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7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7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다희 옮김, 이윤기 기획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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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중 가장 두툼한 7권은 두툼한 만큼이나 가장 뛰어난 영웅들을 다루고 있다.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영웅 중의 영웅인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로마의 카이사르가 책의 메인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리스의 가장 유명한 명연설가 데모스테네스와 로마의 대표적인 철학자이자 웅변가인 키케로도 나온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당시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조국과 맞설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영웅인 세르토리우스와 에우메네스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여섯 인물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과연 인간의 인생에 있어 '성공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다.

 여섯 인물 중 흔히 속세에서 성공했다고 인정하는 인물은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 밖에 없다. 카이사르의 경우 암살로 죽었으므로, 저자인 플루타르코스의 말대로 성공을 장악했지만 누려보지 못했기에 과연 그것이 성공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성공을 장악했다는 점에서, 그는 성공한 인생으로 분류해야 할 듯싶다. 데모스테네스와 키케로는 뛰어난 연설 능력이 있었지만, 결국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자결과 암살로 죽음을 맞이한다. 세르토리우스와 에우메네스도 군공을 세우고 자신들의 영지에서 실력을 과시했지만, 그리워하던 조국의 군대와 싸움을 계속했으며, 본국으로 돌아가지도 못 했다. 결국 그들은 부하들의 배신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는 살아있는 도중 가장 완벽한 성공을 거뒀지만, 나머지 인물들은 반쪽짜리 성공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조건은 무엇일까?

  먼저 능력의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여섯 인물은 능력으로 보면 가장 탁월한 인물들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카이사르의 위대함은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고 있으며, 데모스테네스와 키케로도 칼이 아닌 뛰어난 화술에 의지하여 당대의 가장 거대한 적을 상대해왔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세르토리우스와 에우메네스도 매우 뛰어난 인물이다. 세르토리우스는 당대의 명장인 폼페이우스조차 버거워하던 사람이었고, 에우메네스 역시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함께 종군했던 장군들과 맞서 호각을 이뤘다. 이렇듯 여섯 인물의 능력은 누가 봐도 출중하다. 여섯 인물이 두루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므로, 성공의 성사를 능력에서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여섯 인물이 모두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성공의 조건에는 탁월한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두 번째로 내면적인 부분을 살펴보자. 여섯 인물은 모두 품성이 뛰어난 인물들이었다. 알렉산드로스는 의지력이 뛰어났고, 성욕과 식욕, 그리고 쾌락을 멀리했으며, 온갖 생리적인 욕망으로부터 인내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재물에 욕심이 없었으며, 자신의 야망과 희망만을 먹고살았던 이상주의자였다. 카이사르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지휘를 할 때 스스로 앞장섰으며, 모든 생활에서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군중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으며, 그런 모습을 재현하는데 있어 누구보다 모범적으로 행동했다. 게다가 카이사르는 알렉산드로스와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재물에 연연하기보다, 재물을 아낌없이 투자하여 부하들과 시민들의 관심을 사는데 적극적이었다. 데모스테네스는 명연설가가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가했다. 올바른 교육도 받지 못하고 건강하지도 않은 그였지만, 몸을 아끼지 않고 노력한 덕분에 명연설가로 거듭났다. 키케로는 연설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지만, 그 재능을 더 갈고닦았으며, 건강하지 않은 신체를 단련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노력했다고 한다. 세르토리우스 역시 본능적인 욕구를 채우지 않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를 불평하지 않으며 부하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사실 이 편에서 가장 품성이 좋은 인물을 꼽자면 세르토리우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돈에 관해서도, 여자에 관해서도, 인품에 관해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장군이었다. 에우메데스도 세르토리우스와 비슷하게 인품과 돈에 있어서 초연한 성격이었다. 이런 내면적인 모습들을 종합해보자면 결국 생리적인 욕망에 절제할 수 있으며, 자신의 결점을 극복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품성으로 요약된다. 여섯 인물은 이런 품성을 공통적으로 갖추고 있었다.

