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몽룡의 동주열국지 4 - 오월시대
풍몽룡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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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열국지 4》권의 주인공은 바로 오월동주로 유명한 오나라와 월나라다. 이들 두 나라는 초나라보다 더 먼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랬기에 중화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앞선 권의 주인공이었던 초나라는 중화문명을 상징하는 진(晉)나라에 맞서 패자 자리에 오르지만, 도리어 중화문명의 세례를 받아 만이 특유의 호전성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오나라와 월나라가 중원의 패자 자리를 꿈꾸기 시작한다.

 

춘추시대의 말기를 장식한 오나라와 월나라의 이야기. 이 스토리는 비단 《열국지》 뿐만 아니라 여러 역사가들과 호사가들의 이목을 끌었다. 두 나라 이야기의 핵심은 '배신'과 '복수'다. 배신과 복수는 역사에서 빈번하게 볼 수 있지만 오월시대의 배신과 복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으로 이어졌기에 매우 드라마틱 하고 문학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그랬기에 복잡한 춘추전국 시대에 대해서는 모르더라도 오월시대의 이야기는 자세하게 아는 사람들이 많다.

 

신흥 강국 초나라는 중원세력에 집중한 결과 배후에서 성장하는 오와 월을 견제하지 못했으며, 패자가 된 후 자만하기 시작했다. 이틈을 타서 급성장한 오나라는 합려의 리더십 오자서와 손무 등의 명신들의 능력을 통하여 초나라 수도를 함락시키고 당당히 중원에 패자로 군림한다. 이런 오나라의 성세 역시 2대를 넘지 못하고, 월나라 왕 구천과 문종과 범리 등등의 명신들의 활약으로 오나라를 멸망시킨다. 이후 월나라는 패자를 칭하는데 이후의 행적은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봐서 세력이 크게 쇠락했던 것 같다.

 

문학적인 색채를 걷어내고 오월시대를 냉정하게 바라보면 커다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바로 '대외활동보다 내부 정비가 우선이라는 점'. 이는 초나라와 오나라 두 패자국이 범한 실수였다. 초나라는 패자가 된 뒤 후방의 약소국들을 신경 쓰지 않고 중원에만 몰두했다. 오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후방의 월나라를 신경 쓰지 않고 무리하게 중원으로만 확장을 시도하다 패망했다. 초와 오 두 나라 모두 앞만 보고 달렸지, 주변을 살피는 데에는 소홀한 것이다. 그 결과 중원의 패권, 즉 힘의 축은 북방의 진나라에서 남방의 초나라로 초에서 오, 월로 이전됐다. 전통적으로 낙후된 지역들이 새로운 맹주로 떠오른 것이다.

 

오월이 춘추 말기에 이토록 급격히 떠오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 우수한 제철 기술의 발달. 당시 중원은 청동기 시대였지만 초나라나 오나라 월나라 등의 남방 지역은 우수한 철광이 많았다. 그렇기에 품질이 좋은 철기문화를 토대로 생산력과 군사력을 대폭 확장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중원과의 문화적 교류가 많아져 문화적 혜택을 풍부하게 받았던 점이다. 야만국으로 분류됐던 초나라의 성공은 오나라와 월나라에게도 커다란 본보기가 됐으며, 오와 월 역시 중원의 문명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고 이름난 명사들을 등용하여 국가 발전을 도모했다. 책에서 나오는 오자서와 손무, 문종과 범리 등등의 현신들은 타지 출신이며, 출생국은 문명이 뛰어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즉 오와 월나라는 뛰어난 기술을 토대로 하여, 앞선 문물을 접한 재능 있는 인재들을 스카우트하여서 중원의 새로운 패자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와 월의 패자는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제환공의 패업과 같이 단발성 이벤트로 그친다. 오와 월은 중원의 패권을 얻는 것에만 집중했지 유지하는 방법까지는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월이 대륙을 휩쓸고 난 뒤, 춘추시대는 붕괴하고 새로운 시대, 전국시대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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