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다희 옮김, 이윤기 감수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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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고전을 읽을 때 가장 대표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세 가지다. 첫 번째 신화와 종교, 두 번째가 사랑, 세 번째가 바로 영웅이다. 특히 영웅에 대한 흠모는 서구 고전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최초의 서시시인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영웅담이라 봐도 무방하고 《아이네이스》는 로마의 건국자 로물루스의 조상을 노래한 영웅 서사시다. 그리스와 로마의 시작은 이렇듯 영웅담으로부터 시작됐고,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은 이런 영웅들을 본받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기에 어쩌면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그토록 흠모했던 《일리아스》의 주인공 아킬레우스의 현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양의 전쟁사는 '영웅'들의 전쟁으로 일컫는다. 반면 동양의 전쟁은 영웅의 전쟁이 아닌 전략과 전술 그리고 속임수의 전쟁이었다. 고대 동양에서는 전란을 통해 전쟁 철학이 발전했고, 병법 학파가 체계적으로 수립됐다. 그렇기에 동양에서는 장수가 함부로 전장에 나서지 않고 중군에 머물며 작전을 지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양의 지휘관처럼 최전선에서 영웅처럼 싸우는 것은 그저 하급 군관이나 선봉장의 역할이었던 셈이다. 이렇듯 동양과 서양은 전쟁 영웅에 대한 관점이 철저하게 상이하다.

 동양의 역사는 군주를 중심으로 기록됐다. 모든 기록의 앞부분은 군주의 열전으로 시작됐다. 반면 서양의 역사는 민중으로부터 인정받은 영웅들을 중심으로 기록됐다. 서구권 사회는 동양과 달리 군주정을 매우 비판적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플루타르코스도 마찬가지다. 그는 로마의 제정 시대 사람이지만, 그는 당대의 로마 제국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던 것 같다. 과거의 지식인들은 현재의 모순을 발견할 때 과거의 찬란함으로부터 해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랬기에 중국의 역대 왕조와 우리나라의 왕조들은 아득한 중국의 왕조인 하나라와 은나라 주나라에서 이상적인 왕조의 모습을 찾았다. 플루타르코스도 그랬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찬란한 정신에서 현재를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그런 플루타르코스의 해답이다. 그는 이 책에서 그토록 열망하는 민중으로부터의 권력, 즉 공화주의 정신을 우회적으로 부르짖고 있었다. 1권에서 나온 인물들을 읽을 때 가장 와닿는 것이 바로 '자유의 열망'이다. 민중에게 권력이 커지고 민의가 발달할수록 사회가 발전한다는 그의 생각은 작품 안에 교묘하게 숨어 있다. 그는 과거의 사례를 귀감으로 삼아 절대왕정으로 나아가는 현재 로마의 모습과 그저 권력자의 신민으로 추락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이런 그의 모습은 《리비우스 로마사》를 서술한 리비우스의 모습과 흡사하다. 리비우스도 《리비우스 로마사》를 통해 제정으로 나아가는 로마의 모습을 비판한 역사가였다. 이렇듯 서구 사회에서는 시민을 중심으로 한 민권 의식이 고대부터 요동을 치고 있었고, 이런 뿌리가 있었기에 시민혁명과 노예 혁명이 서구에서 비롯하지 않았을까 싶다.

 시민들의 민의를 드높이는 것과 특정한 인물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영웅주의적 시각은 어찌 보면 모순적일 수 있겠다. 내가 동서양의 역사서나 고전을 뒤적였어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손이 가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영웅에 집중하는 그 시각이 매우 거북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생각이 어쩌면 편견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책은 확실히 영웅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그 영웅들은 동화책에서 나오는 영웅들처럼 무조건 성공하고 이기는 삶을 산 것이 아니라, 때로는 좌절당하고 배신당하고, 탐욕에 사로잡히고, 실수도 하는 등, 평범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행동들을 그들 역시도 저지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 속에서 나는 나의 과오와 지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그랬기에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어쩌면 플루타르코스는 작품을 통해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들도 우리랑 같았습니다. 그들을 특별하게 볼 이유는 없습니다. 신분상 특별한 위치에서 태어난 점은 있겠지만 그들도 실수하지 않는 비인간적인 인물들은 아니었지요. 어쩌면 영웅과 일반인의 기준은 종이 한 장의 차이일지도 모릅니다. 견디느냐 못 견디느냐, 참느냐 못 참느냐, 이겨내느냐 못 이겨내느냐, 그래서 어쩌면 일반인인 우리도 내면적으로 조금만 노력하면 영웅들이 자질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영웅이 됩시다. 그렇게 하여 영웅적인 시민들이 뭉쳐서, 시민이 정치의 중심이 되는 공화정으로 돌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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