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동양의 창을 열다 - 영국 화가가 그린 아시아 1920~1940
엘리자베스 키스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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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쪽 인용

" 얼마 전에 그 연주가가 저를 한국식 만찬에 초대했어요. 예의를 지키려고 무진 애를 썼는데, 진짜 한국식답게 음식이 온통 빨간 고추로 뒤덮여 있더군요. 제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미안하다고 말하려 하자 연주가가 여간 재미있어 하질 않았어요. 연주가와 통역사는 아주 맛있게 먹더군요."

 

 

개화기 조선을 찾은 외국인들은 여러 자료(사진, 그림, 책 등)를 가지고 조선을 담아냈습니다. 헐버트, 제임스 게일 등 꽤 많은 외국인들이 조선에 호감과 아주 깊은 관심을 가지고 조선을 관찰하고 기록했죠. 그 중 이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는 그림으로 당시 조선사람들의 생활상을 남겨주었어요. 이 책은 조선 외에도 중국과 일본을 방문했던 작가의 기록도 같이 있는데, 지난 번 제임스 게일의 전환기의 조선에서도 나타났던 것처럼, 한국음식이 아주 매웠다라는 인상은 외국인들에게 공통적이었던 것 같아요 ㅎㅎ

 

또 금강산의 절을 찾아 올라가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가 있어요, 거기에 등장하는 한국짐꾼에 대한 묘사가 아주 재밌습니다.

 

"우리가 한 번 건널때마다 짐꾼은 세 번씩 왕복을 해야 했어요. 그런데도 산을 오르고 길을 건너는 내내 그 사람은 전혀 피곤해하지도 않고 부루퉁해 있거나 마뜩잖아 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어요. 한결같이 침착하고 용감하고 친절하고, 또 사려 깊고 잘 참아주는 데다, 성실하고 다정하기까지 했죠. 만약 한국에 그런 사람이 많다면, 한국은 정말 축복받은 나라예요."

 

갑지가 비가 많이 온 금강산에 짐꾼이 짐과 키스 일행 한명까지 업어가며 고생했다는 대목입니다. 외국인에게 좋은 칭찬 받는 게 뭐 대수겠습니까마는 조선짐꾼의 묵묵히 자기 할 일하는 모습이 왠지 짠했어요. 나라만 잘 돌아갔으면 평화롭게 살아갔을 민중들이 나라가 망해서 얼마나 많은 고생길을 건너왔을까 생각하면 말이죠.

 

책 속에도 조선의 아름다운 성벽(일제는 강점 이후 성벽처리위원회라는 기구를 설치하고 600년간 이어져온 한양도성을 아무이유없이, 때론 전차개설에 방해된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마구 해체하고 헐어버렸습니다. 궁궐은 말할 것도 없고요.)이 사라져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저자 키스를 알 수 있습니다.

 

책은 그림보기 편하도록 크기가 적당히 큽니다. 저자 키스가 편지를 주고받았던 내용들을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구어체의 내용들로 이루어져있어 읽기에도 편합니다. 또한 옮긴이도 이 책이 가지는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구할 수 있다면 책장에 보관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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