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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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 뒤에 감춰진 어두운 진실

이야기는 미오에게로 걸려온 전화로 시작된다. 절친한 친구이자 함께 다카야나기 발레단원으로 있는 하루코가 사람을 죽였다는 전화다. 무단 침입한 가자마 도시유키를 꽃병으로 쳐서 죽이게 된 것. 정당방위를 주장하지만 가자마와 발레단의 연결고리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그러던 중 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 리허설 중에 안무가인 가지타가 살해된다. 사인은 니코틴 중독사. 그리고 하루코의 정당방위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사를 벌이던 야기유 고스케가 독극물이 들어있는 물통의 물을 마시고 병원으로 실려간다. 계속되는 사건 사고에 발레단 내부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경찰 조사로 가지타를 살해한 범인이 밝혀지는 듯하더니 용의자인 모리이 야스코가 자살을 한다. 가자마, 하루코, 가지타, 야스코 그리고 발레단원들.. 화려해 보이기만 하는 발레단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번 읽었던 졸업보다는 수월하게 읽었던 것 같다. 발레도 잘 모르긴 하지만 다도보다는 접근이 좀 쉬웠나 보다. 발레 공연은 한 번도 본 적은 없다. 간혹 딸을 키우는 집에서 예닐곱 살 정도 된 여자아이들이 발레복을 입고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의 눈에도 하늘하늘 발레복과 우아한 발레리나의 몸짓이 예뻐 보이나 보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들의 그런 몸짓과 군살 하나 없는 몸매는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님을 안다. 무대 위에서 아름답게 나풀거리는 그들은 매일매일이 자신과의 싸움. 보여지는 화려함은 그들의 땀과 눈물로 쌓아올린 것이겠지. 겪어보지 않았지만 알 것도 같은 그 세계의 치열함에 발레리나의 모습이 화려하게만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서 교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던 가가는 형사가 되어 있었다. 본문에서 과거에 교사였었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시절의 가가는 만날 수 없으려나..? 대학 시절 첫사랑에게 좋아하고 있다고 담백하게 고백하던 가가의 모습과는 달리 마지막에 너무 로맨스가 되어버려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ㅋㅋ) 사건에서 누구보다 냉철한 가가이지만 사랑에선 역시 그도 남자.. 기대보다 로맨스의 비중이 높아서 아쉬웠으나 사랑을 하는 가가의 모습이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다음 편에선 더 숙성된 가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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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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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 프랑스로 떠나기 직전에 마르탱은 그동안 호감이 있었던 가브리엘에게 고백하고 둘은 이 주 동안 뜨겁게 사랑을 나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자고 비행기 티켓까지 보냈지만 가브리엘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그들의 사랑은 이대로 끝이 나는 건가 싶었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펼쳐지는 세계 최고의 도둑 아키볼드와 그를 쫓는 경찰 마르탱. 명화들만 골라서 훔치는 아키볼드를 잡기 위해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프랑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가게 된다. 그곳에서 13년 만에 재회한 마르탱과 가브리엘. 아키볼드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그가 가브리엘의 친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가브리엘은 33년 만에 처음 만난 아빠와 13년 만에 재회하게 된 첫사랑 마르탱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던 중 추격전을 벌이던 아키볼드와 마르탱이 금문교 위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가브리엘은 사랑하는 두 남자를 모두 잃게 되는 것일까..?

1부에서 아주 로맨스이기로 작정한 작품인가 싶었는데, 2부에서 갑자기 세계 제일의 명화 도둑이 등장하는 바람에 내 스타일 아니야-하던 것도 잠시, 연거푸 쏟아지는 출생의 비밀과 두 사람의 재회. 그리고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그곳의 등장으로 역시 기욤 뮈소 다운 전개를 한껏 맛볼 수 있었다.

