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이의 손톱에 무슨 일이?
한혜성 지음, 정희윤 감수 / 스몰해빗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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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기 때는 뭐든 빨려고 하는 욕구가 강하다고 하니까 주위 물건들을 씻기 바빴다. 손은 하도 빨아대서 쉰내가 나던 게 아직도 생각난다. 좀 더 자라서 어린이집을 다닐 때는 우리 아이가 예민한 아이인가 생각했다. 어쩌면 나의 육아 방식이 아이에게 불안감을 형성하는 게 아닐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닌 것 같다. 정서적인 문제를 넘어 그냥 습관이 돼버린 것이다. 타일러도, 혼을 내고 윽박질러봐도 듣지 않으니 나도 포기하고 있었다. 아이 손톱을 언제 깎아줬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도 뜯어서 개구리 손톱이 되고 심할 때는 피가 나기도 한다. 엄마 입장에서는 아주 속이 터진다.

아가들한테 읽어줄 법한 책이지만 현재까지 이 문제를 안고 있으니 나에게도 필요한 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주인공 서준이는 몰래 손톱을 뜯는다. 피가 나도록 뜯어진 서준이의 손톱은 괴로운 나머지 그냥 자신을 다 뜯어 먹어버리라고 말하고, 서준이에게 자신을 뜯어먹도록 마법을 건다. 잠자기 전 엄마에게 손톱을 먹고 손톱 주인으로 변한 들쥐 이야기를 듣고 그날 밤 들쥐를 만난다. 들쥐가 서준이 손톱에게 같이 서준이로 변신하자고 말한다. 심지어 손톱은 서준이에게서 탈출해 들쥐에게 가겠다고 한다. 놀라 꿈에서 깬 서준이는 마법의 밴드를 붙이고 손톱 뜯는 습관을 고쳐나간다.

어릴 때부터 들어온 옛날이야기와 손톱을 뜯어먹게 되는 마법이라니. 나는 아이에게 읽어주고는 '응?' 했지만, 아이에게는 통한 것 같다. 갑자기 다짐을 하더니 물어뜯고 싶었던 부분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손톱깎이를 들고 와서는 잘라달라고 한다. 작고 물어뜯기까지 해서 깎을 수도 없었지만 가만히 보고 만져보니 손톱 끝이 울퉁불퉁했다. 그 감촉이 싫었던 것 같다. 얇고 연약한 손톱이라서 잘 갈라지고 찢어져서 그걸 뜯어내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이 입으로 갔던 것 같다. 엄마인데 아직도 모르는 것투성이다. 아이 속은 모르고 혼내고 겁만 주기 바빴던 나를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어째서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던가 생각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이면 되지만 아이는 더 자주 손발을 확인해 주고 신경 써줘야겠다. 그래도 이미 습관으로 자리 잡은 행동이 쉽게 고쳐질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책은 가까이에 두고 눈에 띄게 할 생각이다.

책의 맨 뒷장에는 아이의 손톱 뜯는 행동의 원인과 대처 방법에 대한 정보가 실려 있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꾸짖기보다는 한 번을 잘해도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손톱 뜯는 자녀를 둔 가정에서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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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이 기도할 때
고바야시 유카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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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의 저주.

11월 6일 중학생이었던 S군이 자신의 방에서 자살을 한다. 노트에는 '이 녀석들을 저주한다'라는 글과 몇 명의 이름이 적혀있었지만 튄 피 때문에 분명히 알 수 없었다. 그다음 해 11월 6일에는 S군의 어머니가 공원의 전망대에서 몸을 던져 자살하고, 이듬해 S과 같은 반이었던 Y가 빌딩 옥상에서 투신자살한다.

그리고 학교 폭력을 당하는 소년이 등장한다. 공원에서 '류지'에게 폭력을 당하던 '도키타'는 피에로 분장을 한 '페니'의 도움을 받는다. 류지를 죽이겠다는 계획을 세우면 페니가 돕겠다는 제안을 한다.

또 한 명의 주인공 '가자미'는 3년 전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아들이 자살을 하고 일 년 뒤 아내마저 잃었다. 학교 폭력의 진상을 밝히고 싶지만 그 누구도 학교폭력을 인정하지도, 도와주지도 않는다. 그러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모임인 '라이프 세이브 모임'에서 죽고 싶다는 글을 쓴 학생을 만나게 되는데, 그 학생으로부터 아들이 겪은 일을 알게 된다.

