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9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9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다희 옮김, 이윤기 기획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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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만큼 개혁을 강조하는 때가 있었을까? 국정 농단 사건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정치의식은 과거에 비해 높아졌으며, 이는 결국 나라의 개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오늘날만 개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10년 전에도,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도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은 늘 있었고 존재했다. 인간이 집단을 이루고 산 이래로, 제도의 타락과 지도층의 부패가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각 시대마다 필요한 개혁은 늘 존재했다.

  책에서 개혁을 상징하는 인물들을 주관적으로 평가해보자면, 아기스의 개혁은 매우 바람직했다. 스스로 솔선하여 재산을 분배했고, 강경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였지만 결국 내부의 부하 아게실라오스가 문제였다. 아기스가 아게실라오스의 본성을 파악하고 그를 빠르게 내쳤더라면 아마 그는 비운의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클레오메네스는 개혁을 이룰 수 있는 힘을 가지기 위해 내부적으로, 외부적으로 노력했던 인물이다. 다만 그의 개혁은 스파르타 내부에 집중하기보단 외부 원정에 너무 집중됐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외부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결국 외세인 마케도니아를 펠로폰네소스 대륙으로 불러들였고 이로 인해 스파르타가 전복됐으니, 애초에 그가 외부 원정에 대한 욕심을 줄이고 내치에 좀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로마의 그라쿠스 형제들의 개혁은 매우 바람직하고 뛰어난 가치를 지향했지만,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는 미숙한 모습이 있었다. 그라쿠스 형제들의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민중들의 감정적인 선동에 너무 쉽게 동조했고, 이를 통해 너무 과격하게 밀어붙였다. 이렇듯 개혁은 방향이 옳더라도 방법론에서 오류를 범하면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참 어려운 문제다.

  나는 개인적으로 개혁이라는 것은 전쟁으로 비유하자면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급진적인 개혁이더라도 그 개혁이 현실화되려면 숱한 반대를 뚫어야 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개혁들은 미묘하게도 매우 점진적으로 이뤄졌다. 그렇기에 단기적으로 성급하게 이루려고 한다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라쿠스 형제가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감정적이기보다 좀 더 냉정하게 대응했더라면 아마 그들이 추구했던 개혁이 꽃을 발휘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나라를 바꾸려는 개혁은 말이 쉽지 현실화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했듯 각 시대에는 그 시대에 필요한 개혁이 늘 존재했고, 이는 오늘날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렵고 복잡한 개혁이라는 화두에 대해 민감하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마 플루타르코스가 이들의 열전을 쓴 이유도 독자들에게 있어 개혁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려고 쓰지 않았나 싶다.

  개혁에 대한 인물들에 비해 퓌드로스와 마리우스 이야기는 매우 단순하다. 끝없는 욕망보다 현재의 행복을 생각하라는 교훈이다. 나는 마리우스를 보며 욕망도 세대를 거쳐 진화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마리우스의 끝없는 야욕은 결국 카이사르로 이어졌다. 카이사르는 마리우스보다 더욱 세심하고 정교한 모습으로 자신의 야욕을 실천했다. 마리우스는 집정관이라는 자리에 집착하였지만 카이사르는 독재를 꿈꿨다. 이런 카이사르보다 더 교묘한 인물은 그의 사후 등장한 옥타비아누스다.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르보다 훨씬 정교한 야욕을 선보였다. 마리우스와 카이사르는 결국 자신들의 야욕으로 몰락했지만 옥타비아누스는 자신의 야욕으로 성공했으며, 결국 그 야욕을 지켜냈다. 그는 카이사르보다 훨씬 기만적이며, 훨씬 잔혹했다. 이렇듯 시대가 흐를수록 인간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기교도 훨씬 정교해진다. 과거의 드라마에 비해 오늘날 드라마의 스토리가 막장인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시대이기에 욕망을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은 더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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