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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8 ㅣ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8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다희 옮김, 이윤기 기획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5년 8월
평점 :
사회에서 우리는 소신 있는 삶을 강요받는다. 그러나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우리의 가치관은 소신 있는 모습을 향하기보다 타협과 방종에 가치를 두게 된다. 소신 있는 삶은 참 멋진 삶이지만, 현실적이지 않기에 망설이게 되며, 존경할 만한 삶이지만, 그 존경 이면에 숨겨진 어려움 때문에 선뜻 행하고 싶진 않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는 소신 있고 강단 있는 삶을 두고 이렇게 비꼬기도 한다. '선비 같은 삶.' 확실히 포키온과 카토의 삶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경지다. 이는 당대에도 그랬으며, 오늘날에도 이런 소신을 가진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렇기에 그들의 소신이 더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은 안토니우스와 데메트리오스와 같은 인물들이다. 그들은 뛰어난 위업을 세운 인물이지만 한편으로 친근한 이유는, 그들의 방종과 타협적인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주체하지 못하고 타협해왔던 색욕과 식욕, 그리고 과도한 음주 등등은 우리가 고민하는 타협과 비슷하다. 일 끝나고 한 잔 마실까 말까, 오늘 저녁은 먹을까 먹지 말까, 군것질을 할까 말까, 지를까 말까, 저 이성에게 작업을 걸까 말까 등등 일상에서의 우리의 고민들은 그들이 행하고 누렸던 것들과 비슷하다. 단지 차이점이라면 우리는 수중에 자금이 제한적이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절제해야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원초적 욕망을 채울 수 있는 힘이 있었기에 방종에 있어 절제가 없었다.
그러한 인간의 욕망의 충족 끝에는 결국 몰락만이 있었다. 데메트리오스는 결국 포로가 되어 과식과 운동부족, 과음으로 죽었으며, 안토니우스는 집착했던 여인의 품에서 자결했다. 카토와 포키온 역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지만, 적어도 그들은 수치스럽게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다. 그들이 한평생 추구한 모습처럼 지조있게 죽었고, 죽음을 통하여 결국 자신들의 지조를 인정받았다. 그들은 생에 있어서는 패배자였을지 모르지만, 곧은 지조로 인하여 역사적으로는 승자가 됐다. 8권의 핵심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의 두 인물은 백로였고, 뒤의 두 인물은 까마귀였다.
소개한 인물 네 명 외에 내가 가장 눈에 들어오던 인물은 바로 옥타비아누스다. 카이사르의 후계자, 실질적인 1대 황제로 불리는 로마의 지도자. 다만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서는 그의 열전이 없다. 아마 분명 기록했겠지만, 전해오는 과정에서 분실했을 것이다. 이 정도의 거물을 플루타르코스가 다루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안토니우스의 열전 속에서 보이는 옥타비아누스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어린 나이지만 그는 매우 교활했다. 그는 자신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명확하게 알았다. 자신의 세력이 미약할 때에는 키케로를 이용하여 안토니우스와 대립했지만, 결국 안토니우스와 야합한 뒤에는 이용 가치가 없어진 키케로를 안토니우스에게 죽이라고 허용했다. 어떻게 보자면 키케로를 죽인 것은 안토니우스가 아니라 옥타비아누스다.
그는 안토니우스를 관리하려고 자신의 누이를 이용했다. 누이의 행복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지조 없는 안토니우스 같은 인물에게 고귀한 옥타비아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예상대로 안토니우스는 옥타비아를 홀대했고, 지조 있는 옥타비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토니우스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 로마인들의 공분을 샀다. 옥타비아누스는 이런 자신의 누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안토니우스에 대한 여론을 조작했다. 뿐만 아니라 안토니우스에 대한 시민들의 악감정을 조장하고자 날조, 기만, 사기 등등을 동원했다. 게다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카이사르의 아들 카이사리온을 소리 소문 없이 제거했다. 그가 왜 최후 승리자가 될 수 있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카이사르의 후계자답게, 그 역시도 매우 현실 정치에 능숙한 인물이었다. 플루타르코스는 이런 옥타비아누스의 기만적인 행위를 가감 없이 비판했다. 로마의 독재는 이런 인물이 열었다는 불편한 진실을 플루타르코스는 새삼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