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성언어의 생동감 넘치는 세계를 보여주는 <소리와 의미의 에크리튀르>. 언어생활에 있어서 문자가 없다고 하면 우리는 보통 지극히 불편할 거라는 생각과 함께 문맹, 원시, 미개 등의 단어를 떠올린다. 오랜 기간 이(異) 문화 속에 살았던 저자는 그렇지 않은 예들을 제시하며 문화 인류학적으로 음성언어의 자유로움과 풍부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매일 접하는 문자언어의 위력에 가려 언어의 본래 모습이 음성언어라는 것을 잊고 있는 우리들에게 음성언어의 생동감 넘치는 세계를 보여준다. 저자는 아프리카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문자언어로 인해 잃어버린 소리의 세계를 여러 각도에서 추적하고 있다. 일상에서 간단히 접하기 어려운 저자의 오랜 시간과 광야에서의 체험이 녹아든 문화적 체험을 전해준다. |
저자소개
지은이
가와다 준조
1934년 도쿄 출생. 도쿄대학 문화인류학과 졸업. 파리 제5대학 민족학 박사. 문화인류학 전공. 도쿄외국어대학 아시아 아프리카언어문화연구소 교수를 거쳐, 현재 가나가와(神奈川)대학 대학원 교수로 재직.
주요 저서로는 ≪광야에서 ― 아프리카에서 생각하다≫(筑摩書房, 제32회 일본 에세이스트클럽상), ≪무문자 사회의 역사≫(岩波書店, 제8회 시부자와케이죠敬三상), ≪사반나 소리의 세계≫(東芝EMI, 1984년 문화청 예술제 레코드부문 우수상), ≪소리(聲)≫(筑摩書房, 제26회 程상), ≪구두전승론≫(河出書房新社, 제46회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외 다수가 있다. 1991년 프랑스 한림원으로부터 프랑스어권 대훈장, 1994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공로상, 2001년 紫綬褒章을 받았다.
옮긴이
이은미
1960년 전북 고창 출생.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 졸업. 일본 도쿄대학 총합문화 연구과 지역문화 전공 석사 학위 취득,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박사과정 수료. 현재 동신대학교 언어치료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 분야는 의미론, 신경언어학.
주요 저서로는 《일본어 한자정복》(한국문화사 2003),《일본어의 문형》(동신대학교 출판사 2004), 《스크린 속의 영어》(Brain House 2004) 등이 있고, 주요 역서로는 《인지언어학 키워드 사전》(한국문화사 2004), 《젠더/섹슈얼리티》(한국문화사 2006),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문학동네 근간), 《황홀한 사람》(논형 근간), 《프로이트의 실어증》(논형 근간)이 있다.
목차
- 1부 문자와 일본어
1. 말소리와 문자와 역사
두 가지 문제점
역사의식, 그리고 ‘시간’
≪고지키(古事記)≫의 성립이 제기하는 것
모시 왕국의 계보와 북소리언어
읊기(읽기)ㆍ기록하기ㆍ지금과 옛날
음성의 힘, 문자의 주술적 힘
구전과 문자기록에 의한 역사 표상
두 번째 문제
2. 야마토어에 한자가 도입되었을 때
한자 도입으로 야마토어는 발전하지 못했다?
시사(示唆)성이 풍부한 야마토어의 의미장
‘나누는’ 것과 ‘재는’ 것
문자가 내포하는 이차원적 사고
소리와 문자의 얽힘
3. 도상(圖像) 상징성 연구를 위한 예비적 메모
문제의 소재
방법과 조감도
육서, 한자를 지배하는 원리
육서를 재점검한다
일본어에 도입된 한자
판화문자-경(經)과 역(歷)
알파벳의 그림문자
문자 없는 사회의 도상 표상
맺음말
인용 문헌
2부 말의 삼각 측량
4. 말의 다중화 = 활성화 -다언어주의란 무엇인가
언어는 셀 수 있을까?
제도화되지 않은 말
‘다언어주의’가 의미하는 것
소통되는 언어의 쇠퇴
‘모국어’에서의 탈출
언어의 ‘삼각측량’을 목표로
5. 음성언어 커뮤니케이션의 위상
문자와 음성언어
전달의 신체성과 장(場)
신로그(협화)에서 모놀로그(혼잣말)까지
문자에 의한 전달과의 대비
인용 문헌
6. 소리 영역에서의 자연과 문화
과제와 방법
자연과 문화
소리와 의미
외침에서의 음성상징으로
음성상징의 보편성과 특수성
동기화와 자의성 사이
문화가 자연을 재단하다
비유의 미학
기키나시를 가능케 하는 것
작은 새 전생담, 변신, 이류혼(異類婚)
인간과 동물
결론을 대신하여
인용 문헌
3부 음성상징과 말소리의 힘
7. 시, 노래, 이야기
‘읽는(읊는)’ 것과 ‘이야기하는’ 것
서사시와 연대기
시와 노래의 사이(문자와 음성의 몸짓)
8. 전승되는 소리와 말
구두전승 문화의 체제로서의 전문
문자 없는 사회의 문학
‘노래한다’는 것
‘음악’을 벗어난 소리들을 쫓아
4부 말과 언어
9. 일본어 소리의 풍경
언어에서의 정보란 무엇인가
‘이야기’가 문자가 될 때
이마무라 노부오(今村信雄), ≪라쿠고(落語)의 세계≫를 둘러싸고
말소리의 힘
구호(口呼)
?r?r데이!