현재 학교 폭력을 당하는 중인 소년과, 학교 폭력으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 읽는 내내 가슴 전체가 무겁게 조여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저놈을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심정도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사람을 죽이는 건 안될 일이잖아.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아이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 아니 그 이상 생각해 보았을 문제, 학교폭력. 피해자가 될 수도 어쩌면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이에게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늘 고민이다.

학교 폭력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가해자였던 인물들의 배경을 보면, 학교 폭력을 줄여나갈 방법은 가정에서 찾아야 하는 게 아닐까. 가정에서 어떠한 형태로 결핍이나 과잉이 돼버리면 그걸 다른 곳에서 풀어버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다 폭력의 형태로 해소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비뚤어지기 시작하면 사회에서 어두운 곳을 찾게 될 거고, 그곳에서 아이들은 또 다른 어른들의 영향을 받겠지. 결국 답은 어른들이 쥐고 있는 셈이다.

머릿속이 쉽게 개운해지지 않는다. 소설은 끝이 났고, 책장은 덮었지만,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 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정과 사회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고 숙제인 것 같다. 그리고 혹시 아이가 어떤 일에 휘말렸을 때, 고민하지 않고 털어놓을 수 있는 길을 잘 터놓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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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화이트 웨이브 틴틴 시리즈 2
김은성 지음 / 백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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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해일이는 엄마가 집을 나가고 아빠와 둘이서 살고 있다. 뚜렛 증후군(틱장애)을 앓고 있어서 자꾸만 욕을 하곤 한다. 어느 날 우연히 유기견 바닐라를 만나서 친구가 된다. 엄마가 보고 싶을 때면 엄마가 일하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온다.

한편 이웃에 이사 온 화가 선영의 가족을 만난다. 선영은 해일의 틱 증상에도 놀라지 않고 해일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선영에게 고마운 마음에 우주비행사가 꿈인 선영의 아들 별이에게 미니 드론을 선물한다. 드론을 날릴 장소를 찾다가 어른들이 없는 사이에 아빠가 일하는 저택의 넓은 정원에 들어가 해일, 별이, 바닐라는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그때 사고는 일어나고 만다. 바닐라는 위기에 빠지고, 해일은 바닐라를 지키고 싶다.

이 작품은 『그 개』라는 제목의 연극으로 공연되었다고 한다. 희곡집을 읽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좀 버벅거렸지만, 행동, 대사 그리고 무엇보다 돋보인 삽화에 빠져서 단숨에 끝까지 다 읽었다.

유기견과 어울리지 않는 듯한 달콤하고 부드러운 이름 '바닐라'. 주인공 해일은 버려진 유기견과 자신을 똑같다고 생각한다

"괜찮아. 우리 모두는 유기견이야." (본문 35쪽)

바닐라와 해일이 단짝이 되어 마음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현실이 항상 행복한 끝맺음이 아니듯 해일은 자신의 손으로 다시 바닐라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바닐라를 보내야 하는 순간을 통해 해일은 엄마를 떠올렸을까. 아픔과 슬픔을 딛고 해일은 그만큼 또 성장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주인공 장강. 해일의 아빠가 일하는 저택의 주인이다.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 모두 살림이 어렵지만 장강은 넓은 저택에서 부유하게 살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서 홀로 저택에서 살며 보쓰라는 개를 키운다. 왠지 이 책과 어울리지 않는 인물인 것 같지만, 자신의 반려견 보쓰와 나누는 대화에서 보면 많이 외로운 사람이었다. 겉으로만 봐서는 다 모르는 게 사람이니까.

사람들의 심리 표현이 잘 드러나 있어서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돌아봐야 하는 사회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 것도 알 수 있었다.

희곡집은 익숙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재밌게 읽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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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화이트 웨이브 틴틴 시리즈 1
송기원 지음 / 백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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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메뚝에는 슬픔이 많다. 외갓집에서 만주로 돈 벌러 간 엄마를 기다리는 양순이. 밤만 되면 대보등에 올라가 엄마를 찾으며 운다.

무당인 엄마와 둘이 사는 끝순이는 열병을 앓고 시력을 잃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대신 소리와 냄새로 세상과 자신의 마음을 보는 능력을 가졌다.

