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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평점 :
"평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인생 역작"이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저자도 책 제목도 들어본 적 없는 책이었다. 에세이 장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왠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며칠을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의 대표 저서인 『월든』은 2년 2개월 동안 월든 호수에서 생활한 것을 정리한 책이다. 처음 호수로 들어가 손수 집을 만들고, 농사를 짓고, 그 주변 마을 사람들과 왕래하고, 호수를 거닐고 관찰하면서 그가 써 내려간 글이다.
소로는 자연을 사랑했다. 자연이 담고 있는 모든 것. 새 한 마리도, 개미 한 마리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찰한다. 오랫동안 바라보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 그만의 방법인 것 같다.
그는 많이 가지지도 않았다. 살 곳은 작은 집 한 채면 충분했고, 짐도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직접 땀 흘려 농사지은 곡식으로 끼니를 해결했고, 땔감조차 필요 이상으로 모아두지 않았다. 19세기에 소로가 이미 실천한 미니멀 라이프인 셈이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 생활을 이어가는 요즘. 많은 것들로부터 단절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내 안을 살필 여유가 생기기도 한 것 같아서 비슷하게나마 고독한 삶을 살고 있는 것도 같다. 숲 속이라면 자연을 벗 삼아 살긴 했겠지만, 막연하게 생각하는 자연친화적인 삶과, 실제로 살아내야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음을 안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까지 내 손을 직접 거쳐야 할 테니 말이다.
특별한 책이었다. 소재 자체도 2년 남짓 월든 호숫가에서 지내며 (어쩐지)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간 듯한 느낌이 너무 강했고, 소주제로 나누어져 있지만, 경계가 모호하다고 느껴지는 것들도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어가는 내내 물음표만 계속 띄워대는 나를 보며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 이거 인생 역작이라는데, 나만 이해 못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초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넘겨야 할 책장이 몇 장 남지 않았을 때, 이 책장이 넘어가는 것이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월든 호수에서 살았던 그 시간이들이 부러웠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찾아본 작가의 이력. 시인이고, 철학자이며, 과학자였던 그. 그제서야 그의 글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걸 알고, '나 엄청난 책을 읽어버렸어!'라고 생각했다. 책을 덮고 나서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미래에 만날 『월든』은 또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졌다.
|네이버 독서카페 라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