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소화 - 삼시 세끼, 무병장수 식사법
류은경 지음 / 다산라이프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온갖 건강정보가 넘쳐난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고 한다. 몇몇 사람들은 좋다는 음식을 넘어 영양제 알약을 필수적으로 챙겨 먹는다. 건강에 좋다는 것들을 덕지덕지 먹는데도 불구하고, 병원은 항상 만원이다. 몸에 좋다는 것을 그렇게 섭취하는데도 불구하고, 왜 아픈 사람들은 많은 것일까. 왜 병원은 항상 만원이고, 과거에는 흔하지 않던 아토피, 고지혈증, 비만 등등이 만연하는 것일까. 가족 중 한 분 때문에 나는 서울대병원 암센터를 간 적이 있었는데, 정말 충격을 받았었다. 전국의 암 환자가 모두 몰렸는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항암 치료를 받는데 엄청 기다려야 했다. 그분 말씀에 의하면 주말 평일을 가리지 않고 매번 올 때마다 이렇게 기다려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건강에 좋다는 음식, 건강에 좋다는 약이 만연하는 세상인데, 왜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은 것일까. 정말 우리가 의심 없이 믿고 있는 건강 정보는 우리를 '진짜'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지식인 것일까? 

암병동을 다녀온 뒤, 암이라는 질환이 남의 질환처럼 느껴지지 않기에, 암에 관한 책을 몇 권 구매해서 정독했다. 그리고 몇 가지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됐다. 현재 암의 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가 바로 현대의학의 치료법이다. 두 번째는 바로 대체의학의 치료법이다. 여기서 권위를 가지는 것은 현대의학의 치료법이다. 그러나 현대의학이 지향하는 치료법은 몸에 들어있는 암세포를 죽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지, 근본적으로 암의 발병을 막는 것에는 집중하지 않는다. 즉 원인은 놔두고, 그저 일어난 결과만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대의학의 입장이다. 대체의학의 포인트는 암의 원인에 집중한다. 환자들의 식습관, 그리고 생활 활동 들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원인을 파악한 뒤, 암의 원인을 해소하여서 궁극적으로 몸의 자가 치유력을 통해 암을 극복하도록 유도한다.

왜 현대의학은 병의 원인보다, 약물을 통한 세포 죽이기에만 집중하는 것일까? 바로 제약회사와의 경제적 결속 때문이다. 제약회사는 의료계에 막대한 자금을 로비한다. 그리고 의료계는 그런 자금을 바탕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제약회사가 만든 신약을 사용하여, 제약회사의 수익에 공조한다. 이렇게 돌고 돌면서, 의료계와 제약회사는 서로 공생하며 이익을 챙긴다. 이런 배경이 있기에 오늘날 현대의학의 암 치료 핵심은 약물이며, 이런 약물을 중심으로 한 치료는 암의 원인을 잡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제약회사와 현대 의료계의 관계를 보면 군수업자와 미국이 떠오른다. 미국이 초강대국이 된 배경에는 무기산업에 있다. 군수업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정부에 엄청난 로비를 하였고, 미국은 넘쳐나는 군수무기를 소비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 전쟁이 터지자 군수업자들은 무기 판매로 인해 전 세계의 전선으로부터 떼돈을 끌어모을 수 있었고, 미국 역시도 초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암뿐만이 아니다. 현대의학이 병에 접근하는 시각은 원인보단 결과에 중점을 둔다. 물론 현대의학 덕분에 인류의 평균수명이 늘었고, 과거에는 치료하지 못했던 질병을 알아내고 치료할 수 있게 됐지만,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병원을 의지하고 병원에 기댄다. 굳이 약을 빌리지 않더라도, 자가 치유법으로도 회복될 수 있는 작은 질환에도 우리는 병원을 찾아 인위적인 약을 섭취하며 안도한다. 내가 건강 서적을 뒤지면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사실은 우리 몸은 생각 외로 자가 치유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사람의 몸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 몸은 알아서 이상이 생긴 부분을 치유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기에 건강한 사람은 가벼운 질병을 앓더라도 굳이 약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회복이 가능하다. 모든 생물은 어느 정도의 자가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 이런 자가 회복력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먹는 것'이다. 자가 회복력이 뛰어나다는 말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건강하다는 뜻인데, 건강의 가장 필수 조건은 바로 먹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다이어트와 건강을 체크할 때 가장 핵심적으로 돌아봐야 할 것이 바로 식생활이다. 과거 헬스를 같이 한 친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몸은 정직하다.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성실하게 운동하면 근육이 생긴다.'라고, 마찬가지다. 그래 몸은 정직하다.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서 몸은 정직하게 반응한다. 그럼 잘못된 식습관 때문에 발생하는 가장 흔한 몸의 반응은 무엇일까. 바로 소화 불량이다.

