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외편 동양고전 슬기바다 16
장자 지음, 오현중 옮김 / 홍익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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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는 중국의 전국시대(B.C 403 ~ 221)에 만들어진 텍스트지만 오늘날 전해지는 판본이 완성된 것은 서진시대(A.D 265 ~ 316)다. 이 사이 수많은 판본이 존재했지만 모두 소멸되고 곽상(A.D 252 ~ 312)이 정리한 판본만이 유일하게 전해진다. 곽상은 《장자》를 내편, 외편, 잡편으로 크게 세 파트로 나눴다. 여기서 《장자》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내편인데, 내편 중에서도 <1편 소요유>, <2편 제물론>이 책의 주제와 밀접하게 관련됐다. 내편은 외편과 잡편에 비해 사용되는 단어가 단순하고, 주제의식이 명료하다. 반대로 외편과 잡편은 내편보다 주제의식이 떨어지지만 내편보다 훨씬 광범위한 부분들을 다루기에 '사상의 확장'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내편 리뷰에서 잠깐 언급했듯, 《장자》는 인간이 규정한 모든 가치기준을 부정하고 자연이 돌아가는 섭리를 따를 것을 주장한다. 자연이 돌아가는 섭리는 도가에서 도(道)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장자》는 정치와 사회, 그리고 생활 전반에 이르기까지 도(道)를 따른다면 세속의 번잡함을 극복하며 참된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장자》와 함께 도가사상의 쌍벽을 이루는 《노자》는 이를 은유와 비유를 섞어 직설적으로 주장하며, 궁극적으로 위정자에 대한 교훈을 이끌어낸다. 그렇기에 《노자》는 개인보다는 집단, 정치적인 성격에 치우쳤으며, 마치 돌직구와 같은 우렁찬 목소리로 도가의 사상을 설파하고 있다. 《장자》는 어떨까? 《장자》에도 정치적인 내용이 들어 있지만, 《노자》처럼 치우치지 않았다. 특히 외편에서는 개인에 대한 내용이 유독 많이 나온다. 집단과 정치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게 다루지만, 개인의 자유와 해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장자》는 《노자》처럼 돌직구를 날리지 않고 여러 가지 우화를 통하여 완곡하고 간접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춘추전국시대에 태어난 제자백가 사상은 소유층이 기본적으로 지도층이나 군주로 설정됐다. 노골적으로 말해 제자백가 사상은 '나라를 어떻게 다스려야 올바른가?'라는 주제의식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앞서 말했듯 탈속을 상징한다는 도가사상의 원조 《노자》 역시 다분히 정치적이다. 공자의 유가는 어떤가? 유가는 대놓고 입신출세를 지지하며 바람직한 지도층을 군자라고 설정하며 권장한다. 최초의 좌파 철학이라는 묵가 역시 마찬가지다. 노비와 신민 계층을 두둔하며 평등과 겸애를 주장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이런 유토피아를 구상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인 군주를 교육하고 설득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묵가도 정치적이다. 법가나 병가 종횡가는 노골적으로 약육강식의 정치를 주장하고 있는 학파이기에 입 아프게 설명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장자》 역시 춘추전국시대의 산물이므로, 다분히 정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개인의 입장에도 무척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개인을 중요시하는 입장. 이점이 나는 여느 제자백가와 다른 《장자》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외편은 내편보다 내용의 깊이, 주제의식은 떨어지지만 내편보다 훨씬 광범위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장자》의 개인적 색채가 더해진 것은 후대에 덧붙여진 외편과 잡편의 영향이 아닐까도 생각을 해 봤다. 앞에 언급했듯 《장자》를 편집한 곽상은 서진시대에 활동한 사상가다. 중국의 사상사는 나라의 흥망과 같이 분리와 일원화를 반복했다. 춘추전국시대는 여러 사상이 흥기했다가 서한시대 한무제의 '유학 일원화 정책'으로 다양한 제자백가 중 유가가 으뜸으로 격상된다. 이후 동한이 멸망할 때까지 유가는 사상의 주류로 군림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상당했다.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고 여러 군웅들이 할거하며 천하가 셋으로 나뉘는데 그 유명한 《삼국지연의》의 배경인 '삼국시대'가 개막됐다. 사상계 역시 고루한 유가의 폐단에 반발하여 자유분방하고 탈속적이며, 풍류, 심미, 현학적인 추세로 나아가는데 여기에 중심되는 사상이 바로 도가였다. 그래서 삼국시대와 이를 통일한 서진시대에는 현학적이면서 자유분방하고 탈속적인 흐름이 도가와 결합하기 시작하는데, 이런 사상적 배경에서 곽상은 《장자》를 편집한 것이다.

 

 《노자》, 《장자》와 함께 도가삼서를 이루는 《열자》도 이 시기에 정리, 편집되는데, 《열자》는 도가에 사상적 뿌리를 두고 있지만 《장자》 외편과 잡편과 마찬가지로 잡다한 범위를 다루고 있다. 《열자》 역시 우화로 구성된 고전인데, 《장자》외편, 잡편과 느낌이 비슷하다. 아마도 비슷한 시대 자유분방한 학풍의 영향을 받은 결과가 아닐까.

 

 몇몇 분들은 《장자》에서 내편 중요하기에 외편과 잡편은 읽어볼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편이 뿌리라면, 외편과 잡편은 줄기와 가지에 해당된다. 뿌리와 근본은 무척 중요하지만 줄기와 가지가 없으면 나무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좋은 나무는 뿌리가 깊고, 줄기가 튼튼하며 가지가 풍성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내편이 사상적 응축을 보여준다면, 외편은 이를 바탕으로 하여 다양한 부분에 확장하는 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얼마 전부터 공식적인 면접을 보거나 발표를 할 때 강조하던 것이 '스토리텔링'이었다. 스토리텔링이 무엇인가. 핵심은 이야기(스토리)다. 주제와 내용을 스토리로 만들어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 마치 《장자》에서 도가의 철학을 특유의 스토리로 만들어서 설명하는 것이 떠오른다. 특히 외편은 광범위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므로, 동양 스토리텔링의 효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외편과 잡편의 풍부한 스토리텔링이 《장자》라는 사상의 저변을 넓히고 대중화하는 데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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