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책과 관련된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온통 책으로 둘러쌓인 박원순 변호사님의 거실과 서재를 보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던 일.
집에는 더 이상 책을 둘 수가 없어서 근처 텃밭에 콘테이너를 따로 두고 그 곳을 온통 책으로 가득 메우고 계시던 영남대 박홍규 교수님.
독서는 적독(쌓아놓고 읽음)이라며 나의 책 욕심에 불을 놓았던 대학시절 친구 류동수.
학생증 뒤에 있는 도서대출란이 모두 차서 교학과에 가서 새로운 학생증을 만들어 달라고 하니 "교직원 생활 20년에 너 같은 놈은 처음 본다"며 의심스러운 눈으로 "너 이 빌린 책은 다 읽었니 ?" (그 때 교직원은 반말로 했다. 자신이 학교 선배라면서 ^^) 하고 묻던 교직원.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는 조용히 거실 의자에 앉아 "아달베르트 슈티프트"의 "늦여름"과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없는 남자" 를 읽고 싶다던 내 지도교수 안톤.
책 이야기가 나오니 어린 시절 시골 중학교에서 있었던 일도 떠오른다. 키 큰 소나무들이 교정을 품고 있는 아늑한 학교로 언젠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로 뽑힌 적도 있다. 수업 시간에 도서관은 개가실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 우리 학교 도서관도 개가식으로 하였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당황한 시골 중학교 교장선생님은 알았다며 나중에 우리 담임 선생님을 통해 건의를 하라고 하셨다. (이미 건의를 했는데 ^^) 하지만 졸업할 때까지 도서관은 계속 폐가식이었던 것으로 안다.
친구에게 빌려온 책을 잃어버리고 애를 태우다 결국 새 책을 사서 주었던 기억도 있다. 친구의 부모님이 그 책을 꼭 받아오라고 했단다. 그 시절 시골 국민학교에서 책 한 권 값은 꽤 비싸서 부모님에게 사실을 알리고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상하게도 책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소위 자유교양이라고 파란색 표지로 여러 위인과 고전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책이 소크라테스였는지 ? 그리스 로마 신화였는지 ?
배가 고파서 점심을 먹어야겠다.
책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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