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6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6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다희 옮김, 이윤기 기획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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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를 관통하는 큰 주제는 바로 이상과 현실이며, 또 하나는 역량과 운명이다.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정치적 저서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에서 역량과 운명을 각각 비르투와 포르투나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설명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영웅전 6권 역시 인물들을 통해 이상과 현실, 그리고 운명을 고찰하고 있다.(대놓고 무시하려는 의도로 저술한 아르타크세르크세스의 전기를 제외한다면) 디온과 브루투스 그리고 티몰레온과 아이밀리우스는 각각 자질과 역량을 갖췄으며, 자신의 이상이 확실했고, 그 이상을 현실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디온과 브루투스는 실패했고, 티몰레온과 아이밀리우스는 자신이 이루려는 것들을 성취한다.

물론 디온과 브루투스는 티몰레온과 아이밀리우스가 가졌던 좋은 운이 없었다. 그럼 결과적으로 좋은 운명이 인간의 성공을 가르는 주요한 요소인 것일까? 결과적으로 말하면 그럴 수도 있겠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디온과 브루투스는 소위 말하는 좋은 운빨이 없었고, 그랬기에 능력을 갖추고도 실패했지만, 열전을 읽다 보면 실패의 원인이 결국 운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디온은 너무 강직했고, 비타협적이며, 자신의 이상주의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들을 모자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는 민주정이라는 열망을 가졌지만, 권력을 잡고 휘두를 때 그의 모습은 민주적이기보단 독단적인 참주의 모습과 닮았다. 그러나 플루타르코스는 플라톤의 수제자라고 할 수 있는 디온을 최대한 좋게 평가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저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디온의 결점은 숨겨지기보단 부각됐다. 카이사르를 암살한 브루투스도 운 때문에 실패한 것일까? 물론 그런 점도 있다. 옥타비우스와 안토니우스의 연합군과 싸울 때, 브루투스의 지지 세력이 바다에서 승리했다는 전갈을 일찍 받았다면, 그는 마지막 교전에서 좀 더 여유롭게 전쟁을 수행했을 것이다. 당시 옥타비우스와 안토니우스는 물자가 매우 부족했으니까, 그러나 브루투스의 고질적인 문제는 바로 현실을 바라보는 이상주의다. 그는 플라톤의 철학에 너무 심취했고 그랬기에 정치적인 현안을 현실적으로 결정해야 할 때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였다. 카이사르를 죽이고 주저 없이 안토니우스를 바로 공격했더라면 애초에 로마 밖으로 방랑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며, 어쩌면 로마는 그가 원하던 공화정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현실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고, 현실적인 정치 현안을 마냥 이상적으로만 생각했다. 그 결과 브루투스는 패배하였고, 카이사르의 대표적인 암살자로 역사에 기록됐다. 

이상을 현실화하는 것은 만인의 꿈일 것이다. 그런 꿈을 실현하는 데에는 운명과 역량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역량을 키우기보단 운명을 앞세운다. 그렇기에 큰일을 두고 점을 본다거나, 결혼을 앞두고 사주를 보거나 한다. 로마나 그리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을 앞두고 신전에 재물을 바치고 제를 올렸다. 동양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상님들에게 제사를 올리며 후손들의 안녕을 기원했다. 인간은 불안하고 흔들릴 때마다 종교에 의지하며 어려움을 이겨냈다. 이 모든 것이 운명 앞에 부평초같이 흔들리는 인간이기에 행하는 행동들이다. 그러나 이런 행동들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디온과 브루투스 그리고 티몰레온과 아이밀리우스의 공통점은 모두 출중한 역량을 갖췄다는 점이다. 즉 성공에 대한 역량을 어느 정도 갖춘 뒤에 운명에 자신을 호소하라는 것이 플루타르코스의 핵심이다. 아이밀리우스 편을 읽다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신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성공을 자만하지 말라. 가변적인 운명의 철퇴를 언제 맞을지 모른다. 생 앞에서 늘 겸손하라.'

나는 인간이란 존재가 불안전하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운명을 신봉하는 것에 딴죽을 걸고 싶지 않다. 다만 플루타르코스가 주장하듯, 역량을 어느 정도 갖추고 나서 운명에 스스로를 맡겼으면 좋겠다. 흔히 말하는 동양 속담에 이런 구절이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여기에 아이밀리우스의 명언을 붙여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하늘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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