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뜰에서 작은 곰자리 64
조던 스콧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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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의 뜰에서는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로 이미 우리 마음을 뒤흔든 조던 스콧과 시드니 스미스의 작품이에요. 이 표지 딱 보자마자 아 시드니 스미스! 이번에도 좋겠구나 했는데, 역시 좋더군요^^

서정적인 이야기에 잘 마음이 동하지 않는 제가 그의 그림엔 늘 흔들흔들립니다.

표지 속 할머니와 손자의 등 뒤로 따스한 빛. 그의 작품을 보면 '빛을 가지고 논다'라는 말로는 부족한 듯해요.

어떻게 이런 순간을 이렇게 담아낼까 따스하고 따스하다. 위로가 필요한 날, 정말 딱 필요한 그 따스함.


이 책은 꼭 구입하셔서 커버를 벗겨보세요. 더스트커버 안 속에 할머니와 손주의 사진 그림. 작가의 두 가지 버전 책을 만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작가가 이 이야기가 탄생하기 까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적어놓았습니다.

바바는 폴란드어로 할머니를 뜻하는 말이래요. 처음엔 유명 캐릭터의 이름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어쩐지 입에 담을수록 자꾸 부르게 되는 어감

책의 장면 하나하나가 소중했는데 이렇게 손주의 시선에서 바라본 할머니의 주방과 그 속에서 손주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우리 할머니가 겹쳐 보입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감자 삶는 냄새.

그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할머니

양 손이 모자라 다리까지 바삐게 움직이면서도

흥얼흥얼 노래 부르며 요리하시던 할머니

  제 기억 속에 할머니도 늘 무언가는 내어주시기 위해 사시는 분 같았어요. 특히 어린시절 유난히 입짧고 카탈스런 식성을 가졌던 제가 한 끼라도 거를까봐 냉장고 속에서 이것저것 꺼내 뚝딱 한 상 차려주시던 기억. 그렇게 먹기 싫던 밥이 할머니가 차려주신 상에서 나던 모락모락 김과 밥 먹을 때까지 벌리는 입 하나하나에 우쭈쭈 해주시던 다정한 말소리를 들으면 밥 한 공기 다 비울 때까지 절로 숟가락이 움직이곤 했죠. 무엇보다 흥얼흥얼 할머니가 제 밥상을 따로 준비하시며 부르시던 노래도 들기는 듯하고. 

할머니에겐 어린 손주가 이해하기엔 조금 이상한 구석도 있어요.

어쩌다 음식을 흘릴 때 재빨리 손주가 흘린 음식을 주어 입을 맞추고 다시 그릇에 집어 넣어주시는 할머니

비오는 날엔 손주와 함께 걸으며 유리병에 지렁이를 채우던 할머니

할머니의 존재와 지렁이라는 존재도 어쩐지 겹쳐져요.

겉보기엔 징그럽게도 느껴지고, 늙고 주름 가득한 몸

하지만 땅 속 구석구석 구멍을 내어 흙이 숨쉬게 만들어주는 존재가 지렁이이듯 집안 구석구석 애정을 담아 손길을 주시던 할머니

어두침침한 비오는 날도 따스한 기억으로 채워놓은 할머니.

무엇보다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들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만들어주시는 나의 지지자^^


이 이야기를 만나며 제겐 사랑의 화수분 같던 할머니가 유난히 그리웠는데 특히 할머니를 떠올릴 때 할머니와 마주잡던 손, 함께 걷던 길의 빛, 주방에서 나던 구수한 냄새, 할머니의 노랫 소리..온 몸으로 할머니를 떠올리게 되네요.

나를 바라보시던 그 고운 눈 빛, 따스한 손

많이 그리운 날 꺼내보고파요.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은 어떤 '할머니'를 떠올리실까요?

이제 '할머니'의 삶을 생각해 봐야할 때, 내가 꺼내 줄 수 있는 사랑은 어떤 형태일까 생각해봅니다^^


* 이 책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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