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의 영문법 - 영어의 격格을 한 단계 높이는 책!
신동준 지음 / 미다스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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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영어의 중요성은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세계화 시대, 정보화시대에서 영어는 범국제적 공용어의 위상을 가지고 있으며,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다면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불편함 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 그렇기에 영어에 대한 교육법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다른 나라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영어는 초등학교 때부터 정규교육으로 배우기 시작하여, 대학교 진학 전까지 필수과목으로 배운다. 대학을 결정하는 수능시험에서도 영어는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초등 6년, 중고등 6년 동안 중요 과목으로 영어를 배운다면 외국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능숙하게 다뤄야 하는 게 당연한데, 실제로 정규 교과 과정만으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왜 이런 터무니없는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어학의 습득은 실상의 활용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학교교육에서 강조하는 영어는 철저하게 시험용 독해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대한민국 학생들은 단어를 많이 알고, 지엽적인 문법 지식을 빠삭하게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런 지식을 말로 표현하는 것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요즘 일각에서는 이런 시험용 영어의 원인을 '문법' 교육에서 찾고 문법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들의 주장은 이렇다. "생각해봐라, 우리가 언어를 배울 때 복잡한 문법을 알고 배웠나? 아니지 않냐? 언어는 소통이 중요한데, 그렇기에 너무나도 디테일한 문법 공부는 지양해야 바람직하다." 일리는 있는 말이다. 실제로 어린아이가 모국어를 배울 때에는, 모국어의 복잡한 문법 규칙을 배우면서 언어를 깨우치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엄마와 아빠와의 소통을 통하여 모국어를 '본능적'으로 배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요즘 해외여행은 굉장히 보편화됐는데, 과거와는 다르게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하더라도, 웬만해서는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정확하지 않더라도 중요한 명사나 동사를 이야기하며 손짓 발짓을 섞는 소위 서바이벌 잉글리시를 구사하더라도, 혹은 문법과 상이한 문장을 이야기하더라도 상대방은 얼추 알아듣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문법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조금 오버한 것 같다. 물론 언어는 소통과 활용을 통해 습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도대체 어떻게 영어를 실생활에서 꾸준하게 활용한단 말인가? 한국어가 통용되는 한국에서 영어를 모국어처럼 활용하려면, 적어도 영어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과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자주 주기적으로 소통해야 하는데, 과연 이런 환경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물론 펜팔이나 채팅 등을 활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펜팔 역시 주고받는 데에 시간이 걸리며, 결정적으로 펜팔이나 채팅 등도 말이 아닌 문자 중심의 소통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상류층 자제들은 영어를 많이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영어를 활용하며 습득하는 반면, 그런 환경을 조성할 수 없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시험용 언어를 공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실적인 부분을 떠나 다른 이유를 거론해보자면 언어를 습득하는 데 있어 문법이 필요 없다 할지라도, 정확한 언어 구사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문법 지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 물론 과거 우리나라 시험에서 보여줬던 '문법을 위한 문법 지식을 묻는 지엽적인 문제'들 때문에 공부해야 할 문법의 범위가 쓸데없이 많아지는 것은 지양해야겠지만, 최소한의 문법 지식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정확한 소통을 나눌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문법 지식은 단어와 마찬가지로 그 범위가 매우 좁은 편이다. 고등학교 때 우리는 영단어를 미치도록 공부하는데, 사실 영미 문화권에서 일상생활에 쓰는 영단어는 최대 맥시멈으로 잡아 봐야 1000개 이하다. 즉 중학교 수준의 영단어만 알더라도, 영어 문화권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다. 마찬가지로 문법 역시 '진짜 소통을 위해 필요한 문법'은 범위가 매우 좁은 편이다. 외국인인 한국인의 입장에서, 과연 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문법 지식 없이 생으로 영어를 정복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시험용 영문법 책이 아닌, 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영문법의 범주를 충족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내용이 조금 어렵다고 이야기하는데, 실제 이 책에서 다뤄지는 영문법 수준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저학년 수준이라 보는데 무리가 없다. 영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에서 나오는 문법 지식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영어를 어느 정도 공부했고, 취업을 위해 토익이나 토플, 시험용 영어를 공부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예문도 평이하고 예문에 나오는 단어도 쉬운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책에서는 영문법에 배경을 설명하기 위하여 거론되는 수많은 언어들, 예를 들어보자면 산스크리트어, 그리스어, 라틴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등의 다양한 언어 지식들을 동원하여 설명하는데, 이런 다양한 언어에 대한 지식이 없기에 본문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저자의 해박한 언어 설명을 읽으면서, 과연 이런 설명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번역한 중국 고전들을 애독해왔는데, 얼마 전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이탈리아 저본을 바탕으로 번역했다 하여 의외의 눈으로 저자를 바라봤다. 중국 고전을 주로 번역하는 사람이 이탈리어 원어의 《군주론》이라니!! 합리적으로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리고 나아가 최근에 다양한 언어학적 지식이 담긴 본서를 펴냈는데, 과연 저자가 《군주론》 원전을 번역할 만한 실력이 있는가를 의심하며 이 책을 읽었다.

