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 지친 너에게 권하는 동화속 명언 320가지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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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는 유아나 저학년 초등생을 대상으로 만든 이야기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어린 시절 전래동화, 이솝우화, 안데르센 이야기 등등의 동화집을 접했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는 거의 들춰보지 않았다. 가끔 드라마에서 남주나 여주가 읽던 책들을 살펴본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성인이 돼서도 간접적으로 동화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월트디즈니의 인기 만화들은 모두 동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다. 인어공주, 백설공주, 알라딘, 피노키오, 미녀와 야수... 90년대 디즈니를 크게 성장시켰던 히트작들은 대부분 동화를 세련되게 리메이크하여 만든 작품들이다. 그렇기에 동화라는 콘텐츠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동화의 핵심은 '순수함'이다. 그것도 그냥 순수함이 아닌 원초적인 순수함이 서려 있는 스토리텔링이다. 아이들은 이런 순수성에 손쉽게 매료된다. 몇몇 어른들이 동화를 재미없고 지루하고 뻔한 이야기로 생각하는 이유도 '순수함'과 관련이 있다. 어릴 때에는 세상이 동화처럼 순수하게 정직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회물을 먹어가면서 현실은 동화와 같이 정직하지도 순수하지도 않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한다. 그렇기에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동화의 내용을 비현실적인 이야기라 치부하며 멀리하기 시작한다. 현실의 가치를 받아들이고 순응하면서 우리는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의 메커니즘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해서 과연 올바른 어른이 된 것일까? 오히려 '어른'이 되는 동안 잃어버린 것들도 많지 않을까? 현실을 이해하고 적응한다고 해서 나의 삶은 더 행복해졌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경쟁이 일상화된 시대, 승자독식의 자본 중심적 사회에서 승자가 되지 못한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저마다 내면에 커다란 상처를 가지고 있다. 따뜻했던 마음은 냉소적으로 바뀌고, 여유로웠던 웃음은 경직된 모습으로 대체된다. 똑같은 쳇바퀴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 매너리즘을 느끼고, 때론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면 그 뒤를 따르는 것은 '만성 스트레스'다.

 

 그래서 이런 팍팍함을 타파하기 위해 2030세대에서는 욜로, 즉 즉흥적인 소비와 더불어 마음의 힐링을 극도로 추구했다. 어른이 동화를 본다는 것은 크게 보자면 힐링과 깊은 관련이 있다. 시시다 하고 뻔하다고 생각했던 스토리에서 잊었던 외면했던 순수한 감정, 원시적인 순수함을 돌아볼 수 있으니까. 동화의 내용과 현실은 비록 다를지라도, 동화가 가진 인간 본연의 순수함에서 지친 일상을 위로받을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동화는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아픈 대다수의 '어른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처방전이 아닐까? 자기 전 작은 책을 읽으면서 잃어버렸던 감정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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