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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너에게 ㅣ 작은 곰자리 56
티모테 르 벨 지음, 이세진 옮김 / 책읽는곰 / 2022년 2월
평점 :
ㅊ
처음 읽었을 때는 기대에 못 미쳤다. 내용이 너무 순하달까.
잔잔하고, 착한 그림책이다. 굴토끼가 커다란 짐승으로 변해서
나타나는 장면이 "우와!"하는 탄성을 자아내는 정도였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두 번.. 펼쳐보게 되는 끌림이 있다. 색을 쓰지 않고
세밀한 선으로 표현한 장면 하나, 하나 뜯어보게 된다.
특히 표지에 등장하는 클로즈업된 산토끼 얼굴이 인상 깊다. 대상을 깊게 들여다보면 눈부처(눈동자에 비치어 나타난 형상)를 발견하게 된다. 산토끼는 굴토끼를 바라보고 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연필선 하나하나를 살려서 그린 거야"라고 했더니 "그럼 이 책 문지르면 번지겠네요?"라고 답을 한다. ^^
작가님의 원화가 궁금해지는 책이다. '그림책은 작은 미술관'이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이런 작품을 두고 하는 말이지 않나 싶다.
내용으로 돌아가보면, 산토끼는 굴토끼를 좋아하면서도 그들과 습성이 다르기에 답답해한다. 하지만 굴토끼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 굴토끼는 결국 '공동체'이지 않을까. 서로 달라서 오해가 생기기도 하지만, 함께이기에 해낼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나는 오늘 어떤 대상을 눈동자에 담았는지 되돌아본다. 달라서 더 아름다운 우리, 진부한 내용을 섬세한 표현으로 새롭게 담아낸 작품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