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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루 기담
아사다 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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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초대장이 날아왔습니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

또한 하나뿐인 목숨을 위해,

그리고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

절대로 발설할 수 없었던 귀중한 체험을

마음껏 이야기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초대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지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초대에 응하시겠습니까?

한 남자가 초대장을 받고, 고층 빌딩의 펜트하우스에 도착한다.

그 곳에는 자신 말고도 각계의 명사, 즉 널리 이름을 떨치거나 현재 그럴듯한 지위에 올라와 있는 그러나, 바쁘면서도 따분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이들은 돌아가면서 자신이 경험한 기묘하지만 아름답고 무섭지만 특별한 이야기들을

하나, 둘 풀어놓기 시작하는데.......

 

총 5개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난 그 중에서 '비 오는 밤의 자객' 이란 이야기가 제일 뭉클하면서도 슬프고 안타까웠다.

시골을 갓 상경한 '다쓰' 란 소년이 커피숍에서 일하다가 돌고 돌아서 아쿠자의 밑바닥부터 시작해 살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삼천 명의 젊은 부하들을 이끄는 칠대 총장의 자리에 오르는 이야기.  

"여러분, 누구든지 오륙십 년 넘게 살아오다보면 한 번쯤은 살인에 대해 생각해보았을 거요. 한두 번은 반드시.

그런데 왜 사람을 죽이지 않을 수 있었겠소?

운이 좋아서가 아니오. 당신들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그릇이 아니었기 때문이오.

때문에 나는, 세상 사람들 말처럼 야쿠자가 인간 쓰레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소.

직접적으로 손을 대지 않았으니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다, 말이나 태도로 타인을 죽이는 건 죄가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놈들이야말로 인간 쓰레기가 아니오?

생각해보시오. 멍청하니까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거요. 멍청한 테다 베짱도 없으니 그럴 수밖에.

인간은 짐승이라오. 그것도 제일 더러운 짐승.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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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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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온다 리쿠. 그녀의 이름과 명성은 익히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책을 결정적으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자주 가는, 누군가의 추천에 의해서였다. 얼마 뒤 나는 실제로 그녀의 책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책들 중에 제일 처음 잡은 것이 '굽이치는 강가에서'였다.

이야기는 마리코, 요시노, 가스미, 마오코, 이 네 사람이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의 중심에는 언제나 십 년전, 어느 한 사건이 중심이 되어 있다. 각각 그들이 보는 시점에 따라서 형태를 알 수 없는 작은 퍼즐이었던 것은 맨 마지막 장에 다다라서야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이야기지만, 그걸 알지 못하던 난 책장을 넘기자마자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는 도입부 부분을 장식하는 삽화에는 10대의 소녀들이 손에 손을 잡고 뱅글뱅글 들판을 돌고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들의 얼굴은 머리카락에 가려져있거나 아니면 두리뭉실하게 표현해놓았기 때문이다.그렇게 찝찝한 마음으로 1장에서 2장으로, 2장에서 3장으로 각각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함께 불안하게 이리저리 움직이던 나의 마음은, 4장 마오코에 이르러서는 의외로 담담하게 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온다리쿠, 마치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마치 수학여행지에서 불 꺼진 방 안에 촛불 하나만 켜둔 채, 긴장감 속에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너무나 재미 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이야기가 모두 끝이 나면 크게 아쉬워하며 허망함에 몸부림치다 '그래, 또 다른 이야기가 있지' 하는 식으로 위로하며 다른 책들을 찾아나서게 만든다. 이렇듯 온다 리쿠, 그녀의 이야기는 묘한 중독성과 기대 심리(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를 품게 한다.

어딘가 아련하면서도 슬픈 향기를 품고 있는 그녀의 또 다른 이야기 속으로, 나는 오늘도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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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뒤흔드는 소설
백야행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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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단지 그 현실을 인정하기 싫었을 뿐...

아... 솔직히 말하면 책의 종반부에 다다라서는 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점차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예전의 읽었던 망량의 상자도 그렇지 않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어째서냐고 묻는다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감춰진 진실, 고교쿠도가 그 수수께끼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러나 백야행은 전혀 달랐다.

니시모토 유키호와 기리하라 료지. 이들이 어떤 관계인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몇몇 장면에서 이들의 관계는 흘라가는 식으로 독자가 미루어 짐작케하게끔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반에서 니시모토 유키호가 기리하라 료지의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몸을 팔았다는 대목에서는 약간 충격이었다. 물론 자의가 아닌 유키호의 어머니가 돈을 받고 딸을 팔았을 것이란 추측이 따랐다. 11살 이란 어린 나이의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크나큰 상처였을 것이다.

