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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한 V양 사건 ㅣ 초단편 그림소설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고정순 그림, 홍한별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8월
평점 :
<불가사의한 V양 사건>
버지니아 울프 × 고정순
아름드리미디어
☆ 20세기 모더니즘 대표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 이 시대의 작가, 고정순의 아름다운 그림이 어우러진 초단편그림소설!
- 책 표지 그림을 한참동안 바라봤어요.
신비스럽고 오묘한 느낌이었어요.
얼굴이 없는 맨발의 여자는 슬픔과 절망으로 얼룩진듯한 모습으로 보였어요.
제목 또한 불가사의한 V양 사건....
글자 없이 4장의 그림이 앞부분에 나열되어 있어서 마치 미술관에 와있는듯한 착각마저 들었지요.
과연 어떤 불가사의한 사건인지...궁금증을 가득 담고 책장을 넘겼어요.
📖
- 15년 동안 런던에 사는 두 자매는' V양' 이라는 이름을 쓰지요.
사람들은 V양들이 아닌 V양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두 사람의 존재감이 약하기 때문이에요.
화자는 그들을 어느 집 응접실이나 전시실에서 마주치곤 해요.
사람들은 V양과 날씨 같은 가벼운 인사를 나누지만, 그들에겐 그저 한쪽에 덩그라니 놓인 가구와 같은 존재였지요.
화자 역시 가끔 V양을 만나면 가볍고 똑같은 대화를 반복하지만, 더 가까운 관계가 되진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화자는 꾸준히 스쳐지나갔던 V양과 얼마 전부터 마주치는 일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되지요.
화자는 마음 속에 허전함과 불편함을 느껴서 V양이 사는 아파트로 찾아가는데......
과연 그녀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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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에게 의미없는 존재에 불과했던 V양이 어느 날 자취를 감춘 걸 알게된 화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요.
저 역시 화자와 함께 궁금증을 갖고 그 시선을 따라가봤어요.
회색빛 차가운 도시에서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존재감조차 희미한 사람의 단절된 삶을 들여다보면서 씁쓸했어요.
'지금 의자를 쳐서 바닥에 쓰러뜨려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러면 적어도 아래층 사람은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알겠지.'
책 속 문장에서 V양이 느꼈을 깊은 고독과 외로움이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무관심에 병든 사회에 몸서리쳤어요.
뉴스에서 심심치않게 접하는 고독사 기사.
가족, 친지와 떨어져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음을 맞고도 오랫동안 방치되는 무관심 속의 죽음이 늘어나고 있어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어서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예요.
우리 모두가 주변에 더 관심을 가지고 연대하며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20세기 모더니즘 대표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과 깊은 울림을 주는 고정순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진 초단편그림소설이에요.
부록으로 고정순 작가의 <이름이 되어>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어요.
지하와 옥탑방을 전전하던 주인공은 거실 위치에서 감나무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실 낭만으로 서울 외곽에 집을 사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지요. 예전에 살던 '여자애들' 앞으로 택배가 잘못 배달면서 '여자애들'이 아닌 '박수영' , '송민아' 그들의 이름을 알게 돼요. 주인공은 그들 역시 각각의 이름을 가진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지요. 그안에서 감나무의 존재조차 모른채 바쁘게 살았던 전 주인의 고된 삶도 엿볼 수 있었어요.
- 어른을 위한 그림 소설 같지만, 초등고학년과 청소년과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