아키볼드의 도둑쇼가 펼쳐질 때는 나의 최애 애니 '명탐정 코난'에 등장하는 '괴도 키드'가 먼저 떠올랐다. (ㅋㅋㅋ) 그들의 쫓고 쫓기는 장면을 보면서 아쉬움이 남았던 이유를 마지막 역자님의 말을 보면서 뒤늦게 깨달았다. 파리와 샌프란시스코 지도를 곁들여서 책을 읽었다면 좀 더 생동감 넘치는 글을 만날 수 있었겠다 싶었다. 다른 작품들도 그랬던 것 같지만 특히 이번 책은 더욱더 배경 묘사가 더 많았던 것 같다.

33년 만에 자신을 떠났던 아빠가 세계적인 도둑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면 어떤 기분일까? 사실 좀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 같고, 원망할 것 같은데, 가브리엘은 참 착하기도 하지.. 이해하고, 기다리고, 사랑할 줄 아는 가브리엘은 꼭 그녀의 부모를 닮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키볼드와 마르탱이 금문교에서 함께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난 후, 갑자기 장면의 전환이 있었는데, 코마 상태에 빠진 그들이 그곳에서 만나게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 길지 않은 시간이었고 신중해야 했던 결정과 선택의 갈림길에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을 세어본다면 몇 가지나 되려나.. 부녀간의 사랑도, 연인의 사랑도 있지만, 이 책을 읽고서는 어쩐지 끝까지 함께하고 싶었던 부부의 사랑이 와닿았다. 아키볼드와 그의 아내 발랑탱은 정말.. 찐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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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 하 미소년 시리즈 (미야베 월드)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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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下』는 『하루살이 上』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다. 전권에서 자신을 버렸던 친어머니 아오이를 살해한 범인으로 몰린 사키치. 하지만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범인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오이의 주변 인물들을 하나씩 조사해보기로 한다. 살인이 일어난 방 치고는 너무나도 깨끗한 방, 그곳에 남아있던 향냄새. 몇 없는 단서들로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가 주변 탐문 조사를 하면서 얽히고설켜 있는 가족사에 이 집안에 넌덜머리가 났다. 쓸데없이 첩을 둔 미나토야에게도 화가 났지만, 그를 이렇게 만든 오후지도 몹쓸 여자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읽을수록 오후지도 굳이 이렇게 남편의 미움을 샀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결국엔 이쪽 저쪽 다 미안해서 최소한의 도리는 지키고 있는 듯 보이는 미나토야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했다.

범인이 밝혀지면서 범인의 과거도 함께 밝혀졌다. 겉으로 보기에 일반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로 인해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과거에 받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말이다.

결국 아오이는 살해당할 만한 이유가 없었던 것. 사키치의 혐의는 완전히 벗겨졌지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생모를 다시 만날 기회를 눈앞에서 놓친 그가 너무나도 안쓰러웠다.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 콤비가 등장하는 시리즈에서는 유난히도 사람 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사건을 파헤치고 범인을 찾아내는 추리 소설이지만 그 안에서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작은 이야기들을 찾아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곧 읽을 다음 편도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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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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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을 앞두고 앞으로의 진로와 미래에 대해서 고민이 많은 7명의 친구들. 어느 날 그중 쇼코라는 친구가 그녀의 원룸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언뜻 보기에 자살처럼 보이지만 친구들과 애인인 도도조차 그녀의 자살 동기를 알지 못한다. 쇼코에게서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친구들은 그녀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친구들 중 또 한 명인 나미카가 죽게 된다. 고등학교 은사님과 늘 해오던 다도 의식. 설월화 게임 중에 독을 마시고 죽어버린 나미카. 그러고 보니 우승할 것 같았던 검도대회에서 준우승을 하고 그 후로 평소 같지 않은 행동을 보였던 그녀의 행적. 주인공 가가 교이치로는 이 친구들의 죽음의 미스터리를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1986년에 쓰였다는 가가 형사 시리즈의 시작. 가가 '형사'시리즈라고 하니 가가는 후에 형사가 되겠지만, 본 작품에서는 형사와 교사의 갈래에서 교사의 길을 선택한다. 가가는 형사인 아버지가 가정에 소홀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집을 나갔다고 생각해 교사가 되려고 한다. 작품 첫머리에 가가는 굉장히 담담하게 친구인 사토코에게 고백을 한다. 그저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어쩐지 나 같으면 오히려 그 담백한 모습에 반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데면데면하던 사토코도 점점 마음을 여는 듯하지만 이 둘의 사이는 끝내 친구인 채로 마무리된다.

