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 번역을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노경아 외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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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멋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일본어에 관심이 있었고, 굳이 계기를 찾자면 결혼 후 재미로 보던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과 '원피스'로부터 시작된 일본어. 능력 시험을 목표로 잡고 공부를 하다가 원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지인들의 응원과 격려로 한 장 한 장 읽다 보니 원서로 읽는 책이 느리지만 이해가 되는 게 신기했다. 그러다 '나도 해볼 수 있을까, 번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일본어 번역가 4명과 중국어 번역가 1명이 이야기해 주는 번역 이야기. 저자들이 들려주는 번역 이야기는 너무나도 현실 그 자체여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프리랜서'라는 단어를 들으면 당연히 프리(free), '자유'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하지만 자유라는 말이 여유를 뜻하는 건 아니다. 약속한 시간 내에 마무리할 수 있게 스스로 시간을 잘 분배해 일해야 한다. 저자들 중에도 주부가 많았는데, 해도 티는 안 나지만 안 하면 티 나는 집안 일과 육아까지 병행하며 프리랜서로 일하는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녀들 모두 좋아하는 일을 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번역이란 일 굉장히 매력 있는 일인 게 분명한 것 같다. 



   평소 관심 있는 책들은 주로 소설이나 장르를 넓혀봐야 인문서나 에세이 정도인데, 라이트 노벨이나 19금 만화 번역을 하고 계신 번역가님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어린아이들을 키우며 밤늦게 19금 만화 번역 작업하신 박소현 번역가님 이야기를 읽을 땐 심장이 다 쿵쿵거리고 내 얼굴마저 빨개졌다.(ㅋㅋ)



   번역가가 외국어를 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보다도 더 잘해야 하는 것은 우리말 실력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우리말 지식이 풍부해야 어떤 표현으로 써야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이다. 물론 우리말을 잘하는 사람이 외국어도 잘한다는 말이 있는데, 언어는 잘 하는 사람이 잘 할 수밖에 없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저 외국어만 잘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번역가. 그녀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번역가들이 멋져 보였다. 

참 매력적인 일 번역. 

번역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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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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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인생 역작"이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저자도 책 제목도 들어본 적 없는 책이었다. 에세이 장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왠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며칠을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의 대표 저서인 『월든』은 2년 2개월 동안 월든 호수에서 생활한 것을 정리한 책이다. 처음 호수로 들어가 손수 집을 만들고, 농사를 짓고, 그 주변 마을 사람들과 왕래하고, 호수를 거닐고 관찰하면서 그가 써 내려간 글이다.



소로는 자연을 사랑했다. 자연이 담고 있는 모든 것. 새 한 마리도, 개미 한 마리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찰한다. 오랫동안 바라보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 그만의 방법인 것 같다.



그는 많이 가지지도 않았다. 살 곳은 작은 집 한 채면 충분했고, 짐도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직접 땀 흘려 농사지은 곡식으로 끼니를 해결했고, 땔감조차 필요 이상으로 모아두지 않았다. 19세기에 소로가 이미 실천한 미니멀 라이프인 셈이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 생활을 이어가는 요즘. 많은 것들로부터 단절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내 안을 살필 여유가 생기기도 한 것 같아서 비슷하게나마 고독한 삶을 살고 있는 것도 같다. 숲 속이라면 자연을 벗 삼아 살긴 했겠지만, 막연하게 생각하는 자연친화적인 삶과, 실제로 살아내야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음을 안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까지 내 손을 직접 거쳐야 할 테니 말이다.



특별한 책이었다. 소재 자체도 2년 남짓 월든 호숫가에서 지내며 (어쩐지)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간 듯한 느낌이 너무 강했고, 소주제로 나누어져 있지만, 경계가 모호하다고 느껴지는 것들도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어가는 내내 물음표만 계속 띄워대는 나를 보며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 이거 인생 역작이라는데, 나만 이해 못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초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넘겨야 할 책장이 몇 장 남지 않았을 때, 이 책장이 넘어가는 것이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월든 호수에서 살았던 그 시간이들이 부러웠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찾아본 작가의 이력. 시인이고, 철학자이며, 과학자였던 그. 그제서야 그의 글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걸 알고, '나 엄청난 책을 읽어버렸어!'라고 생각했다. 책을 덮고 나서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미래에 만날 『월든』은 또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졌다.


|네이버 독서카페 라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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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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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꼭 한 번 읽어보아야 한다는 그 책!! 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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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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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혼자 자취를 하던 여동생 소노코에게서 걸려온 전화.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말하는 소노코는 그 후 연락이 두절된다. 경찰인 야스마사는 주말 당직을 끝내고 걱정된 마음으로 동생을 찾아갔으나 그녀는 자신의 원룸에서 죽어있었다.

