 메시지인 '자신만의 투자철학'을 만드는 데 커다란 길잡이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주린이 입장에서 조금 어려울 수 있겠지만 원래 귀한 보약이 몸에 쓴 법이니 곱씹으며 읽는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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