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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세트 - 전10권 ㅣ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다희 옮김, 이윤기 기획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5년 8월
평점 :

사람은 누구나 나름의 성공을 꿈꾼다. 성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물론 다르겠지만, 일반인들이 보편적으로 꿈꾸는 성공은 돈이 많고 부유하며, 시간적 여유가 있고, 자신의 영향력이 사회에서 막강한 상태일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보편적인 성공을 바라고 꿈꾸지만 정작 그 성공한 삶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관심 가지지 않는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영웅들은 하나같이 커다란 성공을 이룬 인물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고, 오히려 성공으로 인해 불행해진 인물들이 많았다.
책을 통해 성공한 삶을 바라보니 하나의 성공 뒤에는 그보다 더 큰 고난과 난관이 있는 경우도 있었으며, 만족하지 않고 더 큰 성공을 꿈꾸다가 자멸한 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커다란 성공 뒤에는 숱한 시기와 배신이 있었으며, 그로 인해 몰락한 인물들도 많았다. 물론 지혜롭게 자신의 성공을 유지하며 노력한 인물들도 있었지만, 그런 인물들은 정말 극소수였다. 대부분의 영웅들은 커다란 성공 끝에 몰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메인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 역시도 커다란 성공 뒤에 이를 유지하지 못하고 죽었다. 사람이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나와 비슷한 사례, 그리고 나와는 다른 삶을 통하여 배움을 얻기 위해서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역사의 절대적인 효용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아주 모범적인 역사서다. 우리는 50인의 인물과, 그 인물을 친절하게 비교 분석해주는 저자의 코멘트를 통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더불어 내가 꿈꾸는 성공 저편에는 무엇이 있는지, 어떤 것들이 도사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기에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가장 탁월한 영웅들의 본보기를 통해 성공을 어떻게 이루는지, 그리고 성공한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주는 교과서다. 저자는 본문에서 가장 탁월한 인물들의 삶을 통하여 우리는 탁월함을 배울 수 있고, 스스로가 탁월한 인물로 거듭나게 된다며, 이 책의 저술 동기를 분명하게 하였다. 숱한 자기 계발서들이 성공하는 방법에 집중할 때,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성공하는 방법과 더불어 성공 이후 성공을 유지하는 방법까지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렇기에 이 책은 매우 뜻깊은 고전이고, 그러한 이유로 서양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랄프 왈도 에머슨도 그러지 않았는가, 전 세계 도서관이 불타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과 《플라톤 전집》, 《셰익스피어 전집》은 반드시 구해야 한다고 말이다. 책들은 각각 서양의 역사, 철학, 문학을 상징하며 이 셋은 인문학의 주요 영역(문사철)이다.
과거의 사람들은 오늘날의 문제가 있을 때 바람직한 과거의 모습에서 현재의 모순을 찾는다. 크세노폰도 그랬고, 마키아벨리도 그랬고, 플루타르코스도 그랬으며 동양의 역사가들과 철학자들도 그러했다. 그는 제국주의가 만연한 로마의 현재를 매우 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랬기에 그는 민주주의가 빛을 발한 그리스 시대를 동경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서는 그런 플루타르코스의 친그리스적 관념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는 작품에서 노골적으로 로마의 왕정을 비판하지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권력 독점을 비판했다. 로마와 그리스가 찬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민들의 자유와 민권 의식에 있다고 그는 판단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라는 고전을 통해 우리 자신 속에 존재하는 모순과 결점을 직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모순들을 하나씩 극복하고자 노력한다면 영웅들과 같은 위업은 이룰 수 없더라도 영웅들과 비슷한 고귀한 품성은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플루타르코스는 이 책에서 영웅들의 화려한 행위보다, 화려한 성공을 이룬 영웅들의 품성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인물들의 화려한 업적보다도, 그 인물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품성과 직결된다면, 그런 사소한 사례들에 집중했고 그것들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다양한 인물들의 품성을 비교 분석하며, 가장 탁월한 인물에 어울리는 품성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그런 플루타르코스의 품성에 대한 생각을 집약하여 개념화한 것이 바로 '비르투스'다. 비르투스라고 하면 흔히 마키아벨리가 만든 개념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책에서는 로마인의 바람직한 품성과 미덕을 '비르투스'라고 정의한다. 즉 플루타르코스의 비르투스는 로마인의 내적인 미덕과 도덕을 의미하고 있었고, 마키아벨리는 이런 로마의 전통적인 비르투스 개념과 대조적으로 현실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비르투스와 포르투나의 대립은 서구권 고전의 주된 논의 대상이다. 플루타르코스 역시도 이에 대해 숱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의 의견을 종합해보자면 결국 포르투나라는 운의 농간으로부터 사람은 비르투스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키아벨리의 사상과도 비슷하다. 단지 그 비르투스라는 개념이 내적 품성에 집중한 것인가 현실적 역량에 집중한 것인가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인생에 있어서 나름의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마키아벨리의 현실적 비르투스도, 그리고 플루타르코스의 품성적 비르투스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적 역량과 내면적 품성의 깊이. 둘 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