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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0 ㅣ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0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다희 옮김, 이윤기 기획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5년 8월
평점 :
드디어 10권이다. 마지막 권을 읽고 나니 뭔가 씁쓸하다. 전집을 모두 읽었다는 후련함보다 아쉬운 마음 그리고 씁쓸한 마음이 더 컸다. 책이 다루고 있는 배경 역시 어둡다. 그리스의 배경은 사실상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아카이아 연합 시절을 다루고 있으며, 로마의 배경은 숱한 군부에 의해 정권이 전복되는 시대를 다루고 있다. 또한 그리스, 로마 시대의 전성기에 인물들에 비해 내용도 빈약한 느낌이다.
다섯 인물 중 세 사람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들이고, 두 사람은 만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 노력한 인물들이다. 인간의 역사에서 자유는 참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자유를 추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람은 여러 타인들보다 우위에 있기를 바란다. 이 두 가지의 개념이 충돌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이 두 가지의 개념이 필연적으로 충돌한다. 나의 우위를 무한정으로 추구하다 보면 결국 타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영웅전에서 나온 정치적, 군사적인 인물들이 불행하게 죽은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 자신의 야망을 극도로 추구하여서 수많은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한 결과가 아닐까. 아라토스와 필로포이멘은 필사적으로 조국과 그리스 지역을 패권주의로부터 해방하고자 노력했다. 그리스의 전성기에는 많은 도시국가들이 불화는 있었지만, 나름 옹기종기 경쟁하며 문명의 꽃을 피웠고 그래서 그리스 지역은 명실공히 세계의 중심 중 하나였다. 그러나 페르시아와 마케도니아 등등의 외세로부터 시달리기 시작했고 그들의 패권으로 인해 결국 그리스 지역은 예전의 찬란함과 민주주의가 사라졌다. 아라토스와 필로포이멘은 그리스의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분투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라토스는 군주정과 참주정을 매우 싫어하고 타도했지만 결국 스파르타의 경쟁의식 때문에 아카이아 연맹과 자신을 마케도니아에 예속했다. 플루타르코스의 말대로 그가 스파르타의 패권주의를 인정했다면 마케도니아의 군대가 펠로폰네소스에 안 왔을지도 모르겠고, 그로 인해 로마의 군대도 오지 않았을 것이니 그리스의 몰락이 좀 더 늦어졌을지도 모르겠다.
티투스의 모습은 참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만약 일제 강점 시절에 일본군이 티투스처럼 우리 민족을 통치했다면 어땠을까? 진심으로 덕을 내세우며 한민족을 존중하고 예우하는 통치를 지향했다면, 어쩌면 일본의 지배가 더 장기화되지 않았을까라고도 생각했다. 다만 나는 책을 보면서 의문인 점이 물론 티투스가 그리스 지역의 자치를 인정해주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져다준 자유는 결국 반쪽짜리가 아닐까? 티투스가 그리스 지역에 자유를 가져왔지만 그것이 진정한 자유인가? 아니다 결국 그리스는 이후 로마의 세력권에 편입됐고, 그리스는 자신만의 주체성을 상실하며 로마의 부속 지역으로 전락했다. 티투스가 가져온 자유는 표면적으로 자유일진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복속이라고 생각한다. 플루타르코스는 자유를 가져다준 티투스의 행동이 매우 고귀하고 이는 로마의 덕이라며 치켜세우는데, 이러한 생각도 어찌 보면 자문화 중심주의, 침략자의 제국주의적인 모습을 옹호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남이 가져다준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자유를 되찾고 싶다면 필로포이멘과 같이 최대한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갈바와 오토의 열전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나오는 인물은 많은데 정확하게 표현하면 막장의 시절이었다. 힘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또 힘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 나는 시대였다. 로마를 성장시킨 가장 핵심은 군대라고 생각한다. 지칠 줄 모르고 물러서지 않는 기상으로 인해 다른 민족들을 모두 복속한 로마는 피를 갈구하며 발전한 제국이었다. 그런 로마를 내부적으로 무너트린 것도 결국 군대였다. 황제는 백성들의 민심을 고려하기보다 군대의 복종을 더욱 신경 썼다. 로마의 정권을 모두 결정하는 것은 시민이 아니라 군대였다. 칼로 성공한 자는 칼로 망한다. 갈바와 오토의 사례뿐만 아니라 로마 제국 역시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