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자치통감
사마광 지음, 푸챵 엮음, 나진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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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통감》은 중국의 역사를 편년체로 기록한 역사서로, 전국시대에서 당나라 멸망 이후 오대 십국까지 1362년의 역사를 기록한 대작이다. 다루는 연도가 방대한 만큼 책의 분량도 엄청난 편인데 무려 294권으로 구성됐다. 그래서 바쁜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이를 완독하기가 쉽지 않고, 그렇기에 《자치통감》을 다룬 축약본이나 요약본 도서들이 최근 많이 발간되고 있다. 최근 나는 《자치통감》을 완독하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방대한 거작인 《자치통감》을 완독하기 위해 국내에 나온 《자치통감》 관련 개론서와 요약서들은 대부분 구해서 읽어봤다.

 

원전 완역본을 제외하고, 요약서와 개론서를 추려내보면 크게 네 가지 도서가 눈에 들어오는데 첫 번째는 원전 완역본을 펴낸 권중달 교수가 쓴 《자치통감 사론 강의》이다. 이 책은 《자치통감》에 쓰인 사학자들의 사평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데 중점을 둔 도서로, 사평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학에 치우친 도서라고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도서는 장펑 교수의 《자치통감을 읽다》라는 도서인데, 이 책은 《자치통감》을 재구성하여 자기 계발서와 수양서처럼 편제하여 단권화한 책으로 굳이 분류하자면 자기 계발서에 가까운 책이다.

 

세 번째로 거론할 도서는 장궈강 교수의 《천년의 이치를 담아낸 제왕의 책 - 자치통감》인데, 이 책은 《자치통감》에 나오는 시대적 흐름을 일목요연하고 현대적으로 정리한 도서다. 마지막으로 거론할 책은 오늘 리뷰의 주인공인 《한 권으로 읽는 자치통감》인데, 이 책은 방대한 《자치통감》의 분량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건 58편을 뽑아내 이를 바탕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이렇듯 《자치통감》은 워낙 방대한 저작이라서, 이를 요약하고 축약하는 과정에서 편저자의 의도에 따라 요약본의 성격도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한 권으로 읽는 자치통감》의 특징을 분석하려면 앞서 나온 요약본들과 비교 분석을 할 수밖에 없다.

 

먼저 첫 번째 도서인 권중달 교수의 《자치통감 사론 강의》의 장점은 역대 뛰어난 사학자들의 사평을 중심으로 책이 전개되기에, 중국 역사의 흐름과 함께 순수한 역사학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개인적으로 역사서라기보다 역사 철학서라고 생각한다. 순수 사학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자치통감》이라는 명저를 탄생한 뛰어난 사관들의 생각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싶을 때에는 이 책이 굉장히 유용하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사평에 대해 관심이 없고 중국 역사의 흐름을 잡고자 하는 일반인들이나 초심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 도서인 《자치통감을 읽다》는 《자치통감》이란 책이 현대적으로 어떤 교훈을 남겼는지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최적의 책이다. 그렇기에 바쁜 와중에도 인문학적 자기 계발서를 원하는 분들, 혹은 조직이나 기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자치통감》을 통해 도덕성에 대한 교훈을 얻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만 이 책은 성격이 자기 계발서라서, 《자치통감》을 통해 중국 역사의 흐름을 잡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비추하고 싶은 책이다. 책에서 나오는 에피소드는 시간의 흐름대로 기록된 것이 아니라,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교훈과 관련이 있는 특정 사건들을 중심으로 기록됐고, 그렇게 기록된 사건들은 시대적 구분 없이 뒤죽박죽으로 거론되기에(예로 우리나라 역사서로 치자면 조선과 고려 삼국시대의 사례가 뒤죽박죽으로 나오는 것을 연상하면 되겠다.), 중국사에 대한 예비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읽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세 번째 도서인 《천년의 이치를 담아낸 제왕의 책 - 자치통감》의 장점은 책을 통해 중국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의 두 책으로는 《자치통감》이 다루고 있는 방대한 역사 흐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데 반해, 이 책은 저자가 역사의 흐름을 적절하게 편제하여 독자가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기 쉽도록 편안한 서술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앞의 두 책보다는 훨씬 대중적이다. 그러나 이 책의 치명적인 단점은 편파적인 편제에 있다. 원래 《자치통감》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시대는 당나라 시대고, 그다음이 한나라 시대다. 책에서는 한나라 시대와 유비, 조조, 손권이 군웅할거하던 삼국시대를 집중적으로 조망했지만, 그 이후 시대인 5호 16국, 그리고 수나라와 당나라 시대, 그리고 5대 10국 시대는 굉장히 간략하게 서술했다.

 

네 번째 도서인 《한 권으로 읽는 자치통감》은 지금까지 나온 《자치통감》 관련 개론서 중 가장 평이하고, 접근하기가 쉬운 도서다. 책은 《자치통감》에서 일어났던 중요한 사건 58개를 뽑아서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그렇기에 이 책의 부제를 붙인다면 '58편의 이야기로 읽는 자치통감'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를 중심으로 방대한 중국사를 풀어냈으니 접근성은 좋은 편이라, 《자치통감》에 관심을 가지는 초심자들이나, 동양 고전에 대해 익숙하지 않는 분들은 이 책으로 가볍게 《자치통감》을 접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반면 책의 단점을 꼽아보자면 방대한 통감을 58개의 사건으로 축약하다 보니, 중간중간 빠진 내용도 있으며, 무엇보다 이 책에는 《자치통감》을 쓴 저자들의 사평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리뷰를 쓰면서, 최근에 《자치통감》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과거에는 완역은커녕 축약본도 전무했고 《자치통감》이라는 책 자체가 매우 생소했는데, 최근에는 완역본도 접할 수 있으며, 이렇게 다양한 개론서를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으니, 이 모든 것이 《자치통감》에 대한 대중의 관심 때문이 아니겠는가. 가장 최근에 나온 《한 권으로 나온 자치통감》은 기존에 출시한 개론서와 축약서에 비해 훨씬 대중적인 성격이 강한데, 이 책의 출간 배경 역시 중국 역사에 관심이 많은 대중들의 기호의 영향 덕이 아닌가 싶다. 어찌 됐건 이런 출간은 매우 환영이다. 이 책 덕분에 대중들이 더욱 쉽게 《자치통감》을 접할 수 있으니, 고전의 대중화라는 입장에서 볼 때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자치통감》을 두고, 시대착오적이고 고리타분한 책이라고 폄하한다. 물론 오늘날에 기준으로 바라볼 때, 구시대의 흔적을 기록한 책이므로, 시대착오적인 사상이 없을 순 없다. 그러나 이런 냉소론에 입각하여 고전을 바라본다면 세상에 전해 내려오는 모든 고전은 무가치한 것이 된다. 고전은 아무렇게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대착오적인 관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늘날에도 통용될 수 있는 교훈을 담은 불굴의 역작에게만 붙여지는 칭호가 '고전'이다. 《자치통감》은 동양의 최고지도자들이 세대를 거듭하며 읽어왔던 명저 중에 명저다. 이 책에는 동양 통치학의 정수가 녹아 있으며, 그렇기에 세종대왕과 마오쩌둥 등의 위인들은 항상 이 책을 탐독했고, 역대의 명 제상들과 정치가들도 이 책을 거울삼아 정치에 임했다. 그러니 사소한 결점을 트집 잡아,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굉장히 극단적이고 편협한 사고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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