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태종실록 : 재위 7년 - 새로운 해석, 예리한 통찰 이한우의 태종실록 7
이한우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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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권의 주요 테마는 바로 처남 민무구 민무질 형제의 숙청이다. 혹자들은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처남들을 몰살시킨 태종이 잔인한 군주라고 매도하겠지만, 《태종실록》를 꼼꼼하게 읽어보면 민무구 민무질 형제는 강력한 권세를 바탕으로 안하무인으로 행동하였기에, 외척의 발호에 굉장히 민감한 태종이 당연히 숙청하겠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이번 권에서 보여주는 태종의 모습은 이전까지의 모습과는 비교하여 굉장히 정략적이고 모략적인 모습이 강했다. 엄청난 권세, 군부의 핵심을 담당했던 처남들을 쳐내는 작업이기에 아무리 왕권이 강한 태종이더라도, 조심스럽게 접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객관적으로 볼 때 민무구 민무질 형제의 죄는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마 정에 약한 군주였다면 대수롭지 않게 경고하고 넘어갔거나, 직첩을 거두고 정계에 퇴출하는 것으로 처벌했을지 모르겠지만, 특히나 외척을 경계했던 태종에게는 이런 애매모호함조차 용납할 수 없는 수위였다. 태종은 왜 그렇게 외척을 심하게 견제했을까. 첫 번째로 아버지 태조의 두 번째 부인인 신덕왕후 신씨와 관련됐다. 신 씨는 자신의 자식을 왕위에 올리기 위해 태조를 꼬드겼고, 정치에 있어서 영향력을 강하게 발휘했던 왕후였다. 그래서 막내아들 방석이 세자의 자리에 올랐으니, 첫 번째 부인 신의왕후 한 씨 소생인 태종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바로 《대학연의》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태종 이방원이 가장 가까이하던 《대학연의》에는 외척에 발호에 대하여, '제가의 요체'에서 심도 있게 논하고 있었다. 태종은 《대학연의》를 읽으며, 읽으면 읽을 때마다 정치의 요체, 그리고 외척의 발호에 대하여 깊은 가르침을 얻는다고 강조했는데, 아마 《대학연의》에 나왔던 외척들의 발호를 읽으며 외척의 강성함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세 번째는 바로 왕비 민씨 일가의 태도였다. 태종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민씨 일가의 도움 때문이다. 아내 민씨는 적극적으로 거사를 권장했으며 병장기를 숨겼고, 처남들은 태종을 위해 앞장서서 전장에서 공을 세웠다. 물론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이들은 태종이 왕위에 올랐을 때, 태종의 왕권에 자신들의 지분이 있을 것이고, 그렇기에 태종의 왕권은 태종과 민씨 일가들의 공동 사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권세를 가진 처남들은 다른 권신들보다 조심하지 않았으며, 민씨 역시도 다른 후궁을 들이려는 태종의 행동에 극단적으로 반발했다. 반면 태종은 왕위에 오를 때 도와준 것은 고맙지만, 그렇게 해서 차지한 왕권은 오로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태종은 왕권이라는 권력을 누군가와 나누려고 했던 인물이 아니었다. 이런 사소한 생각 차이는 결국 민무구 민무질 형제의 실각, 그리고 이어지는 민무회, 민무휼 형제의 실각으로 이어졌다.

사실 태종은 처남들에게 몇 번이나 기회를 줬다. 처남들이 권세를 으스대며 일탈을 할 때에도 칼같이 주시하고 체크하고 있었지만 최대한 넘어가려고 하였고, 이거이 부자를 숙청하는 것을 본보기로 하여 처남들이 마음을 돌리기를 간곡하게 바랐지만, 처남들은 태종의 이런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 태종은 이거이 부자를 숙청한 뒤, 처가로 방문하여 술잔치를 벌이며, 스승이었던 민제에게 '이선달'이라고 자신을 불러달라고 하며 처가와 함께하려는 자신의 의도를 전달했다. 물론 이는 민씨 일가 역시 선을 넘을 경우 이거이 부자처럼 실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은근하게 경고한 것이기도 했다. 아무튼 이런 태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처남들은 조심하지 않았고, 그래서 처남들을 숙청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태종은 냉혹한 군주였고, 그랬기에 왕권을 침범하는 신하들을 위아래를 막론하고 처단했지만, 그가 함부로 사람을 죽이는 냉혈한은 아니었다. 그가 사람을 숙청할 때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반드시 있었다. 게다가 그는 공신들에게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라, 잘못이 있더라도 최대한 넘어가려고 했다. 민무구 민무질 형제의 경우도, 태종은 몇 번이나 기회를 줬다. 그러므로 태종의 숙청을 이야기하려면 결과만을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숙청의 이유, 그리고 숙청의 과정 등등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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