"눈이 안 보여서 항상 나는 나하고만 놀잖아? 그러다 보니까 어쩌다가 나도 모르게 가만히 마음을 들여다볼 때도 있어. 그러다 보면 마음 저 깊은 곳에 이 세상하고는 또 다른 세상이 있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어."(본문 34쪽)

문둥이인 엄마와 둘이서 사는 대복이. 마을 사람들에게 문둥이 자식이라고 구박을 받지만 양순이와 끝순이를 의지하며 버티며 살아간다. 하지만 엄마가 죽고 나서 대복이는 각설이패에 들어가서 구걸하면서 생활하게 된다.

"대장 삼촌은 각설이들이 겉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약한 사람들 같지만, 진짜로는 세상에서 무서운 것이 하나도 없이 가장 강한 사람들이래. 왜냐하면 각설이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어서 남한테 뺏길 것도 하나도 없기 때문이래."(본문 163쪽)

양순이와 끝순이, 대복이가 주인공이고 그 외에도 김 첨지 아들과 일본 여자 사이에서 난 혼혈인 '정님이', 큰 키에 불같은 성질을 가진 양순이 외할머니 '훈장댁'의 이야기도 있다.

양순이는 끝내 외삼촌에 의해서 부잣집의 아이보개로 가게 된다. 어느 날 소식이 없던 양순이 엄마는 양순이를 찾아오지만, 마적 두목의 아이를 임신한 채였다. 양순네를 돌봐주던 사람에게서 '뱃속 아이는 혹부리'라며 지우자는 말을 엿들은 양순이는 혹부리라도 좋고, 자신이 동생을 키울테니 없애지 말아 달라고 한다.

'누나'

본인도 힘들면서 끝순이, 대복이, 혹부리. 많은 동생들을 보듬고 안아주는 양순이. '누나'라는 말이 이리도 따뜻한 소리를 가졌다는 걸 알았다.

책의 처음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자신이 '혹부리'라고 말한다. 작가는 의붓아버지 아래서 아버지가 다른 누나와 자랐다. 어머니는 시장에서 재봉틀 하나로 옷 수선을 하시고, 생선 장사를 하셨다고 한다.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삶을 살았던 주인공들. 그들을 통해서 해방 전후 궁핍하게 살았던 민중들의 모습을 잠시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이어져 온 자신의 삶 역시 평온하지만은 않았지만, 그럼에도 딛고 일어서 작가가 된 혹부리도 생각하게 됐다.

삶의 모습도 슬픔의 형태도 다르지만 아픔을 딛고 일어나 더 높이 날아오르려는 청소년들과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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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처음 가는 4학년 아주 좋은 날 책 한 권 3
조연화 지음, 장인옥 그림 / 아주좋은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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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처음 가는 4학년'의 배경은 무서운 '페버 바이러스'가 지나간 후의 세상이다. 3년 만에 바이러스가 사라졌다는 소식과 함께 사람들은 기다렸던 일상으로 돌아가기 바쁘지만, 주인공 시아는 아직도 불안하다.

어느 주말, 엄마의 마카롱 가게에서 밖을 관찰하다 새로 이사 온 집의 사람으로 보이는 수상한 사람을 발견한다. 그 사람은 항상 마스크도 쓰지 않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다니는 게 영 수상하다.

한편 시아네 반으로 전학 온 새 친구 견우는 뒤통수까지 잘생겼다. 얼떨결에 견우와 짝꿍이 되고, 방과후 수업도 같이 듣게 되는데, 시아는 견우와 노는 것이 설레고 즐겁다.

동네에 나타난 수상한 아저씨와 중간놀이 시간에 갑자기 사라진 견우. 그리고 시아가 알게 되는 새로운 사실. 시아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까?

코로나로 인해 2년 가까이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초반에는 잠깐 물건을 사러 가는 편의점도 마트도 가기가 꺼려졌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면 왠지 피하고 싶어졌다. 앞으로 위드 코로나가 될 거라고 하는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른인 나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어떨까?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되고, 옆 사람과 되도록 대화하면 안 되고, 밥 먹을 땐 떨어져 앉아서 말하지 않고 밥만 먹어야 하고, 쉬는 시간에 옆 반에도 운동장에도 나가서 놀 수 없다.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쉽게 그 생활에 적응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불안으로 인해 또 다른 후유증이 발생할 것 같다. 교우관계를 통해 사회성을 배워야 할 시기에 활동에 제한을 두니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또 있다. 코로나로 인해 겪는 불편의 정도가 우리보다 더 심한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전혀 생각 못 했다. 나의 고통과 불편함만 생각했지 몇 배로 더 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힘든 부분이 없는지 살핌과 동시에 우리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주위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져야겠다.

그나저나 코로나와 마스크 없는 삶이 다시 오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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