딱히 친한 직장 동료도, 친구도 없이 지낸 소노코. 하지만 야스마사는 동생이 살해당했음을 알아차리고 범인에게 직접 복수하기 위해 증거 은폐 후 독자적으로 조사를 해 나간다. 그가 찾아낸 용의자는 둘. 소노코의 옛 애인과 오래된 친구. ㅡ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경찰은 이 사건을 자살로 결정지으려고 하지만, 가가 형사 역시 그녀의 죽음이 자살이 아님을 단번에 알아채고, 야스마사의 복수 또한 눈치챈다. 가가는 야스마사의 복수를 막고,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범인은 애초에 두 명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소노코의 남자친구와 눈이 맞은 그녀의 친구. 사건은 굉장히 간단해 보였지만, 증거와 알리바이를 가지고 범인을 정확히 밝혀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용의자를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놓쳐버릴 수도 있는 것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범인 검거는 실패다.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팽팽해져 있던 실이 '탁하고 끊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막판에 와서 멍 때리기.. (ㅋㅋ) 마지막에 봉인되어 있는 추리 안내서는 참고 참고 참았다 봉인 해제했는데........ 범인이 누구라고 왜 말을 못 해!!! ㅋㅋ

이 책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 출판사로 범인이 누군지 묻는 전화가 쇄도했다고 한다. 알려주지 않으니 속은 답답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완벽 미스터리가 아닌가 싶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직접 추리해야 한다. 단서는 이미 다 나왔다. 확실한 건 '둘 중 누군가 소노코를 죽였다.'

이번 편에서 가가는 많이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스마사의 복수를 저지하고, 정보를 흘려주며 필요할 때 짜잔~ 하고 나타나서 냉철한 눈빛을 쏴대는 가가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갈수록 익어가는 매력 뿜뿜하는 가가 교이치로. 다음 편에서도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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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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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소설가 히다카 구니히코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사망한다. 둔기로 맞은 흔적과 전화선이 목에 감겨 있다. 시체를 발견한 사람은 그의 아내와 친구이자 동화 작가인 노노구치 오사무.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사람이 바로 가가 형사이다. 가가는 노노구치가 친구의 죽음에 대해서 기록을 남겨놓은 걸 알게 되고, 그 기록을 통해서 사건을 조사한다. 하지만 그 기록에서 수상한 부분이 발견되고, 노노구치의 알리바이가 조작된 것을 밝혀낸다. 히다카를 살해한 범인은 바로 노노구치. 그러나 노노구치의 범행임이 밝혀졌으나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계속 침묵으로 일관한다. 두 친구의 과거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있을까?





이번 소설은 노노구치와 가가 형사의 기록을 통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기록으로 남겨진 사건은 언뜻 보기에는 말보다 정확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글이 결코 진실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말로 전달받을 때는 말투, 표정, 말할 때의 태도 등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글을 단순히 문자이기 때문에 쉽게 사실 여부를 가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글에도 글쓴이의 성격이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독후감 정도의 글을 쓰면서도 조심스러워지게 된다.





애초에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는 통에 꽤 많이 남은 분량에서 무엇을 더 얘기하려나 했는데, 범행 동기를 끝까지 말하지 않는 범인의 모습에 '구리다 구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범인이라고 처음에 밝혀졌을 때도 헛다리인가? 할 정도로 굉장히 피해자에 가까운 느낌이 더 들어서 뒤로 갈수록 까발려지는 범인의 민낯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먼저 각인된 첫인상이란 것이 또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범인의 구린 면을 (심지어 교직에 있을 당시 동료였던 사람인데) 그 특유의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가가는 참으로 멋졌다. 지난 소설 『잠자는 숲』에서 본 핑크빛 이야기가 없어서 더욱더 그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끝내 노노구치는 말하지 않았고, 가가의 조사와 추리로 이야기는 끝이 났다. 남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의 '악의'란 어떤 것일까. 스스로 만들어 낸 편견과 열등감 등이 아무런 잘못 없는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것이 굉장한 반전이고 충격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으려나.. 싶기도 하지만 두 번 세 번 생각할수록 '그렇다고 사람을 죽여?' 란 말이 나온다. 소설이라서 가능한 이야기인지 있음 직한 일이라서 소설로 쓴 건지 .. 사람이 어디까지 무서워질 수 있는지 놀라웠다.





가가 형사가 교사였던 시절 이야기도 궁금했었는데, 그의 과거 이야기도 알 수 있었다. 이제 막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아이가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앞으로 맞닥뜨릴지도 모르는 학교생활이라 노노구치와 히다카의 과거, 가가 형사의 과거 이야기를 상당히 주의 깊게 읽었던 것 같다.



가가 형사의 매력을 본격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구성도 맘에 들어서 특별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책 『악의』. 다음 편이 더욱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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