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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 ㅣ 사계절 민주인권그림책
정진호 지음 / 사계절 / 2024년 5월
평점 :
제가 끌리는 그림책들은 유독 사계절 책들이 많아요.
왜일까?
낯선 시선...안일하게 익숙한 재미를 찾아 떠돌다 아! 하고 멈추게 되는 그 점이 제가 생각한 사계절 출판사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민주인권그림책' 라인이라니~ 최근 발간된 이 라인의 책들을 보며, '사계절이 사계절 했네' 하고 생각했습니다.
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 애씀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그림책입니다.
제목만 보고 내용이 대강 짐작될거라 생각했어요.
택배왕국 대한민국에서 안그래도 일찍 도착하는 바나나가
더 일찍 도착하기까지~ 유통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겠구나.

단순한 선과 색이 반복되는데 예상대로 내용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문구, 반복되는 색 속에 '더 일찍' 이라는 말에 이어
누군가가 더 늦게까지, 새벽, 어둠 속 노동을 강요하는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인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화장실도 잡담도 허용되지 않는 노동 조건.
얼마나 더 빠르게~ 더 싸게 ~ 더 편리하게 바나나를 받을 수 있나 생각했을 뿐 노동자의 기본적인 삶, 인권, 건강 문제엔 관심을 두지 않았던 현실을 촘촘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책.
'그러면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고 새벽배송 같은 수요를 없애면 되는거 아냐?' 쉬이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바나나를 주문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그리는 장면은 반전 아닌 반전이라고 할까요?
최근 읽은 책에서 만난 문구처럼 어쩌면 우리는 도미노 같이 이토록 위태로운 세상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가 쓰러지면 연이어 우르르 쓰러지고 마는~
그저 누군가의 애달픔으로 끝내지 말길
우리가 정당한 그 애씀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가?
우리가 더 빠르게 더 편하게 되었다고 감탄할 때 누군가는 탄식하고 있지 않은가
더 찬찬히 들여다봐야하고 목소리 내야겠구나

앞으로 연이어 출간될 민주시민그림책도 응원하고 기다리겠습니다. 뿌연 눈으로 바라보던 세상을 더 뚜렷하게 촘촘하게 바라보도록 찾아 읽을게요.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