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열전 - 담백하고 시원한 한국인의 소울 푸드
백헌석.최혜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서울에서 돌아오는 길에, 당신과 함께 강남 중고서점에서 구매했던 냉면 관련 책을 읽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길에, '나를 매료시킨 평양냉면에 대한 썰'을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책은 평양냉면의 역사와 형태, 장르, 그리고 갈래 등등 여러 가지를 심도 있게 논하고 있었는데, 평양냉면의 가장 핵심은 슴슴한 맛입니다. 이것을 빼고는 평양냉면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어떤 재료의 육수, 어떤 스타일의 고명을 올리더라도 평양냉면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그 특유의 슴슴한 맛이 있어야 합니다.

잠시 책을 덮고 슴슴한 맛을 떠올려봤습니다. 진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특유의 육향이 풍미 짙게 드리워진 육수. 그 육수에 혀가 닿으면 육향의 풍미와는 다르게 심심한 맛이 느껴집니다. 그 특유의 심심함을 음미하며, 목구멍에 담백한 육수를 넘기고 나면, 슴슴한 맛의 뒤끝에 있는 특유의 감칠맛이 입안을 간지럽게 자극합니다. 이 맛. 이 느낌. 어디서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런 슴슴한 매력의 평양냉면은 당신과 무척 닮았습니다.

세상에는 배워야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음식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평양냉면과 홍어가 있지요. 이 둘 모두 초짜 입장에서는 온전한 맛을 느끼기 힘듭니다. 평양냉면은 우리가 지금까지 먹었던 자극적인 음식과는 전혀 다른 맛을 보여줍니다. 몇 번 먹어봐야지, 그 특유의 슴슴한 맛을 느낄 수 있고 음미할 수 있습니다. 평양냉면이 특유의 슴슴한 맛을 내세운다면 홍어는 강렬함의 정점입니다. 삭힌 특유의 향은 초심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둘 다 조금씩 먹으며 배워야지만 온전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도 만나면 만날수록 당신만의 매력이 드러났으니까요.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 나는 당신의 매력을 온전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만나다 보니, 고요함 속에 숨겨진 당신의 매력을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굳이 구분해보자면 당신은 강렬한 홍어보다 슴슴한 평양냉면과 닮았습니다. 당신의 정적인 고요함은 강렬한 홍어보단 슴슴한 평양냉면과 비슷하니까요. 평양냉면은 무서운 음식입니다. 첫인상은 무심하지만, 중독된 순간 시크하게 사로잡습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첫인상은 무심한 듯 조용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내 모든 부분을 압도적으로 점령했습니다.

평양냉면은 다양합니다. 슴슴하다는 공통적인 맛과, 메밀면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육수의 재료나 고명의 형태, 지역색 때문에 여러 가지 모습으로 식탁에 오릅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요하고 조용하지만, 시기와 때에 따라서 다양한 매력으로 나에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나는 이런 다양한 모습을 가진 평양냉면을 사랑합니다. 마찬가지로 나는 다양한 매력이 있는 당신을 애정합니다. 당신과 닮은 평양냉면을, 남은 인생 동안 함께 쭉 먹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그래왔듯 평양냉면을 사랑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쭉 당신을 애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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