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페이지 조선사 365 - 읽다보면 역사의 흐름이 트이는 조선 왕조 이야기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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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 도서 시장에서 '조선'이라는 콘텐츠의 위용은 절대적이다. 조선을 다룬 역사 책들은 다양한 콘셉트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 책 역시 그런 흐름에서 출간된 신간 도서다. 삼국이나 고려 등 다른 시대보다 조선시대는 왜 많이 다뤄지는 걸까? 아마도 전해져 내려오는 사료의 양 때문일 것이다. 애석하게도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의 문헌은 제한적이고 부족한데 반해, 조선을 다룬 문헌은 비교적 풍부하다. 이렇다 보니 시대를 조망하기에도 용의하고, 다양한 각도로 사건사고를 재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

 

 비단 도서 시장뿐만 아니라 사극이나 시험에서도 조선은 무척 중요하게 다뤄진다. 우리나라에서 방영된 사극 중 70%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런 흐름도 조선시대가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자격증이나 시험, 그리고 수능도 마찬가지다. 사료가 많다는 것은 출제할 수 있는 것들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대한민국에서 치러지는 역사 시험은 조선과 근대가 70%를 차지한다."라는 속설도 공공연하게 떠돈다.

 

 조선을 다룬 책들은 다양한 콘셉트로 나왔는데, 2000년대 초반에는 조선 왕조를 중심으로 한 정치사와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몇 가지 대표작을 살펴보자면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박영규의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 이한우의 《조선 군주열전 시리즈》, 박시백의 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무적핑크의 《조선왕조실톡》 등등이 있다. 위의 책들의 공통점은 고전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하여 출간된 책 들인데 하나같이 정치사를 메인으로 다루고 있다. 정치사는 시대의 흐름을 쉽게 조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미시적, 사회사에 대한 시각의 결여로, 당대의 하층민의 삶을 간과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흥미롭게도 요즘 역사 트렌드는 정치사보다는 미시사, 테마사, 사회사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대표하는 저서를 하나 꼽아보자면 김시덕 교수의 《일본사 이야기》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정치사보다는 사회사 문화사에 치중하여 15세기 이후 에도막부를 다루고 있는데, 정치 중심의 도서와는 지향하는 결이 다르다. 읽으면서 이런 시각으로 조선을 분석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1일 1페이지 조선사 365》 (이하 조선 365) 가 이를 만족했다. 조선을 단권화한 이 책은, 말 그대로 하루에 한 페이지씩 읽도록 구성되었는데, 중요한 정치적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정치에만 편중되지 않고 당대의 사회 분위기나 민초, 노비들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책은 현직의 역사교사가 집필했다는데, 약력을 살펴보니 활자의 지식이 아닌 살아있는 공부를 지향한다고 한다. 이런 저자의 방향은 전작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전에 집필한 책의 이름이 《방구석 역사여행》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조선사 365》도 역사 특유의 딱딱함을 버리고 최대한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많다. 편집도 요즘 젊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해시태그를 첨부하는 등 친근한 느낌을 받았다. 한 가지 단점을 꼽아보자면 방대한 조선의 흐름을 한 권에 단권화하다 보니 활자가 작은 편인데, 나이가 드신 분들은 읽기가 힘들 수 있겠다. 그 점 외에는 특별한 단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조선사에 대해서 가볍게 흐름을 파악하고 싶은 분들이나, 수험생의 교양 도서로도 안성맞춤이다. 이 책으로 조선사의 세부적인 부분까지는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겠지만 커다란 흐름이나 중요한 사건들은 빠짐없이 정리되었으니 여기 있는 내용만 잘 소화하더라도 어디서 조선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부족함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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