녹색의 의미장
10. 말과 만났을 때
‘이해한다’는 것
책과 만나다
어느 인류학도의 감상-글자 익히기 교육에 대한 의문
감사의 말
역자 후기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가 접했던 아프리카 모시왕국의 사람들은 문자를 갖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들의 언어생활은 전혀 빈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소리나 신체, 도상(圖像)에 의하여 규격화되지 않은 개성적인 자유로움이 넘쳐흐르는 언어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북소리로 왕족의 계보를 읊어내는 독특한 소리문화를 누리고 있기도 했다. 북소리 언어는 궁중의 악사가 북을 두드려 왕의 계보를 말하면 다른 악사가 이를 음성언어로 번역한다. 보통 음성언어가 문자언어로 번역되는 사회에서 사는 우리에게는 신선한 충격이다(무문자 사회의 역사, 논형, 2004, 한국어 판 참조).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 언어의 본래 모습은 음성언어이지 문자언어가 아니다. 문자는 음성언어의 초분절적인 특징(소리의 고저, 강약, 장단)을 없애고 분절적인 특징(자음과 모음의 연속)을 통해 음성언어에 의한 발화의 한 측면을 부호화하였기 때문에 규격화가 쉽고 넓은 범위에서 통용되기 쉬워 메시지 전달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사상이나 과학기술의 전달과 정련, 그리고 축적에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언어의 개성과 ‘아나키한 광채’는 없어진다.
특히 일본어에서 표의성을 대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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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접했던 아프리카 모시왕국의 사람들은 문자를 갖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들의 언어생활은 전혀 빈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소리나 신체, 도상(圖像)에 의하여 규격화되지 않은 개성적인 자유로움이 넘쳐흐르는 언어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북소리로 왕족의 계보를 읊어내는 독특한 소리문화를 누리고 있기도 했다. 북소리 언어는 궁중의 악사가 북을 두드려 왕의 계보를 말하면 다른 악사가 이를 음성언어로 번역한다. 보통 음성언어가 문자언어로 번역되는 사회에서 사는 우리에게는 신선한 충격이다(무문자 사회의 역사, 논형, 2004, 한국어 판 참조).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 언어의 본래 모습은 음성언어이지 문자언어가 아니다. 문자는 음성언어의 초분절적인 특징(소리의 고저, 강약, 장단)을 없애고 분절적인 특징(자음과 모음의 연속)을 통해 음성언어에 의한 발화의 한 측면을 부호화하였기 때문에 규격화가 쉽고 넓은 범위에서 통용되기 쉬워 메시지 전달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사상이나 과학기술의 전달과 정련, 그리고 축적에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언어의 개성과 ‘아나키한 광채’는 없어진다.
특히 일본어에서 표의성을 대응시킨 한자의 경우는(이는 우리말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그것이 도입되기 이전의 야마토어에는 풍부했을 소리의 세계를 억압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동음이의어가 많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라). 따라서 개념화된 지식의 정련이나 전달, 축적이라는 면에서 이점을 누리고 있는 문자언어도 실은 잃은 것이 많다.
아프리카에서 농한기의 밤에 모여 앉은 사람들의 이야기소리와 일본에서도 학교에도 가지 않고 문자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의 말소리를 녹음하면서 느꼈던 그 언어의 생동감에 깊은 감명을 느꼈던 저자가 문자언어로 인해 잃어버린 소리의 세계를 여러 각도에서 추적하려 하였다.
저자의 소리 세계의 탐험은 다양한 각도로 전개되는데, 첫째 음감어, 표음어, 표용어에 대한 탐구이다. 음감어는 언어음 자체가 갖는 소리에 의한 효과적인 전달이고, 표음어란 언어음을 비언어음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협의의 오노마토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표용어는 소리가 아닌 것을 언어음의 음성 상징성으로 나타내는 것이어서 문화 내적인 약속의 역할이 크다.
둘째, 자연음과 언어음을 연결하는, 동물의 울음소리 특히 새의 지저귀는 소리를 의미가 있는 사람의 말에 대응시킨 ‘기키나시’의 탐구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소리의 영역에서 자연과 문화의 관계를 유대로서 형성되는 것이며 특히 어떤 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어 있는 민속지식이다.
셋째, 악기음 속의 자연과 문화에 대한 고찰이다. 그것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악기음이 언어음에 종속하면서 이것을 보강하는 형태로 발전했고, 프랑스에서는 언어음이 신체표현과 원리적으로 분리되어 문화에 의해 세련되어 왔다. 그리고 모시에서는 신체성과 직결된 형태로 발달해왔다.
넷째, 라쿠고(落語)나 고단(講談), 분라쿠(文), 모노가타리(物語) 등의 이야기 낭송의 재생과 세련의 과정 등에 관한 고찰이다. 여기에서는 ‘말한다(hanasu)’는 발화행위가 ‘이야기하는(kataru)’ 것과 대비되고, 목소리와 문자, 이야기에 있어서의 역사적 사실과 허구, ‘hanasi’와 ‘katari’, 이야기의 전승 등이 논의된다.
다섯째, 운율적인 특징(경우에 따라 분절적인 특징)의 일정한 조합이나 규칙적인 반복에 의해 만들어지는 노래에 대한 탐구이다. ‘노래한다’는 행위는 언어음의 분절적인 특징segmental features과 운율적 특징prosodic features(종종 부적절하게 초분절적 특징과 ‘분절 특징 중심적’이라 불려왔다)을 우열이 없는 관계로 묶어 음성언어의 메시지를 표출하는 행위이다.
여섯째, 본능적인 것 같으면서도 문화에 의해 틀이 정해진다고 생각되는 소리에 구호(口號)가 있다. 이것은 일본이나 아시아의 일부 사회에서 무도, 예능, 그리고 서양 도래의 스포츠에 이르기까지의 신체행동에 수반하여 나는데, 구미나 아프리카 등 다른 많은 인간사회에는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