《완전 소화》라는 제목답게 저자는 건강을 위한 해결책을 원활한 소화에서 찾고 있다. 원활한 소화는 식생활 개선과 직결된다. 저자는 육식과 가공식품, 유제품 등등을 줄이고 채식 위주의 밥상을 권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다른 채식주의 건강서와 비슷한데,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과일이다. 저자는 제철 과일을 아침 대용으로 섭취할 것을 강조하고, 식전 과일 섭취를 강하게 주장한다. 책의 중요 챕터는 소화기관인 위와 간, 그리고 장을 다루고 있는데, 공통되는 핵심 내용은 바로 과일과 녹색 채소 중심의 식사다. 원활한 소화를 위해서는 채식 위주의 밥상이 이상적이며, 이런 식단은 궁극적으로 건강과 장수에 직결된다고 한다. 고기로 얻을 수 있는 영양분은 생선이나 채식에도 있으니 굳이 소화가 어려운 고기를 통해 섭취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과거 인체를 다룬 다큐 프로에서도, 인간을 비롯한 생물들의 이빨을 잘 관찰하면, 그 생물이 주로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육식동물은 육류를 잘 뜯을 수 있도록 이빨이 날카롭게 발달한 데 비해, 채식을 주로 하는 동물들은 이빨이 날카롭지 않고 뭉특하다고 한다. 인류의 이빨도 잘 살펴보면 육류를 먹는 것보다 채식을 하는데 최적화된 이빨이다. 

책을 읽으며 육식의 위험성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섭취하는 고기는 인위적인 사육과 도살로 얻어지는 고기다. 고기의 맛과 양을 더욱 좋게 하기 위해 과도한 사료와 항생제를 섭취한 가축의 살이 우리가 맛있다고 먹는 고기의 실체였다. 오늘날 우리는 물질의 풍요로움으로 인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먹거리를 누릴 수 있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러한 먹거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인위적인 가공과 약품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우리는 과거에 비해 맛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지만, 한편으로는 과거보다 훨씬 건강에 나쁜 고기를 먹고 있다. 자본주의, 물질 만능주의의 풍요로움이 마냥 인간에게 유토피아적인 혜택을 가져다 주진 않는다는 것을 책에서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2주에 한 번 정도로 고기 섭취를 제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또한 기름지고 마블링이 좋은 고기를 선호하기보다, 건강한 환경에서 약품과 가공이 없이 자란 고기를 섭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기를 너무 좋아하기에, 끊을 순 없겠지만 줄여서 먹고 좋은 환경에서 자란 고기를 섭취한다면 그나마 육식의 피해를 최소화하지 않을는지.

책을 읽으며 온갖 영양제나 비타민제, 그리고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건강 약품들을 끊고, 균형 있는 식습관을 통해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소화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학과 문명이 아무리 발전한다 하더라도, 가장 자연적인 것을 따라오진 못 한다. 인간은 과학의 일부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건강 보조식품이나 약품 따위를 장기적으로 복용하기보다, 자연에서 건강하게 자란 채식으로 양분을 섭취하는 쪽이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저자는 강조했다. 

책을 덮으면서 그럼 채식은 유전자 변형이나, 항생제로부터 자유로운가라는 의문이 든다. 책에서 언급하듯, 고기에는 항생제와 약품이 들어 있어서 해롭다고 하는데, 이는 채소와 과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과일이나 채소를 재배할 때, 썩지 않기 위해, 벌레들을 퇴치하기 위해 농가에서는 필요 이상의 과도한 농약을 뿌리고, 여러 약품을 뿌린다고 하던데, 이렇게 자란 채소와 과일은 우리 몸에 아무 문제가 없을까. 책에서는 영양 때문에 과일 껍질까지도 남기지 않고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농약과 약품이 스며있는 과일 껍질을 먹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채식이 육식보다 좋은 것은 알겠는데, 문제는 채식 역시도 각종 유전자 변형, 항생제, 약품 등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럼 결국 건강하게 재배한 유기농 채식으로 식단을 대체해야 하는 것일까. 먹거리는 넘쳐나는 시대인데 정작 인간에게 좋은 먹거리는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가히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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