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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평점 :
익숙하고 친숙한 것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이질적이고 상이한 것들을 경험해야 한다. 그런 이질적인 경험이 있어야만 나를 둘러싼 익숙한 것들을 비로소 객관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문구는 여러 자기 계발서, 그리고 지성인들이 강조하던 단골 멘트였지만, 이를 피부로 체감한 계기는 바로 교토의 여행 덕분이었다.
교토 여행에서 나는 많은 사찰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불교라고 하면 흔히 동아시아에서 보편적으로 유행한 종교라고 생각하며, 그렇기에 각국의 사찰 문화 역시 어느 정도 공통적인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아버지가 불교 신자였기에 나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의 유명한 사찰들을 많이 방문했었다. 그래서 한국의 사찰 문화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이 드물었다. 그러나 나는 일본 교토에서 유명한 사찰들을 둘러보며, 한국과 일본의 사찰문화가 다르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교토에 있는 사찰들의 인위적인 정원과 가지런하게 다듬어놓은 인공미를 관조하며, 한편으로는 경외감을,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질감을 느꼈었다.
경외감이야 흔히 외국의 아름다운 문화를 볼 때마다 드는 보편적인 감정인데 반해, 나는 왜 그토록 이질감을 심하게 느꼈을까. 돌이켜보면 내가 지금까지 다녔던 한국의 사찰 문화와 교토의 사찰 문화는 매우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아버지를 따라 주로 다녔던 사찰 명승지는 산 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교토의 사찰들은 대부분 도심 시가지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런 위치적인 차이 때문에, 교토의 사찰들은 자신들만의 수양을 상징하여 조성한 것이 바로 '인위적인 정원'이었다. 물을 사용하지 않은 가레산스이, 그리고 물을 이용한 지천회유식 정원, 돌과 모래를 이용하여 조성한 석정 등등... 이런 인위적인 정원은 한국의 산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였다.
반면 한국의 사찰은 대체적으로 산을 걸치고 있었다. 위치적으로 세속과 고립된 지역에 있었기에, 인위적 가공 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수양을 상징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국의 산사는 교토의 사찰과는 다르게 정원이 발달하지 않았으며, 인공적인 부분을 내세우기보다,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었다. 이런 고유성을 인정받아서 2018년 6월 7곳의 산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래서일까, 나는 교토에서의 사찰들을 차분히 관조하면서, 우리나라의 산사 이미지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조만간 교토 쪽으로 다시 여행을 갈 예정인데, 아마 그때에도 일본의 사찰들을 보며, 우리의 절간이 계속 생각날 것만 같다.
사실 책의 내용은 다 읽었던 내용이다. 기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시리즈에 있던 사찰 관련 내용들을 축약하여서 모아놓아 편집한 것인데, 그래서 살까 말까 고민을 했다. 왜냐하면 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전권을 소장하고 있기에, 굳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산사순례》 편을 살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찰나, 모 서점 사이트에서 사은품으로 '유홍준 친필 부채'를 준다고 하기에, 혹해서 그만 구매를 해버렸다. 사용하고 있던 부채도 닳아졌기에,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좋아하는 저자의 필체가 담긴 부채라고 하니, 그만 덥석 물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