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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 세트 - 전4권 ㅣ 리비우스 로마사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2월
평점 :
새로운 새해, 인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만한 대작이 완간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무척 기뻤다. 그 주인공은 바로 《리비우스 로마사》로, 출판사 현대지성에서 기존에 출간된 1,2권을 포함하여 남은 3,4권을 동시에 발간하면서 총 4권의 세트 전질을 완성했다.
《리비우스 로마사》는 로마의 역사서 중 가장 권위 있는 작품이자 고전으로 마키아벨리를 포함한 서구의 지식인, 명사들에게 필독서 또는 애독서로 손꼽는 책이다. 책은 150권으로 기획됐지만 저자인 리비우스는 141 ~ 142권을 쓰다가 사망했다는데, 완성되지 못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오늘날 전해지는 부분은 1~10권, 그리고 한니발과 스키피오 장군의 싸움을 다룬 21권 ~ 30권(국내 번역 단행본 3권 분량), 그리스 정복을 다룬 31 ~ 45권(국내 번역 단행본 4권 분량)이다.
1,2권을 읽어본 바, 리비우스는 역사가임에도 불구하고 문학 작가를 방불케 할 정도로 문장과 수사가 아름답고 표현 역시 무척 세련됐다. 그는 자칫 무미건조할 수 있는 역사서에 자신의 문학적 상상력과 수사를 덧붙여 맛깔나는 표현으로 독자를 사로잡았는데, 이런 점은 동양의 역사 아버지이자,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사마천의 필법과 비슷하다. 사마천의 《사기》 역시 역사서임에도 불구하고 문학 작품과 견줘도 떨어지지 않는 문장을 자랑하여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역사의 탈을 쓴 문학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리비우스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두 저자는 각각 동양과 서양의 대표적인 역사가로 손꼽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동양 문화 영향 덕분에 《사기》의 중요성은 널리 알려진 반면, 《리비우스 로마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서구의 《사기》'라고 할 수 있는 《리비우스 로마사》가 완역됐으니 이는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우리나라 인문학 수준을 한층 격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는 《리비우스 로마사》를 깊이 있게 탐독하여 재해석하고 정리하여 《로마사 논고》라는 책을 완성한다. 마키아벨리는 방대한 《리비우스 로마사》 중에서 초반 부분 즉 1권 ~ 10권까지의 내용에 집중했는데 주된 내용은 로마의 건국과 이탈리아 대륙 통일을 다루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의 건국 과정과 이탈리아 통일 과정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그래서 《리비우스 로마사》를 토대로 하여 강대국들의 먹잇감이 되어 사분오열된 중세 이탈리아를 통일할 수 있는 리더와 정치체제를 희망했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각각 《군주론》과 《로마사논고》에 담아냈다. 이렇듯 마키아벨리에게 《리비우스 로마사》는 지적인 영감을 선사했던 중요한 고전이었다.
이번에 완역된 번역본 기준으로 내용을 살펴보자면 1권은 로마의 건국, 왕정의 폐지와 공화정의 수립을 다루고 있고 2권은 도시국가 로마가 이탈리아반도를 통일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새롭게 출간된 3권은 로마와 카르타고의 포에니 전쟁을 다루고 있는데 1,2,3차 포에니 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2차 포에니 전쟁을 조명하고 있다. 3권을 통하여 카르타고의 용장 한니발과 로마를 구원한 스키피오의 무용담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4권은 2차 포에니 전쟁 이후 동쪽 그리스 지역을 정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제국주의 체제로 들어선 로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고대 서구문화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그리스와 로마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담은 역사 고전들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그리스의 역사를 다룬 유명한 고전으로는 그리스의 시작과 페르시아와의 전쟁을 다루고 있는 책인 헤로도토스의 《역사》,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을 다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그리스 반도 전쟁 직후의 긴밀한 시기를 다룬 크세노폰의 《헬레니카》 등을 꼽을 수 있다.
고대 서양 문명은 그리스에서 태어나 로마에서 꽃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로마는 그리스의 정신, 뛰어난 철학과 자유를 추구한 제도를 이어받은 국가로 고대 서양 문화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중 로마의 초창기이자 공화정 시기, 제국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담은 고전이 오늘 소개하는 《리비우스 로마사》다. 카이사르와 옥타비아누스로 인하여 로마 제정으로 들어선 시기를 다룬 책은 타키투스의 《연대기》, 그리고 《역사》가 대표적인데, 수에토니우스의 《열두명의 카이사르》도 참고할 만하다. 로마 제정의 전성기에서 쇠망사를 다룬 고전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가 유명하다.
시간의 흐름으로 시대를 서술한 방식(편년체 - 앞에 설명한 고전들은 모두 편년체다)이 아닌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서술한 역사서(기전체)는 그리스와 로마 영웅을 서로 비교하여 우열을 논한 플루타르코스의 《플루타르코스 비교 영웅전》이 있다.
이렇듯 《리비우스 로마사》는 로마 역사의 초반부를 다루고 있는 고전이기에 무척 중요한 책으로 인식됐다. 《리비우스 로마사》가 완역되어서 우리는 리비우스의 수려한 문체를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며, 기존에 번역된 서구의 유구한 역사 고전들과 비교 분석을 할 수 있게됐다.
2019년에 완역된 역사 고전 중에서 《리비우스 로마사》와 견줄 만한 책이라면 반고의 《한서》를 꼽을 수 있는데, 두 책 모두 중요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번역이 되지 않았었다. 《리비우스 로마사》의 중요성은 앞에서 누누이 언급했으니 생략하고, 《한서》는 사마천의 《사기》를 계승한 역사서로 동양 지식인들의 필독서로 손꼽아온 역사책이다. 두 책은 서양과 동양을 대표하는 제국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 《리비우스 로마사》는 고대 서구 문명을 대표하는 로마의 부흥기를 다루고 있으며, 《한서》는 고대 동양 문명을 대표하는 한나라의 역사를 담고 있다. 두 책을 비교, 대조하여 읽으면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동질감과 이질감을 피부로 생생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대작을 접하게 되니 기분이 설렌다. 1권과 2권은 읽어봤기에 연휴를 맞이하여 3권을 읽어나가고 있다. 3권과 4권 역시 자세하게 읽은 뒤 개별 리뷰 포스팅도 작성할 예정이다. 분량은 방대하지만 시간을 들여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므로 조바심을 내지 않고 차근차근 읽어나갈 생각이다. 새해 좋은 양서와 함께 시작하게 되어서 기분이 매우 좋다. 인문학을 사랑하는 분들, 그리고 로마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감히 일독을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출판사에서 《리비우스 로마사》의 전질 요약본(Periochae)도 단행본으로 번역하여 출간했으면 좋겠다. 앞에서 언급하다시피 《리비우스 로마사》는 142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으로 저술됐지만 초반부만 전해지고 있는데 없어진 내용을 모두 요약한 글도 전해지고 있다. 번역본 4권 말미에 전체적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했지만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차라리 단행본 하나를 더하여 요약본까지 총 5권으로 세트를 구성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차후에 요약본이 번역되여 출간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