 

확실히 책에서 저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언어 문법을 영문법과 비교하여, 영문법만의 특징을 고찰하고 있었다. 그래서 언어에 대한 지식은 해박한 것 같지만, 과연 저자의 분석이 타당한 것인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영어를 제외하고 이 책에 언급된 수많은 언어들에 대한 지식이 나에겐 없기에, 솔직히 저자의 분석이 맞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언어 덕후들이라면 흥미를 가지고 저자의 논의를 분석하겠지만, 비전공자인데다 언어학적 지식에 대한 열의가 짧은 나에게는 간단한 문법 규칙을 설명하는데 너무 범위를 넓혀 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끝으로 책 말미에는 저자의 기상천외한 논리가 나온다. 바로 '콩글리시'를 국제적으로 널리 퍼트려서 미국 뉘앙스 중심의 '아멩글리시'를 몰아내자는 대목이 나오는데, 모두가 콩글리시를 부정하고 아멩글리시 위주의 발음을 흉내 낼 때, 저자는 역으로 콩글리시를 적극 활용하여,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자고 주장한다. 하긴 생각해보면 영어의 본고장인 영국인 입장에서 미국 중심의 아멩글리시는 방언처럼 느낄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런 방언과도 같은 미국식 영어가 본토의 영어를 몰아내고 국제어로 자리 잡은 이유는 바로 '국력의 차이' 때문이다.

 

그렇기에 콩글리시가 아멩글리시를 몰아내려면 '적어도' 한국이 지금보다는 훨씬 강대국이 되고 국제적인 영향력을 가져야 하며, 무엇보다도 미국에 대한 의존을 끊어내야 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저자의 취지는 알겠지만, 다소 앞서간 생각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 덕분에 상상해봤다. 만약 콩글리시가 발전하고 이를 토대로 진화하여, 영어의 어순이 한국어와 같이 주어 - 목적어 - 동사의 구조가 된다면 훨씬 매력적인 언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라틴어 계열 언어 중에서 영어가 숱한 사촌 언어들을 제치고 국제어로 발돋음할 수 있었던 원인에는 영국과 미국의 강성함이 주요한 원인이지만, 영어라는 언어 자체의 탄력성에서도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영어는 다른 라틴어 계열에서 나온 언어들에 비해 훨씬 간략하고, 문법 규칙도 간소화됐다. 그런 영어니 만약 훗날 한국어의 장점을 흡수하여 진화한다면... 상상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 아 물론 영어가 한국어의 문법을 대폭 수용하여 진화한 콩글리시가 탄생한다 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라고 할 수 있는 '한글'을 따라오진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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