특이하다면 특이할 수 있는 그림 설명이 중간에 꽤 많이 나왔지만, 설월화 게임의 룰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이해하는 데 꽤 오래 걸렸다. 완벽히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대강은 알아야 가가의 추리가 더욱 재밌는 법이니까..

제목은 『졸업』이지만 졸업은 '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란 걸 생각하게 했다.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로 향하는 첫 발. 그 과정에는 고민도 아픔도 상처도 많지만 그 많은 일들을 겪으며 또 한 번 성숙하는 계기가 된다. 많은 청춘들이 고민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본격적인 형사로서의 활동이 아니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쩐지 최애 만화 명탐정 코난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 책도 얼른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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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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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어린 딸이 실종된 후 갑자기 사라진 뒤 노숙자 생활을 하는 전직 정신과 의사 마크, 딸을 잃어버리고 남편 마크마저 사라진 후 의욕 없는 삶을 살아가는 바이올리니스트 니콜, 현재 유능한 정신과 의사지만 과거의 기억을 떨쳐내지 못한 채 괴로워하며 살아가는 커너, 백만장자의 상속녀이지만 되돌릴 수 없는 잘못으로 인해 죄책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망가뜨리며 살아가는 앨리슨, 하나뿐인 가족 엄마를 죽인 살인자를 찾아 복수를 꿈꾸는 가난한 소녀 에비.

마크는 5살 된 어린 딸 라일라를 잃어버린 후 가정도 직업도 다 버리고 노숙자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5년 만에 딸을 만나러 간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무사한 라일라를 데리고 마크는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탄다.

에비는 아픈 엄마가 드디어 간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병원으로 가지만 혈액검사에서 알코올이 검출되고 수술을 받지 못하게 된다. 엄마가 술을 마셨다는 사실에 화가 난 에비는 엄마와 싸우게 되고, 그 싸움이 엄마와의 마지막이 된다. 후에 혈액검사 결과가 다음 대기자와 의사의 조작이었음을 알게 되고 에비는 그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비행기에 오른다.

앨리슨은 반복되는 일탈로 스캔들을 몰고 다닌다. 어느 날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며 비 오는 날 운전을 하다가 어린아이를 치게 되고 아이는 죽고 만다. 그녀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이 일을 은폐하지만, 그 후의 앨리슨은 더욱 망가진 삶을 살아가게 된다.

같은 비행기 안에서 마크, 에비, 앨리슨이 만나게 된다. 그들은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며 서로의 과거와 상처들을 공유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잘못. 돌이킬 수 없는 과거. 복수의 감정. 그리고 그것들이 가져다주는 고통.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사라지게 할지도 모른다. 이들이 가진 아픈 기억들이 결코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잘못의 크기를 떠나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책이 두껍지 않기도 했지만 왠지

다 알 것만 같아서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복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용서해야 한다는 것. 용서의 대상은 나 자신도 포함된다. 어쩌면 자신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해서 다른 사람에게까지 상처를 주고 잘못을 반복하는 것일지도...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반복되는데, 끄트머리에서 시간이 좀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거기에 반전이라니.... 또 판타지냐..라는 생각을 한 부분에서 완전 속아버렸다. 매번 소설의 배경이 뉴욕이고, 주인공들은 꼭 빈민가 출신인데, 비슷한 듯, 다르면서 재미있는 소설이라니...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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