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에게
최현우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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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있으면 또 연말이네요.

면지를 보자마자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크리를 찾아냅니다.

제겐 낡고 쓸쓸한 아파트가 가장 먼저 보이는데요.

이어서 우리의 시선이 모두 머문 곳은 외로워 보이는 아이에요.

누군가에겐 들뜨고 설레는 시절이 누군가에겐 한없이 외롭고 괴로운 시절일 수도 있겠죠.

  이윤희 작가의 그림을 좋아합니다. 열세 살의 여름에서 홀딱 반했더랬죠.

'코코에게'는 최현우 시인의 시에, 이윤희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이에요.

두 작가가 모두 '코코'라는 이름을 가진 반려견과 함께 했다는 것이 우연이었을까요^^ 그만큼 두 작가님의 합이 잘 어울어진 그림책이라 생각해요.

  지하주차장에 버려진 강아지를 아이가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강아지는 아이를 보자마 따라오고, 아이는 강아지에게 이름을 붙여주기로 합니다.

그 이름이 바로 코코

이 제목 보자마자 저도 친구의 강아지를 떠올렸거든요?

어느 집엔 딸아이의 애칭인 듯도 하고

그림책에 나오듯이 미용실, 오락실, 왜 영화제목에도 있는 그 흔한 이름.

  전 이 부분이 좋았어요. 왜 우리 옛이야기보면 가장 소중한 아이에게 흔한 이름을 붙여주잖아요?  짧고 , 단순하고 ,반복하는 익숙한 발음. 무엇보다 버려진 상처에서 자유로워지라고 새 이름을 고심해서 붙여주는 이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이름을 붙여주면서 우린 서로에게 특별한 대상이 되잖아요. 그리고 이름의 주인인 코코에게 어렵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그런데 아이의 집이 심상치 않습니다. 버려진 집처럼 어수선한 살림살이. 나뒹구는 옷들. 언제부터 걸어뒀는지 모르는 빨래와 닫힌 문. 그리고 문 밖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듯한 코코. 우리 코코도 더이상 강아지 모습이 아닌 걸 보니 아이 또한 많이 성장했을 듯한데.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요?


아이를 일으킨 건 코코 였어요. 과거에 버려진 코코에게 아이가 기꺼이 품을 내주었듯이.

아이 손을 끌고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보여줍니다.

전봇대, 그 밑에 핀 꽃, 놀이터 바닥에 숨겨진 병뚜껑

너무 소소해서 지나칠 법한 것들

하지만 함께라면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들을.


이 책을 덮으면서 새삼스레 '애완견, 애완 동물'을 '반려견' '반려 동물'로 부르는 까닭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착각하기 쉽죠.

나보다 작고 여린 존재에게 사랑을 베푼다고, 기꺼이 희생을 해서 품을 내주는 거라고.

아이를 키우면서 다르게 보이는 세상이 있는데 아이도 키우는게 아니더라구요.

누군가 이야기했듯이, 아이가 기꺼이 부모를 허락할 수 있도록 함께 자라고 어쩌면 아이로 인해 더 자라는 것은 부모가 아닐까합니다. 동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동물을 반려가족으로 맞은 이들은 어쩌면 더 많이 위로 받고 사랑받는 시간이 생기는게 아닌가 싶어요.

아이가 온통 잿빛의 자리에서 일어나 알록달록 세상을 내려다보는 부분에서 참 뭉클해졌습니다. 함께여서 가능한 것들은 결국 다정한 시선과 손내밈에서 시작되는구나 싶었구요.

  주말이 지나면 이 좋은 가을볕에서 쌀쌀함이 가미된다고 하죠. 추울수록 더 따스하게, 오늘, 지금, 여기서 만나는 것들을 더 사랑할래요.


*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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