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공부하는 과학
최준호 지음 / 머스트리드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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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합니다.' (문과생이라 죄송합니다.)

 

이과를 나오지 않은 문과 출신을 두고 일컫는 웃픈 문장이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수학이었다. 성적은 언어가 가장 잘 나왔지만 재미있고 좋아하던 과목은 수학이었다. 수학을 좋아하기에 어릴 때부터 나는 당연하게 이과를 가야겠다고 결심했고 그 믿음은 깨지지 않았다. 적어도 중학교를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과의 꿈을 접게 된 것은 순전히 과학 때문이었다. 수학은 좋았고 성적도 나쁘지 않았지만 도무지 과학이라는 녀석과는 친해질 수가 없었다. 물리는 따분했고 화학은 복잡하게 느껴졌으며 생물은 외울게 많았다. 그나마 지구과학이 나았는데 그마저도 다른 과학 과목들 때문에 거부감이 들었다. 결국 나는 문송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괴롭히던 과학은 스무 살 이후 내 인생에서 작별을 고했다. 이공계와는 담을 쌓았으므로, 스스로 찾지 않는다면 과학과 대면할 일은 없었다. 간혹 신문이나 뉴스에서 새로운 기술과 발전을 접할 때에 놀라긴 했었지만 삶에 크게 와닿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엄밀하게 따져보자면, 폴더폰이 스마트폰으로 교체되기 시작했을 때, 문자를 쓰다가 카톡이라는 메신저를 사용했을 때, 스마트폰을 통하여 인터넷을 전국 어디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을 때, 그 순간만큼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대단하다는 것을 분명 느꼈다. 그러나 그 외의 발전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다.

 

이런 내가 과학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투자를 시작하면서였다. 주식을 하면서 그날의 테마주를 복기해 볼 때 생명과학과 바이오주가 급부상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뿐일까 수소와 전기차 등의 친환경 사업, 우주와 관련된 산업 군들 등등... 이런 테마주들은 과학을 알지 않고서는 투자로 이어질 순 없었다. 과학과 관련된 기업의 기본적 분석(재무제표를 기반으로 한 기업 분석)을 하더라도 무슨 사업을 하는지,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관심을 받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결국 과학을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주식을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하게 주식에 필요한 기법만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주식이라는 것은 기업을 공부하는 것이며, 기업을 공부하다 보면 결국 대한민국의 거시 경제와도 연결된다. 그렇기에 테마주로 빈번히 등장하는 과학 관련 기업들을 알기 위해서는 현재 과학 기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은 알고 있어야 한다. 뭘 하는지 알아야 투자를 할 수 있고, 미래 전망을 예상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과학을 공부한답시고 중고등학교처럼 복잡한 수식이나 주기율표, 신체의 기관들을 지루하게 암기할 수는 없다. 일반인에게 필요한 과학 지식은 시험을 위한 지식이 아니라 최근의 동향과 흐름, 그리고 다가올 실생활에서 구현될 수 있는 미래의 전망 정도니까. 너무 깊게 들어가서도 안되고 인터넷에서 성의 없이 작성된 얕은 기사와 같은 글도 곤란하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시사성이 있는 지식이 필요한 법인데, 그렇기에 과거의 이론이나 기술들을 다룬 책들은 우선순위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 정리해 보자면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의 시각이 필수적이며 최신의 동향을 담고 있으면서 일반인이 읽기에 적당한 난이도를 가져야 한다. 시중에 많은 과학 교양서가 있지만 이런 조건을 두루 만족하는 책은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 않다.

 

교보에서 책을 살펴보는 도중, 눈길이 가는 제목을 발견했다. 《과학을 공부하는 과학》. 머리말을 읽어보니 저자는 나와 같은 문송 출신의 기자임에도 불구하고 과학에 대해서 신뢰할 만한 경력을 많이 쌓였다. 목차를 보니 더욱 명료했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뉘는데, 우주와 천체, 인간 DNA와 인공지능, 지구 환경에 대한 내용이다. 세 파트 모두 주식에서 테마주로 나올 공산이 큰 분야다. 분량도 적당하며 문송 출신이 쓴 책이라 그런지 일반인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한 흔적이 글에서 뚝뚝 묻어난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파트는 지구 환경에 대한 파트였다. 우리는 흔히 단순한 일반화로 과학 기술이 우리 지구를 황폐화하고 무너트렸다고만 생각한다. 그렇기에 종국에는 인간의 탐욕과 과학 기술의 결합이 우리 스스로를 망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떠올린다. 그러나 책을 읽어본 바, 과학의 발전이 오히려 지구 환경 파괴를 막고 환경 보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가지게 됐다. 책을 읽으면서 투자에 관한 관점으로만 과학을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어떤 기업이 돈이 될까.', '앞으로 어느 기술이 전망이 높겠다. 그럼 어느 기업이 가치가 높을까?' 등등... 그러나 책을 덮으면서 투자를 떠나 내가 살아가는 세계의 변화를 알아야겠다는 순수한 호기심이 생겼다. 세계의 변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과학이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과학이 우리의 한계를 뛰어넘게 만들어줄 수도 있고, 우리의 환경을 파괴하는데 앞장설 수도 있다. 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기 위해서는 모른 채로 무턱대고 부정하기보다, 변화의 속도를 인지하면서 과학의 방향을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도 과학에 대한 관심과 배움은 충분히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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