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뒤흔드는 소설
백야행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단지 그 현실을 인정하기 싫었을 뿐...

아... 솔직히 말하면 책의 종반부에 다다라서는 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점차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예전의 읽었던 망량의 상자도 그렇지 않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어째서냐고 묻는다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감춰진 진실, 고교쿠도가 그 수수께끼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러나 백야행은 전혀 달랐다.

니시모토 유키호와 기리하라 료지. 이들이 어떤 관계인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몇몇 장면에서 이들의 관계는 흘라가는 식으로 독자가 미루어 짐작케하게끔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반에서 니시모토 유키호가 기리하라 료지의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몸을 팔았다는 대목에서는 약간 충격이었다. 물론 자의가 아닌 유키호의 어머니가 돈을 받고 딸을 팔았을 것이란 추측이 따랐다. 11살 이란 어린 나이의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크나큰 상처였을 것이다.

그러나, 하고 나는 말하고 싶다. 누구나 그런 상처를 간직했다고 해서 살인이란 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물론 직접적으로 유키호가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 상, 중, 하 모두를 통틀어 살펴보아도 없다. 모두가 기리하라 료지가 한 일이다. 하지만, 유키호가 사주를 안했다고는 볼 수 있을까. 기리하라가 모든 일을 혼자 독단적으로 처리했을리 만무하다. 분명 최소한에 그녀와 몇 마디를 주고 받고 난 뒤에, 일은 행해졌을 것이다. 당연히 증거는 없다. 문제는 기리하라 료지, 그에게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가 조금쯤은 허점을 드러내기를, 또는 그의 뒤를 쫓는 형사가 꼭 유키호가 관련되었다는 증거를 잡기를 속으로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는지 모른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나 철두철미한 우리의 료지씨는, 나의 바램을 무참히 무너뜨렸다. 종반으로 치달을 수록 극의 전개는 나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기리하라 료지. 오직 한 여자만을 위해 살아온 남자.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를 위해 살아간 남자. 책을 모두 읽은 후 나는, 기리하라 료지란 남자의 이름을 들으면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아프면서도 씁쓸한 기분이 되었다.

지금도 선명이 떠오른다. 차가운 눈빛으로 죽어가는 기리하라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리던 니시모토 유키호의 음성이.

"이 남자는...  누구죠?"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아르바이트 채용은 점장이 알아서 하니까"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며 그녀는,

그리고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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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7 05: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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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9 17: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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