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뜨거운 햇살을 기억한다. 낮엔 숨막힐 듯이 쪼아대던 볕. 그늘만 들어가면 또 살만하네, 여기가 천국이네 하며 마주하던 그림 같은 광경들. 느즈막하게 아침을 먹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꼭 중간에 숙소에서 한잠 자고 나왔던 기억. 밤엔 언제 그랬냐는 듯히 선선한 바람과 함께 유럽 각지에서 휴양을 즐기러 온 사람들도 넘쳐나던 섬의 열기. 누구나 한 번 쯤 머물고픈 이 곳이,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시리아에서 건너온 소년, 마이크는 크레타 섬에 안정적으로 살 기회를 찾아 왔다. 이 책에서 그가 만나는 관광객의 반응처럼 나 또한, '시리아'하면 내전, 난민, 그리고 언제 바다로 빠질 지 모르는 보트를 타고 위태롭게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모습들만 떠올랐다. 마이크가 여기서 바란 것은 오직 한 자리! 호텔 웨이팅 스태프로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는 것이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음식점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그는, 관광객들을 찾아다니며 호객행위에 나선다. 남다른 관찰력과 친절함으로 관광객에게 접근해 음식점, 수영복 가게 등으로 인도해 보고, 비지니스의 꿈도 키워보지만...... 타지에서의 삶은. 특히 난민 신분으로서 타지에서 한 자리 차지하는 일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단 하나뿐인 긴 바지를 드라이어로 급히 말리면서도 비지니스의 기본은 단정함이라는 철칙을 세우는 마이크. 그가 한 때 예뻤던 엠마를 만나면서 기이한 일들이 생기게 된다.
엠마는 태어남과 동시에 엄마를 잃고, 한때는 예뻤던 몸과 얼굴로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던 아이였다. 하지만 10대가 되어 뚱뚱해지기 시작하자, 어울리던 친구들,아버지, 새어머니에게도 버림받은 기억을 안고 있다. 그녀에게 '뚱뚱함'이 정말 문제였을까? 혼자 남은 엠마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는 소년, 마이크에 이끌려 식당에 들어오지만 다른 손님에 밀려 여전히 외면받는 현실에 자신을 유령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유령은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