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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기억, 베스트셀러 속 명언 800 - 책 속의 한 줄을 통한 백년의 통찰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0년 2월
평점 :
'~하면 안 된다, ~ 해도 좋다.' 이와 같은 도덕적인 문구는 학창 시절부터 배워왔고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알면서도 실천이 어렵고 잘 안된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질 때, 누군가는 쓰디쓴 조언을 하기도 하고 다른 이는 책을 권하기도 한다. 난 한 줄의 명쾌한 답만 알고 싶은 건데 사람들의 말은 뭐가 이리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어렵고 복잡한 지은이만 아는 그런 말과 글 말고, 이해가 잘 되는 쉬운 글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책은 그런 명쾌한 답변을 상징하는 책이다. 첫 장에서 마지막 장까지 읽어야 하는 게 아니라 아무 페이지를 펴도 편안하고 이해가 쉬운 책이었다.
14개의 파트별로 나누어 파트에 대한 간략한 글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 서랍 속 상자에서 꺼내어 집어먹는 초콜릿 같은 구절들이 나와 있는데, 고전 혹은 베스트셀러, 철학 책같이 정해지지 않은 다양한 종류의 글이 한곳에 뭉쳐져 있는 선물상자였다. 인간은 복합적이다. 책에 수많은 줄글들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삶에 녹아있음을 알게 되고 느낀다. 사실 이런 글을 쓴 사람들은 나와 다른 특별한, 혹은 나보다 더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던 이들이라 생각하는데 사실은 다 똑같다. 그러니까 다른 세기에 살았던 사람들의 글인데도 불구하고 공감하고 이해가 가는 것이겠지. 아무튼 작은 한 줄의 글귀들이 삶에 있어서 좋은 나침반이 돼주는 것은 분명하다.
단편적이고 편파적이 아닌 입체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삶의 위안을 얻고 싶으나 긴 글은 자신 없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분명 각자방에는 이런 명언집이 한 권씩 있을 것이다. 내 방 책꽂이에도 이런 부류의 책이 여럿 자리 잡고 있다. 서가에 이런 책이 없다면 간이 안 된 음식과 같이 허전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책은 잘 차려주는 밥상에 비유할 수도 있겠는데, 스스로 원문을 읽을 수 없다면 밥상의 맛있는 반찬만 골라 먹을 수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길 가다가 벤치에 앉아 가볍게 읽어도 되고, 퇴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언제 어디서든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책이다. 명언집을 읽는 건 자기의 불편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니까. 많은 시간을 소비할 필요도 없이 단 5분, 10분, 짧은 시간으로도 독서할 수 있다. 제아무리 IT 기술이 발달되어 원하는 것을 빠르게 검색하여 본다 할지라도, 손으로 사각사각 소리 내어 넘기는 종이책이 그리울 때가 있다. 휘발성으로 따져보면 전자가 훨씬 강한 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왜 14가지의 단락으로 구분했는지, 이유를 간략하게 적어놓고 짧은 명언 앞머리마다 소제목으로 붙여놓았다. 챕터별로 구분을 해 놓고 있어서 중구난방으로 명언을 모아놓은 책과 비교해 볼 때 독자의 입장에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막연하게 책을 읽고 싶거나 삶에 있어서 따스한 위로를 받고 싶다거나, 무엇을 열심히 해야 할지, 인생에 있어 구체적인 답을 찾지 못했다면 책의 명언들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설령 조금 읽고 오랫동안 관심 속에서 멀어졌다 할지라도 언젠간 생각나서 다시 꺼내 읽게 될 가능성이 높은 책이다. 친구와 술은 오래될수록 좋다. 책도 마찬가지다. 한 번 읽고 보지 않는 책보다, 자주 보지 않더라도 조금만 보더라도 자꾸만 손이 가는 책이 좋은 책이다. 이 책은 빠르게 읽기보다는 편안하게 읽는 범주에 속하는 책이고 차례와 상관없이 어디를 펼쳐서 읽어도 괜찮은 책이기에 타인에게 선물을 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