  결국 결론적으로 보자면 여섯 인물은 능력과 품성을 모두 갖춘 인물이다. 그럼 성공한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와 나머지 네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이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정치적인 시각의 유무'라고 생각한다.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는 전쟁을 할 때에나 정치를 할 때 나아가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기가 막히게 알았다. 그랬기에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일을 우선순위로 하여야 할지, 어떻게 난국을 돌파해야 할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나아가 처벌해야 할 적이 누구인지, 싸움을 끝내고 나면 누구와 동맹을 맺고 누구를 숙청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파악했다. 카이사르가 말년에 암살을 당한 이유도 결국, 평생을 유지하던 맹수와도 같은 정치 감각을 느슨하게 하였기에 죽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만약 젊은 시절처럼 긴장을 풀지 않았더라면 브루투스의 반역 정도는 쉽게 예상했을 것이다. 데모스테네스와 키케로는 뛰어난 정치적 안목이 있었지만 그 정치적 안목을 실현하는데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문인 특유의 미적지근한 모습으로 기회를 놓치는 모습도 보여줬다. 심지어 키케로는 카이사르를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미적지근하였고 살려줬다. 세르토리우스와 에우메네스도 탁월한 능력에 비해 정치적인 시각은 떨어지는 느낌이다. 애초에 두 사람이 정치적인 시각이 뛰어났다면 어쩌면 나라를 떠나 망명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나무와 숲을 두루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각개 전투에서도 승리를 해야겠지만 최종적으로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각개 전투보다 전쟁의 핵심을 가르는 곳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 쓸데없는 곳에서 승리하더라도 핵심 전투를 놓치게 되면 결국 많이 이겨놓고도 전쟁에 질 수 있다. 초한전쟁에서도 볼 수 있듯, 항우는 매번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유방의 결정적인 전략 전술에 말려들어 천하를 놓쳤다. 두 발 전진하기 위해 한 발 후퇴할 수도 있는 것이 전쟁이고 인생이다.

  성공도 마찬가지다. 개별적 능력과 인품이라는 나무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능력과 인품을 똑바로 활용할 수 있는 숲과 같은 지혜가 필요하다. 나는 이런 지혜가 바로 '정치적 시각 - 인간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결국 성공이라는 것은 나 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탄생한다. 그렇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별적 능력과 인품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높은 자리에 오르면 오를수록 인간의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간에 대한 통찰과 이해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숱한 경험과 뛰어난 인물들의 행적과 역사를 통해서 빚어지는 것이다. 나는 역사를 읽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인간과 집단, 그리고 권력관계에 대한 통찰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높은 성공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더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역사의 사례에 귀를 기울이고 집중해야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7권의 핵심은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세르토리우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는 능력도 있고, 인품도 있는 매력 있는 인물이다. 또한 조국 로마를 어쩔 수 없이 등졌지만, 로마에 대한 충정을 버리지 않았다. 그의 이런 모습은 아테네의 악동인 알키비아데스를 연상한다. 능력이 탁월한 알키비아데스는 아테네로부터 추방을 당하지만 끊임없이 조국에 인정을 받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알키비아데스와 세르토리우스의 차이점이라면 알키비아데스는 조국이 자신을 비판하면 참지 못하고 다른 나라로 배신에 배신을 거듭한 지조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세르토리우스는 로마의 정규군과 싸우면서도 로마를 걱정했으며 로마에 충성을 다하고자 했다. 비록 정치적으로 대세 군벌들 편이 아니라 배척받는 처지라서 조국과 대치하였지만, 그의 꿈은 그토록 그리던 조국에서 평범한 시민의 삶을 사는 것이었다. 이런 소박한 마음과 탁월한 능력을 가진 장군을 적으로 간주한 것은 로마의 패권주의 군벌 세력들이었다. 당시 로마는 공화정이 흔들리고 세력을 가진 군벌들이 독재를 통해 정치를 농단하고 있었다. 세르토리우스는 결국 이런 군벌 세력의 피해자였고, 살기 위해 칼을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의 비참한 운명, 암살당하는 그의 최후가 매우 안타까웠다. 다른 영웅들처럼 야심이 있는 사람도 아니라 소박한 인물이었기에 더더욱 안타까웠다. 그가 평화로운 시기에 태어났더라면 어쩌면 정말 위대한 장군으로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세르토리우스의 전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 결국 인간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에는 '운'이라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막연하게 성공을 꿈꾸지만, 이토록 획득하기 어려운 것 또한 성공이다. 게다가 성공을 얻는 것도 힘들지만 유지하는 것 역시도 매우 커다란 노력이 필요하다. 카이사르는 성공을 얻었지만 성공을 유지하지 못하였고, 알렉산드로스 대왕 역시 성공을 하였지만 성공 이후 과도한 음주로 인해 자신의 명을 단축시켰다. 이렇듯 그들의 커다란 성공은 그들의 명을 단축시켰으니, 커다란 성공일수록 이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다. 옛말에도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부자는 삼대를 넘기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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