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법인 지음 / 불광출판사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법인 스님께

 

 

스님 안녕하세요. 저는 얼마 전에 스님을 독대한 사람입니다. 이번 템플스테이에서 가장 의미 있는 만남을 꼽으라면 스님과의 차담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전국의 사찰들을 돌아다니며, 가르침을 갈구하고 있었습니다. 장기간의 템플스테이 과정에서, 제가 있는 곳으로 때로는 어머니, 아내, 아버지가 찾아와 템플스테이를 함께하기도 했는데, 해남 대흥사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여행의 대부분은 저 혼자서 돌아다녔지만 종종 가족들의 합류로 인해 가족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길에서 수많은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그중 스님이 하신 말씀과 송광사 불일암에 덕조 스님의 법문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제 가슴을 뻥 뚫리게 한 스님의 법문은 '공'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불교의 가르침 중 가장 높으면서도 핵심이라고 하는 공의 사상을 그토록 쉽게 평이하게 설명하시는 스님의 가르침에 저는 제가 고민하고 있었던 문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공이라는 것은 무조건 비우고 텅 빈 것이 아닌 본래의 것 그 자체만을 남기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현대 사회에는 나의 본질을 흐리고 유혹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렇게 세속에 살다 보니 내 몸에 걸맞지 않은 옷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더군요. 이를 하나둘씩 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내가 원하는 것, 그리고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지, 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나의 본 목소리를 찾을 수 있었고, 그것이야말로 제가 그토록 찾고 갈구하던 해답이었습니다. 마음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살아가기보다 내가 기준이 된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남들이 익숙하다고 느꼈던, 그리고 내가 익숙하다고 자위하며 속여왔던 삶을 다시 살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저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쪽으로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듯, 모든 일은 마음에 달렸다고 하셨으니, 저 역시 조금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이를 넉넉하게 품어안으며, 행복하게 살도록 하겠습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듯, 이성과 감성, 이성은 인문학으로 닦으며, 감성을 키우기 위해 악기와 다도 그리고 다양하게 놀 수 있는 것들을 만들며, 최대한 행복하게 살고자 합니다. 세상이 설정해놓은 물질적인 쾌락에 따르기보단 저의 가슴이 소리치는 정서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대흥사를 나오면서 절집 앞에 위치한 서점에서 스님의 책을 단숨에 구매해서 여행 내도록 읽고 또 읽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장거리 여행이었는데, 버스나 기차를 타서 잠을 청하는 시간과 주변 풍경을 감상하던 시간 외에는 대부분 스님의 책을 읽었습니다.

 

 

제가 스님께 가장 매력을 느낀 부분은 행동을 강조한 부분이었습니다. 몇몇 사찰의 템플스테이 차담 시간에는 스님들이 직장 생활에 최선을 다하고 물질적인 삶에 최선을 다해서 행복을 찾으라는 말씀도 하시던데,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물론 그렇게 산다면 자신의 인생은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가능성이 높겠지요. 그러나 설사 그렇게 행복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자신만을 위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고, 만약 사회에 그런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그만큼 더 각박해지고 인정이 메마르지 않겠습니까?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 세대와 우리 밑의 세대의 모습이 이런 대표적인 사례가 아니겠습니까. 스님은 행동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행동의 중심에는 타인과 함께하는 연대가 들어 있었지요. 나도 중요하지만 남과 함께 연대하자는 그 말씀! 그 울림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스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성으로 인문학을 배우지만, 인문학을 넘어 인문행을 행하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다고 거창한 무언가를 행하여 대중을 구세할 웅대한 꿈을 품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베풀며 사랑하며 함께 손잡고 가는 삶. 남들보다 미련스럽고, 우직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그렇게 사는 것이야말로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스님과 함께 작은 부분이지만,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행동하고 노력하겠습니다.

 

 

글에서 제가 결례나 무례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해남 대흥사는 멀리 떨어져 있고, 그렇기에 쉽게 방문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스님께서도 바쁘시기에 암자에 자주 머무시는 경우도 없겠지요. 그래서 이번 만남이 더욱 뜻깊었습니다. 스님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스님과 다시 조용한 일지암에 앉아 독대하며 같이 차를 마시며 많이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저도 세속에서 마음 수양하고 선행을 닦고 있겠습니다. 그래야 다음에 뵐 때 행복한 미담을 많이 들려드릴 수 있으니까요. 끝으로 인사드립니다. 보통 세속에서는 건강에 대한 덕담을 하는 것을 최고의 인사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가에서는 자연스러움을 최고로 여기기에 구태여 건강에 대한 미덕을 드리기보단 다른 인사로 대신할까 합니다.

 

 

스님의 공부에 큰 깨달음이 가득하길, 더불어 행동을 강조하셨던 초심을 잃지 않으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