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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지음 / 달 / 201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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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란건 누구나 알지만
마지막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몰라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결코 마지막은 아니라는 생각.
그 사이의 조마조마한 긴장이 생에 탄력을 주는 걸까요.
-마지막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몰라요 中

은희경 소설다운 말투.
에세이를 통해 접하니 더 친숙하다.
대학시절부터 꾸준히 읽어오던 작가의 글을, 얼마전부터는 트윗을 통해 접하게 되는것도 신기했는데
소설집필 중에, 여행 중에 적어놓았던 메모와 트윗 내용을 기록해둔 에세이란다.
작가란 무언가 예술적 경지에 올라서 번뜩하면 글을 마구마구 써내려가는줄만 알았었는데
꽤나 엄청난 자료수집과 과학적인 방법으로 플롯을 짜고
지인들을 총출동시켜 허구의 등장인물들을 보다 사실적으로 구체화한다.
생각을 정돈시키는 그들만의 방법.
모든 작가가 그렇지 않겠지만 (그러니 모든 소설은 또 다를테고)
그녀만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체계적인 방법이 참 신기하다.
글을 쓰면서도 -특히 마감에 쫒기는 연재- 자연의 변화, 장소의 변화 등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다.
그러기에 좀 더 섬세한 글이 나오는 것이겠지.

늘 작가의 글을 보면 때떄로 내가 문득 스쳐가는 정리안된 생각들을
너무나 정확하게 잘 표현해주는 것만 같아 고맙다.
내가 표현못하는 어떤 답답함을, 속시원히 해결해주는 느낌.

독일과 시애틀 여행 중에 기록해 둔 글들.
여행에의 기억을 생각하게 해주어 나도 기록해둔다.
가끔은 작가의 글에 토 달지 않고 그저 다이어리 한쪽에 적어두고 싶을 때만도 있다는걸.


여행자: 이방인이라는 점에서, 여행자는 대부분 약자이다.
약해졌기 때문일까. 사랑하는 것보다 사랑받는 감정과 조건에 더욱 예민해진다. 낯선 도시에서의 새벽 꿈, 한때 나를 사랑해주었던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꿈에서 깨어 침대에 누운 채 새벽이 오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한다. 여행에서 가장 좋은 건 닥쳐온 의무와, 그리고 일상적 절차에서조차 벗어난 '완벽하게 혼자 있는 시간' 이라고. 그 시간에만 가질 수 있는 순진하고 온전한 감정과 그 감정을 보자기처럼 고스란히 감싸서 보존할 수 있는 고적함, 그게 좋다.
- 여행에서 가장 좋은 것, 고독의 완결  中


그리고 끝내 여행이 남기는 것, 작별. 거리를 두기 때문일까요, 나를 묶어두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생각하기 떄문일까요. 아니면 나 자신을 낯선 곳에 혼자 떨어뜨려놓고 속마음을 들여다보기 때문일까요. 혼란스럽던 문제들이 불현듯 명료해지는 순간, 여행에는 그게 있어요. 돌아오면 역시 또 그 사람으로 살겠지만 나, 떠나기 전과 100퍼센트 똑같은 사람은 아니에요.
여행의 시간은 흘러가버리지 않고 내 몸안에 새겨집니다.
여행을 하고 있을 때는 그것을 수행하느라 긴장되고 바쁘잖아요. 그런 점에서 어쩌면 여행의 여정이란 돌아온 다음부터, 내 마음속의 반추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 여행의 시간은 몸에 새겨집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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