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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으로 들어가기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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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교훈을 얻거나 감동을 느끼거나 하는 것과 다른 경험 – 내 깊은 저 어딘가에 있을 감춰진 감정, 상처, ‘나’를 맞닥뜨리게 되는 것 말이다.
‘이다’는 십 대 초반에 언니와 이별하게 된 후 몇 년 후에 엄마와도 영원히 이별하게 된다. 이다는 엄마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지고 ‘도망하기’, ‘부인하기’, ‘외면하기’, ‘위험을 무릅쓰기’ 등등의 행동을 반복한다. 엄마와 살던 집에서부터 도망쳐서 ‘뤼겐’이라는 섬으로 간다. 거기서 그는 자신의 내면과 직접 대면하게 된다. 한편으로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부인하곤 한다. 언니가 자신을 찾아와주길 원하지만 말로는 ‘아니’라고 말하곤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는 ‘라이프’의 마음을 외면하기도 한다. 그리고 넘어지면서도 산길을 무작정 달리기도 하고 높은 곳을 기어오르기도 하며, 새벽 폭풍이 몰아치는 날씨에 바다로 들어가기도 한다. 마치 죽을 것처럼... 아니, 죽음충동에 휩싸인 것처럼! 이런 것들이 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일지도 모르겠다.
언니와 헤어지고 엄마와 단둘이 살게 된 것은 외로움과 불안을 감내해야 하는 삶이었다. 간간히 언니와의 상봉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사마라’ 외에 그에게 친구는 없다. 뒤이은 엄마의 자살은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크나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그는 현실에서 도망친다. 언니의 손을 뿌리치면서.
많은 심리학자들이 인정하듯이 어릴 때 이별과 같은 강렬한 경험을 하는 것은 인생 전체에 있어 그리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을 잘 다루고 받아내고 인정할 힘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일이 지나고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기도 하고 그렇게 잘 살아간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은, 꼭 한 번은 큰 파도처럼 나를 덮치는 그것을 감내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오기 마련일 것이다. 이다는 다행스럽게도 자신을 보살펴 주는 이들을 만나고 사랑도 하게 되는 뜻밖의 행운을 누리며 어쩌면 큰 탈 없이 그 시기를 지나가는 듯하다. “내가 엄마를 죽게 내버려뒀어.”(p. 281:12)라며 깊숙이 감춰둔 상처를 꺼낸다. 나도 하지 못하는 – 부럽기만 한 행동을 해내는 그가 대단해 보였다. 김형경 작가의 ‘꽃피는 고래’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전작인 ‘스물두 번째 레인’의 후속이라 한다. 전작을 만나지 못했어도 상관없다. 이 내용은 @dear_haru_ 님의 서평에서 알게 된 사실이다. 이다의 시각과는 다를 ‘틸다’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싶어서 해당 책을 찾아서 구매했다.
내면에 해결하지 못한 상처를 갖고 있는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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