그러나, 하고 나는 말하고 싶다. 누구나 그런 상처를 간직했다고 해서 살인이란 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물론 직접적으로 유키호가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 상, 중, 하 모두를 통틀어 살펴보아도 없다. 모두가 기리하라 료지가 한 일이다. 하지만, 유키호가 사주를 안했다고는 볼 수 있을까. 기리하라가 모든 일을 혼자 독단적으로 처리했을리 만무하다. 분명 최소한에 그녀와 몇 마디를 주고 받고 난 뒤에, 일은 행해졌을 것이다. 당연히 증거는 없다. 문제는 기리하라 료지, 그에게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가 조금쯤은 허점을 드러내기를, 또는 그의 뒤를 쫓는 형사가 꼭 유키호가 관련되었다는 증거를 잡기를 속으로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는지 모른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나 철두철미한 우리의 료지씨는, 나의 바램을 무참히 무너뜨렸다. 종반으로 치달을 수록 극의 전개는 나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기리하라 료지. 오직 한 여자만을 위해 살아온 남자.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를 위해 살아간 남자. 책을 모두 읽은 후 나는, 기리하라 료지란 남자의 이름을 들으면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아프면서도 씁쓸한 기분이 되었다.

지금도 선명이 떠오른다. 차가운 눈빛으로 죽어가는 기리하라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리던 니시모토 유키호의 음성이.

"이 남자는...  누구죠?"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아르바이트 채용은 점장이 알아서 하니까"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며 그녀는,

그리고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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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7 0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09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백야행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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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용의자X의 헌신이란 책을 통해서였다. 나와는 달리 그 책이 실망이란 분들도 몇몇 보았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시가미란 수학선생을... 왜 이렇게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 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13계단이란 소설을 읽을 때의 내가 느끼는 기분은 용의자X의 헌신을 읽었을 때의 차이와는 확연히 달랐다. 물론, 13계단은 정말 탄탄한 구조와 잘 쓴 글이란 것이 책을 읽어내려가면 갈수록 피부로 확실히 느껴졌지만, 온다 리쿠의 '삼월의 붉은 구렁을' 에서의 말을 빌리자면 감탄을 자아낼 만큼 멋진 글일 수록 독자들의 기억에서는 빨리 사라지는 법인 것 같다. 어딘가 아련하고 불안정하며 미숙한 것일수록 사람들의 기억에는 더 오래 남지 않을까하는 온다 리쿠의 말이 기억난다. 분명 용의자X의 헌신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리뷰가 잠깐 삼천포로 빠졌군. 어찌 되었든 나는 용의자X의 헌신이란 책에 감명(?)을 받아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책들을 찾아 헤매던 중 백야행이란 책이 눈에 들어왔다. 별점과 독자들의 평가를 보니 결코 실망은 하지 않을 것 같아 3권을 동시에 과감히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정말 실망을 하지 않았다! 손에서 한시라도 손을 놓을 수 없는 것이 분명 이 책 안에는 존재했다. 이런 기분은 실로 오랜만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에는 하나의 사건에서 (기리하라의 아버지 살해사건) 시작된 모든 일들이 사슬처럼 이어져 점차 하나의 거대한 인과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주의해야할 것은, 작가가 직접적으로 말을 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의 어떤 독자님이 말씀하셨듯이 여러개의 퍼즐을 던져주고 마치우리보고 풀어보라는 식이다. 이 책의 매력은 아마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문제는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이름을 기억하기에는 내 머리가 힘겨워한다는 점이다. 몇 번이나 책의 앞부분을 살펴보며 이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고 하면서도 나는 왠지 즐겁다.

아직 직장이라 하권을 읽지 못했다. 중권까지만 읽은 상태. 그래서 어떻게 감상평을 적어야할지 감이 잡히지는 않지만, 하권을 읽으면 곧바로 리뷰를 올리겠다. 집에 가면 즉시 손에 책을 들 내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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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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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대담하게도 제목과 띠지. 그리고 알리바이, 범행 수법, 심지어 범인까지...... 초반에 모든 걸 드러내 놓고 시작하는 용의자X의 헌신. 그래서일까.

세간의 이목을 받으며 더구나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책치고는 시시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충분히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 기대가 너무 컸을지도. 그래서 책의 후반부에 들어서는 일주일은 책을 손에서 놓고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유가와가 교묘한 트릭과 범행 전모를 야스코에게 밝히는 순간, 난 후회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야스코가 이시가미에게서 마지막으로 받은 봉투안에 들어있는 글을 읽을 때는 나도 야스코와 같은 심정이 되고 말았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어째서 이렇게 한심할 정도로 바보스러운 거냐고!'

왜 나는 진작 이 책을 읽지 않았을까.  작가가 노린 건 바로 이거였던가. 

나는 낚인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란 작가란 사람에게.

백야행을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평들이 대체적으로 좋은 걸보니 아마도 실망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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